성경통독 - 삼,왕,대
하늘 이야기/딴지묵상

성경통독 - 삼,왕,대

by letter79 2024. 5. 25.

정확히 한달 전에 룻기 까지 소화한 글을 썼다. 이후에 변명을 하자면 학교수련회 3일, 체육대회, 주관한 행사, 교육청 신청해서 벌인일 수습, 가족여행  4일까지 있는 5월은 하루 단위로 이벤트가 있었던 달인데 심지어 '눈물의 여왕'이라는 재미난 드라마도 있었던 달이다. 성경통독을 밀리는 것은 당연했고 너무 밀리니 이러다 흐지부지 안하게 되는 것은 그간 내 인생에서  많이 있었던 일이다. 아마 나만 그런건 아닐거라고 생각한다. 통독을 시작하지 않는 이유 중에 두가지를 요약하자면 이 하루하루 숙제처럼 주어지는 통독 진도를 따라가지 못했을때 스스로가 한심해지는 기분을 견디기 힘들어서이고 또 하나는 읽으면 머리가 뽀사질것 같은 질문들이 올라와서 덮어놓고 믿는 그때가 그리워지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이번엔 무조건 keep going하기로 처음부터 딱 결정했다. 완벽하게 정독해서 읽으려고 하면 오히려 통독을 못하니 그냥 밥먹듯이 잠자듯이 읽어보기로 하고 오래 밀린 진도를 1.5배속 듣는 성경으로 안간힘을 쓰면서 따라잡고  길잡이 장로님 설명도 후루룩 데치듯이 읽었다. 이렇게 읽는 것도 의미가 있는거고 끝까지 간다! 이런 마음으로.. 

 

그렇게 한달이 지나 겨우 따라잡아온 역사서 사무엘, 열왕기, 역대 상하 진도를 따라잡고 난 최근이다. 실은 똥을 오래 못눠서 변비에 걸린 사람처럼  불편했다. 그간 꾸역꾸역 먹은것을 소화하려고 앉았다. 

 

어제 신경림 시인의 부고를 읽으면서 점점 내 부고를 생각한다. 내 인생은 어떻게 기록되고 어떻게 기억될까. 읽혀지는 인생이 부끄럽지 않으려면 어떻게 살아야하나?  죽는 다는 것은 자기주도학습이나 예습이 되지 않기에 타인의 죽음을 통해서만 배울수 있다. 이 삼,왕,대 부분에서 등장하는 왕들의 이야기는 모두 아주 오래전에 죽은 사람이야기이다. 일반인이었으면 아무도 어떻게 살았는지 자세히 기록이 오랜 기간 남아 있지 않았을텐데 이 사람들은 왕과 제사장, 예언자 들이었다. 죽음을 통해 배우는 인생이 읽히는 통독이었다.

 

사무엘서는 왕정체제로 전환되는 과정 그리고 열왕기는 솔로몬을 시작으로 하강곡선을 그리는 구조, 역대기는 포로 생활에서 돌아온 유다 백성의 정체성을 가르치기 위한 목적으로 서술되었다. 밀려서 빨리 한꺼번에 읽으니까 장점은 큰 틀이 보인다는 것이다. 같은 사람(왕)에 대한 서술이 꽤나 반복적으로 나와서 읽은데를 또 읽은 느낌이 들기도 했고 이스라엘이랑 유다라는 나라가 과연 내 인생이랑 어떤 관계가 있기에 이걸 이렇게 파헤치는 부분을 읽고 있나 하는 기분도 들기도 하는 지난한 과정이긴했다. (이젠 밀리지 말자)

 

사무엘서에서 새삼 느낀건 생각보다 사울이 처음에는 꽤 근사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이다. 성경에 나오는 그 어떤 사람도 완전히 악하거나 완전히 선하지 않고 이랬다가 저랬다가 갈대처럼 왔다 갔다 했다. 어릴적 성경공부 시간에 성경인물들의 장점을 본받자는 위인전에서 교훈 얻듯이 성경 공부를 하던 모습이 얼마나 웃긴 일인지 생각을 했다.  그 누구도 신격화되어서는 안된다. 악한 사람, 선한 사람 이분법적으로 혹은 평면적으로 성경인물을 보지 않게 되는 통독이었다. 다윗은 경건한 사람이었고 말년까지 신앙을 지켰지만 완전하지 않았다. 그 사람을 통과하고 계시고 사용하고 계신 하나님이 더 많이 느껴지는 사무엘서 읽기였다.

 

열왕기서는 솔로몬을 시작으로 점점 폭망해가는 이야기가 반복되고 있었다. 어릴적 나에게 솔로몬이 지혜를 가진 왕으로 각인되어 있지만 실은 점점 끝이 엄청 지져분한 왕이었던 것이다. 솔로몬을 시작으로 아합과 이세벨이 통치하던 시대는 엘리야와 엘리사를 통해 하나님이 일하고 계시지만 혀를 찰 수밖에 없는 내용이 반복된다. 나는 엘리야가  멋진 불쑈와 물쑈를 하고 나서 탈진헤서 로뎀 나무 아래 쓰러진 광경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고독감, 패배감, 죄책감 속에 혼자 있었던 엘리야에게 나는 너와 함께 한다고 그리고 공동체가 있다고 말씀해주시는 부분이 제일 기억에 많이 남는다. 왠지 감정이입이 많이 되는 부분이었다.

 열왕기서는 왕들이 주인공이라기 보다 엘리야 엘리사가 주인공같이 느껴지는 제목 'Kings'는 상반된 내용의 책이었다. 얼핏보면 이스라엘 왕조 500년(조선왕조500년)같은 역사책 같아 보이지만 결국 하나님 중심에서 벗어나, 하나님 보시기에 악을 행하였는지 아닌지에 따라 기술한 책이니 Kings라고 제목 붙인 것도 의미가 있다.

 

역대기는  '성경의 수면제'라고도 한다는 데 이유를 알겠다. 열왕기랑 너무나 비슷하기 때문인데 심지어 족보가 나온다. 왜 이걸 반복하지? 라는 질문이 드는데 독자가 달라서라고 하니 이해가 되기는 하다. 바벨론에 포로로 끌려갔다가 다시 돌아온 이스라엘에게 '하나님은 우리를 여전히 사랑하시나? 우리는 여전히 하나님의 백성인가?' 하는 정체성의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독자이다.

 열왕기는 '이 흐름을 보고 얼른 회개하시지' 라고 말을 한다면 역대기는 '포기하지말고 오늘을 살아내.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하시고 우린 하나님의 백성이야' 라는 의도가 담긴 책이니 반복을 잠시 참아보기로 했다. 반복이니 진도를 빼기도 쉽긴 했는데 내가 눈 여겨 본 역대하의 한 장면은 솔로몬이 한 기도이다. 그 기도는 왠지 뭉클했다. 청소년부 아이들이 생각나는 기도였다. '하나님 얘네가 돌이켜 부르짖으면 침묵하지 마시고 살펴 보아 주십시오. 용서하여 주십시오. 귀를 귀울여 주십시오'  

 

한편 역대기는 인간이 모두 죄인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왕의 이야기가 무진장 많이 나온다. 그래서 벌받으니까 망하니까 순종하라는 교훈은 아닐것 같다. 지독히도 약속을 잘 지키시느라 꾹 참으시는 하나님을 알아가기 위해 순종해야 한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길기도 하고 멀기도 하고 오래되기도 한 이스라엘과 유다의 역사를 이렇게 글로 읽으면서 나는 솔직히 힘들었다. 가독성이 낮은 이 역사서는  지루한드라마 보듯 멍때리면서 보다가 훅 들어오는 몇 장면을 마음에 담고 지나간다. 허나 먼저 죽은 어떤 사람의 인생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생각한다. 내 후손에게 읽혀지는 인생이 부끄럽지 않으려면 어떻게 살아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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