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오경과 역사서를 지나 한참 통독방에 하나둘 낙오자가 생길 즈음, 잠시 숨을 고르고 우리는 시가서로 향했다. 시가서는 욥기,시편, 잠언, 전도서, 아가서 이렇게 5개다. 나는 시가서가 사람냄새 나서 좋다.
[욥기이야기]
욥기를 들어갈 때 나는 내 오랜 질문을 꺼내어들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간호사 생활을 시작했던 아산병원에서 받았던 인생에 대한 충격과 고민이다. 인생에 고난이 이렇게 큼직한 것인줄 그전엔 알지 못했다. 인과응보, 권선징악으로 세상은 흘러가지 않는 것 처럼 보였다. 해석되지 않으니 하나님에게 묻고 따지고 들이대면서 아직도 신앙사춘기를 지나는 중이다.
개인적인 서사를 풀자면 나는 terminal 환자(임종 전 통증조절하는)들의 통증을 조절하고 수술시 재우기도 하는 마취과에에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되게 충격적이었다. "아프세요?" 라고 묻고 아픈것을 조절해주는 일을 하면서 계속 올라오는 질문이 있었다. 잘못한 것도 없는 억울한 인생이 환자 차트에 묻어있었고,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지나가는 사람이 이렇게 많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아픈게 힘든데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하시는 것이 맞는가? 하나님은 왜 고통과 죽음을 허락하셨는가?
그 질문이 훅 올라오는 수많은 시간들을 병원에서 첫 사회생활 3년 8개월을 보냈다. 욥기는 바로 그 질문을 하고 있었다. 욥기가 진짜 있었던 일일까 하는 의심으로 시작하는 전반부를 지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욥기에서 하나님은 질문에 대한 대답이 아닌 또 다른 기나긴 질문으로 답을 하신다.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고 다시 물으신다. 물으시는 질문에 나는 대답할 수 없고 욥도 대답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인생에서 문득 '아하' 하고 깨달아지는 순간이 있듯이 욥도 그랬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욥기를 읽고 나서도 아직 모르겠다. 안다고 말하면서 가르치려고 하는 사람의 이야기도 잘 들리지는 않는다. 사실 고통의 문제는 쉽지 않다.
욥기 중반부에는 인과응보의 틀에 갇힌 욥의 친구들과 신앙사춘기를 지나 업그레이드 중인 욥의 티키타카가 이어진다. 근본주의(엘리바스), 이론주의(빌닷), 도덕주의(소발) 셋의 이야기 저변에 흐르는 세계관을 설명해주신 통독지기가 아니었으면 다 맞는 말이라고 넘어갈 뻔 했다.
문득 신생아 중환자실에 아이가 머물던 시기 나에게 '엘리바스처럼' 이야기했던 그 누군가의 얼굴을 떠올랐다. 아이가 아픈건 내 탓일 수 있다는 내용을 이야기했던 지인이다. 신앙적 열심이 부족하고 감사함이 부족해서 생긴 일이고 이 고난에 내 몫이 있다는 내용이다. 들었는데 그때 얼마나 따귀 맞은듯이 얼얼했는지 눈물나고 속상했다. (물론 시간 지나고 화해가 이루어 졌다) 고난을 통과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말을 나는 이렇게 경험으로 배웠다. 고통의 시간을 통과하고 있는 이웃에게는 그 긴 터널의 시간을 응원할 뿐이다. 말을 아끼고 밥을 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편이야기]
시편은 메세지성경으로 읽었다. 메세지성경 시편이 얼마나 좋은지 널리널리 전해주고 싶다.
낭독을 하면서 읽으면 더욱 좋다. 슬픔, 절망, 두려움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하나님이랑 친구먹었던 다윗과 또 다른 찬송시인들의 표현들이 지금도 좋으니 성경 중 젤로 친밀하게 두고 두고 읽어가려고 한다.
[잠언이야기]
얼핏보면 하나님에 대한 이야기 보다 '지혜'에 대한 경탄이 가득한 성경이다. 성경중에 초신자에게 읽어보라고 하기 가장 좋은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불교, 철학, 심리학 등은 잠언에 나온 지혜와 닮아있는 부분이 많이 있다. 지혜는 우리가 어떤 상황을 처하든지 그 안에서 잘 살아가는 삶의 기술 같기도해서 그런 기술이 쭉 나열만 되어있으면 과연 성경이라고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허나 잠언은 끊임없이 반복해서 강조하는 것이 있으니 일상생활 속 그 어떤 문제도 하나님보다 우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살면서 하나님을 어떻게 생각하고 하나님께 어떻게 반응하는가가 가장 중요하다는 지혜의 근원을 말하고 있었다.
[전도서이야기]
이번에 전도서를 읽으면서 불신자였던 아빠가 성경을 접하시면서 가장 먼저 매혹당하셨던 책이 전도서였던 것이 기억난다. 전도사가 다 맞는 이야기라고 하시길래 도대체 뭐라고 써있는지 궁금해서 읽어봤는데 그 땐 어려서 '뭐 이런 비관주의, 허무주의가 있나' 싶기도 할만큼 끊임없이 '메멘토 모리'를 말하고 있었다.
이제 중년이 되어서 읽으니 꽤 공감이 갔다. 즐겁게 읽었던 부분을 공유하고 넘어가려고 한다. 쾌락주의라는 오해를 받을 만큼 누리며 사는 것에 대한 강조가 꽤 많이 있음에 놀라면서 에니어그램 7번의 쾌락주의 성향인 나에게 찰떡이라 무릎을 딱 치면서 읽었던 부분.
그렇다. 우리의 한평생이 짧고 덧없는 것이지만, 하나님이 우리에게 허락하신 것이니, 세상에서 애쓰고 수고하여 얻은 것으로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요, 좋은 일임을 내가 깨달았다! 이것은 곧 사람이 받을 몫이다. 하나님이 사람에게 부와 재산을 주셔서 누리가 하시며, 정해진 몫을 받게 하시며 수고함으로 즐거워하게 하신 것이니, 이 모두가 하나님이 사람에게 주신 선물이다. 하나님은 이처럼, 사람이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시니, 덧없는 인생살이에 크게 마음 쓸일이 없다. (전5:18-20 새번역)
[아가서 이야기] 아가서는 사랑을 노래하는 유행가와 닮은 구석이 있다. 남녀의 설렘과 심쿵 포인트를 담은 유행가와 다른 점은 아가서가 하나님과 인간인 나와의 연애를 다룬 다는 점이다. 솔직히 이렇게 해석하는 것이 약간 억지같기도 하다고 생각하면서 읽었다. 그래서 그 정서를 완전히 이해하면서 읽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친밀감'을 주제로한 시적인 표현들이 많이 나와서 재미는 있었다. 통독지기 장로님은 아가서를 1장- 둘이 만나서 사랑에 빠지고, 2장-더욱 발전하고, 3~4장- 사랑의 모험을 하다가, 5장-돌연 소강상태 권태기에 들어갔다가, 6장-성숙기를 맞이하는 cycle이라고 소개해주셨다. 결혼을 해보니까 5장에서 6장으로 들어가는 상태가 얼마나 어려운지 모르겠다. 진짜 사랑은 어쩌면 설레고 심쿵하는게 아니라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백현우와 홍해인이 통과한 모험과 권태의 시간 비슷한것을 지나 서로가 성숙하는 과정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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