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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노트/끄적끄적

매운맛 담임 교사 상담

by letter79 2023. 4. 4.

- 울면서 아이 학교 교문을 나온 오늘을 기록한다

오늘은 30분 일찍 퇴근해서 아들 학교 상담을 다녀왔다. 아이의 특징을 물으시는 선생님께 우리 아이는 다른 아이들 보다 칭찬에 목마른  '특히 담임 선생님께 칭찬받고 싶어하는 아이' 라고 칭찬 많이 해달라며 말문을 열었다. 선생님은 내가 학기초 써서 보낸 아이의 특징 '낙천적이고 명랑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 라는 문구를 내 앞에서 읽으시면 물으셨다. "지금 말씀하신 칭찬에 예민한 아이라는 특징과 낙천적이라는 특징은 상반되는데 좀 이상하지 않나요? 보통 칭찬이나 남의 시선에 예민한 아이는 낙천적이기 어렵거든요.. 무척 이상하네요?" 라고 질문을 하기 시작하셨다.

좀 당황한 나는 "아 그럴수도 있겠네요 선생님 말씀 듣고보니까요. 애가 참 긍정적이고 기분이 좋고 텐션이 좀 있는 편이라 그렇게 표혔했어요" 라고 하니까 두번째 선생님의 말씀은 이랬다. "정말 아이가 긍정적이라고 보시는거에요? 학교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라고 시작하면서 아이의 부정적인 특징을 드러내는 여러 학교 에피소드들 4가지 정도를 나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내 예상보다 매운맛 담임이시다. 보통 생기부에 행동발달사항에도 앞에는 긍정적인 특징 몇가지 써주시고 뒤에 진짜 하고 싶은 매운맛 말씀을 하시기 마련인데 이 선생님은 바로 앞을 잘라먹고 고쳐야할 점 부정적인 점을 아주 디테일하고 오래동안 설명하시는 것이다. 기분은 나빴지만 그 에피소드는 소중한 팩트이기 때문에 귀담아 들었다. 아이의 부정적 특징을 말하는 에피소드였는데 1. 너무 급하다. 2. 자기중심적이라 배려가 약하다. 3. 자기주장이 강하다 라는 세가지 특징으로 요약되는 이야기들이었다. 그래서 많이 힘드셨나보다.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 이야기를 하시는 선생님의 말 속에서 나는 '우리 아이가 싫으신가보다 귀찮으신가보다'라는 비언어적인 메세지를 전달 받았다.

그래도 마음과 다르게 나는 선생님이 많이 힘드시겠다며 우리 아이 단점은 알고는 있는데 집에서는 그런 모습을 자주 보여주지 않아서 좀 의외라는 말씀을 드렸다. 그랬더니 자꾸만 그 부정적 증거를 더 많이 이야기하시는 것이다. 아마도 본인의 말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니 설득하고 싶으셨던 것 같다. 점점 나는 우리아이의 집에서와 다른 부정적인 모습에 매맞는 느낌이 들었고 썩는 표정을 숨기기가 어려워졌다.  힘든 감정은 두가지였는데 우리 아이의 학교에서의 부정적인 모습이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인정하기 싫은 마음과 함께 선생님이 아이를 싫어하시는 마음이 전달되어서였는데 후자가 더욱 나를 힘들게 했다. 마스크를 썼었다면 바로 나왔을 텐데 노마스크로 간 나는 그만 그 썩은 표정을 들켜버렸고 선생님은 잠시 침묵을 깨고 말씀하셨다. "아 어머니 지금 마음이 제게 전달이 되는 것 같아서 제가 참 죄송하네요. 아이가 가진 부정적인 이야기는 작은 부분이고요. 잘하는것도 많습니다. 글씨도 잘쓰고요. 공부도 곧 잘하고요. 애가 참 순수해요 반항하느라 그런것 같지는 않고 그냥 사회화가 덜되어서 아직 어려서 나타나는 모습인 것 같아요" 라고 수습을 하기 시작했다. 썩어버린 표정은 다시 돌아올줄을 몰랐지만 "네 알겠습니다. 퇴근시간이시죠 저 먼저 일어날게요" 라고 하고 가방을 들고 나오는데 그만 눈물이 뚝 떨어져버렸다.

당황하신 선생님 표정이 그대로 드러나고 우리는 눈을 마주쳤는데 선생님도 글썽이시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터져나오는 눈물을 들켜버리고 말았다.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머니 이러려고 말씀드린건 아닌데 제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저도 애키우는 엄마라 엄마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서요" 라고 말씀을 하셨다. 우는 나를 따라오셨지만 정말 불편했다. 너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선생님 제 감정이 잘 안추스러져서요 이건 제가 추스리면 되는거라 선생님 불편해하지 마세요. 부끄럽네요" 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울먹이면서 이 말은 꼭하고 나왔다. " 선생님 우리 아이 예뻐해주십사하고 조퇴하고 이렇게 왔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하고 말했다.

교문을 나오면서 이 감정이 반복된 감정임도 깨달았다. 아! 코로나 전에 유치원에서 선생님이 아이 자기주장강한 것에 대해서 힘들어하시면서 상담받아야 할 정도라고 하셔서 멘탈이 나가서 울면서 나왔던 유치원 교문도 생각났다. 이상하게 집에서는 하염없이 귀여운 아들이 단체생활에서 사회화 안된 모습, 특히 반듯하신 여자 담임선생님에게는 찍혀버리는 두번의 경험이 속상했다. 이렇게 매운 맛일수가 없는데 이유는 아이를 보는 사랑없는 귀찮아하는 듯한 그 감정이 상상되어 마음이 참 어려웠다.

나는 두가지 환상에 젖어있었던 것 같다. 우리 아이는 괜찮다라는 환상과 선생님은 우리 아이를 예뻐하실거라는 환상이다. 두가지다 깨진 날이다. 아이는 부정적인 모습으로 학교 생활을 하고 있었고 선생님은 그 부정적인 모습만 크게 보시고 많이 지쳐서 귀찮아하시는 것이 현실이었다. 맵지만 받아들이기로 하고 나는 그 다음 계단을 올라야하겠다. 

육아는 자기를 부인하는 과정이라고 했는데.. 맞는 말인 것같다. 내가 가진 환상 그런것들이 깨지고 내 기대도 깨지고 받아들여야할 현실이 있고 그러면서 성장하는 과정들 말이다. 나는 그래도 맵지만 성장하려고 한다. 다음 스텝은 아직 모르겠다. 오늘은 매운맛 담임 상담에 아이 교문을 울면서 나왔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아픈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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