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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노트/끄적끄적

매운맛 담임샘과 상담 그 이후

by letter79 2023. 4. 5.

두가지 환상이 있다. '우리 아이는 꽤 괜찮다' 라는 환상과 '우리 담임샘은 우리 아이를 예뻐할 것이다' 라는 환상이다. 우리 아이는 가정에서는 잘 모르는 모습으로 학교에서 살고 있다. 

나는 요즘 그 두 가지가 환상이라는 걸 느낀다. 어제 매운맛인 아들 담임샘과 상담을 마치고 기윤실교사모임에서 공감해주는 선배남자교사 두분의 카운셀링을 들으면서 두 가지 시선으로 상황을 볼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공감이 주는 놀라운 치유를 나는 어제 온 몸으로 경험했다.

시선 1 - 50대 여교사의 지친 모습, 일반적인 교사의 모습, 아이를 보는 시선에 너무 마음쓰지 말것, 담임과 공조체제로 가야함

시선 2- 그 담임교사와 대판 싸워? 내 자식 함부로 하지말라고 엄포를 놓을것. 우리 애 그런 대접 받을 애 아니라고 말할 것.

하루 만에 생각이 바뀌는게 얼마나 웃긴 일인지 모르겠다. 어제의 나는 서운했고 놀랐다. 설명하자면 아이 담임교사의 사랑없음에 서운했고 아이가 그 분 보시기에 괜찮지 않아서 놀랐다. 

생각을 해보면 아이는 문제가 있는게 당연하다. 나는 문제가 없는가? 이젠 누가 지적 안해서 그렇지 문제는 많다. 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정신을 차려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겠다. 나는 그 매운맛 담임에게 깊이 공감하지는 않지만 일단 공조체제 페르소나를 쓰기로 했다. 

아이에게 온기란 느껴지지 않는 그런 사람이 하는 평가에 너무 크게 마음 쓰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칭찬은 집에서 많이 내가 해주고 사랑은 내가 많이 해주면 되니 학교에서의 모습은 좀 다듬어 가야겠다. 아프지만 꽤 유익한 지적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