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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영화, 음악 이야기

예정된 악인, 유다

by letter79 2023. 1. 13.

간단하게 이 책을 설명하자면 유다를 둘러싼 혐오의 연대기를 정리하고, 그로 인한 ‘유다 신화’를 역사적 자료와 성경을 통해 파해치는 책이다. 저널리스트인 피터 스탠퍼드가 유다의 비극이 펼쳐진 장소 순례하고 유다의 의미에 대한 책을 파해쳐서 썰을 푸는 것이 이 책이다.

인류 역사상 사람들이 가장 혐오한 이름인 유다 이야기는 인류가 주류 의견을 거스르고, 사회가 용인하지 않은 길을 걷고, 위험한 의견을 제시하는 이들을 계속해서 희생양으로 삼는 한, 역사상 가장 거대한 희생양이었던 유다의 이야기는 이후로도 계속 반복된다. (프롤로그)


나는 유다가 천국에 있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성경공부 시간에 목사님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감사하게도 내 시선은 예수의 시선을 닮았다고 하셨다. 아무도 누구의 구원을 확신할 수 없다며 열린결말의 이야기를 해주셨다. 유다의 그 마음의 번뇌를 예수가 몰랐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대했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스승에 대한 대단한 배신감이 있었을 것 같다. 팔아넘기고 나서 그의 마음은 더욱 지옥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시 되돌려 주려고 하고 목을 매달았다, 배가 터졌다 등등 전해져오는 이야기로 부터 유추해보는 마음이다.

유다처럼 살지 말아야지 그렇게 마음먹으라고 성경이 말하는 것 같지 않다. 다만 유다같은 마음이 누구에게나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일단 신앙서적도 아니고 신학자가 쓴 책도 아니다. 저널리즘이 다큐멘터리 제작하듯 쓴 책이다. 주제는 유다인데 얼마나 유다를 파고 팠는지 400페이지 이상 이야기가 촘촘하다. 신학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그냥 유다가 살았고 죽었던 그 곳에 방문하고 유다에 관한 책들과 노래들을 수집하고 그대로 객관적으로 분석해낸다. 나는 아주 정독은 아니고 가볍고 빠르게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유다이야기를 발췌독을 했다. 정말 유다의 배신은 과연 필수조건인가? 아니다. 유다가 아니었어도 예수는 십자가를 향하여 가고 있었다.

유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이유는 유다의 이야기 속에 예수와 유다의 우정, 배신 이런 양면성 때문이다. 유다는 우리 모두가 경험해본 배신자의 감정에 호솨면서, 동시에 배신을 당하는 쓰라린 감정에도 호소한다. 유다는 배신을 상징하면서도 진전을 상징한다. 교회는 물론이고 그 반대파도 각자의 목적을 위해 휘둘렀던 무기이자 희생양이다. 사탄의 도구 이면서 신의 대리인이다.(376)

이상하다. 나는 유다를 손가락질하면 안될 것 같다. 내안의 유다의 모습은 더욱더 많거든.. 그래서 유다의 모습에서 내 모습을 본다. 내가 기대한 신이 아니었을때의 그 실망감을 그는 얼마나 힘들어했을지 말이다.
열혈당원이었던 그가 기대한 모습의 신은 아니었만 3일만에 부활했던 예수의 이야기는 유다 마음에 어떤 반향을 일으켰을지 나는 감히 상상해본다. 그래서 처절히 괴로웠을것이고 그런 괴로운 모습을 나는 예수님이 불쌍히 여기셨을것이라고 생각한다.

성니콜라우스 교회의 ‘용서의 유리창’ 에 그려진 유다의 모습을 그린 휘슬러 경은 그렇게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환한 빛이 내리쬐고 있는 유다는 더 이상 어둠을 상징하는 인물이 아니다라고. 만약 유다가 정말로 가장 사악한 죄인이었다고 할지라도, 그 죄는 신의 빛으로 용서받을 수 있다는 의도를 이 유리창은 담아 내었다. ‘시간과 시대를 초월해 평범한 이들과 공감하는 인물’로 그를 그려 내었다


유다에 대한 예수님의 마음이 궁금해져서 나중에 만나면 한번 물어보고 싶다. 지금은 물어볼수 없으니 책을 통해 그냥 상상해볼 수 밖에 한시간 남짓 상상해보았는데 만족스럽다.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