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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노트/끄적끄적

23년 3월 16일 학교는 이렇습니다

by letter79 2023. 3. 16.

오늘은 3월 16일 눈알이 빠질것같았던, 방광을 채운 소변을 비울 틈이 모자라고 양치질을 못하고 집에 갔던 두주가 흘러 이제 좀 숨을 돌립니다. 아... 약간 오바를 한것 같긴 합니다만 바빴다는 말입니다. 아주 잠깐이지만 진짜 화장실이랑 양치질 가는걸 생각해두고 해야하는 그런 시간이 있긴 했고 잘 지나갔습니다.

아들도 4학년이 되어서 학교에서 지내는 시간과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해줍니다.

"엄마 근데 우리 선생님이 첫째날에는 우리를 쉬는 시간에도 쳐다보고 있었거든? 그런데 둘째날부터 컴퓨터만 봐 쉬는 시간에.." 이 대화로 떠오른 3월 2주를 지내고 있는 선생님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나는 선생님이긴 하지만 보건선생님이니까 아싸에 가까운 선생님입니다. 그래서 아싸들이 더 잘 볼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한번 적어보려고 합니다.

3월에 선생님들은 정말 바쁩니다. 왜 바쁠까? 뭐하느라 바쁠까? 아마 떠올려보면 잘 이해가 안갈 수도 있어요. 일단 선생님들은 아이들 파악하고 학급규칙 같은 걸 세우고 임원도 세우고 학부모회도 구성하고 뭐 그런 학급이라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바쁘시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른걸로 더 바쁘세요. 저는 그걸 딴지 걸고 싶어요.

아마 첫날과 둘째날 즈음에는 아이들에게 눈을 떼지 못하시고 사고를 누가 칠까? 하면서 서치모드로 아이들을 보셨을 수 있는데 슬슬 각종 공문서 작업을 하시느라 무척 바쁘십니다. 진짜 진짜 바쁩니다. 왜냐면 각종 계획서들과 예산들을 짜는데 아마 작게는 10건~많게는 30건 넘는 각종 계획들과 예산이 있으실 겁니다. 그걸 대부분 3월 17일 그러니까 내일까지 내라고 한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 대단히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만남의 시기인 학기 시작 후 3주를 이렇게 교사를 닦달하면서 예산서를 받아야 합니까? 계획서를 받아서 그렇게 짜내야하느냔 말입니다. 징징거리는게 아닙니다. 사람은 다 에너지가 정해져있는데 사람을 다루는 직업인 선생님들은 이 시기 그 에너지를 아이들을 보는데 향해야한다는 말을 하는겁니다. 그런데 왜 계획, 예산을 받는 기관(교육청, 구청 등)에서는 3월 3주 안에 그걸 굳이 받아야 하는지 잘모르겠습니다. 

지금 교무실에는 가득 거의 매일 야근을 한 안구건조증 환자들이 쾡한 눈으로 멍하니 있습니다. 안쓰럽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합니다. 상담주간이라고 잡아 둔 이 시기 아이들을 하나하나 상담하는 선생님들이 얼마나 에너지가 남았을까 걱정도 됩니다. 선생님이 에너지가 있어야 아이들을 아주 섬세하게 볼 수 있거든요. 가면을 쓴 모습인지 아닌지요.그리고 아이들도 직감합니다. 만남 후 얼마 안된 그 시간에 아이들이 결정해버리거든요 이 어른에게 내가 어디까지 보여줄지를 말입니다. 그래서 제 결론은 최대한 3월에 교사를 공문서 계획 예산 작업에서 빼내고 싶습니다. 이걸 조희연교육감 길에서 만나면 제언하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선생님과 만나는 이 시기에는 선생님 좀 살려주시라고요. 3월엔 아이들 집에 가기전까지 컴퓨터 안보고 애들만 멍때리면서 쳐다보는 그런 학교를 정말 만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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