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노트/콩콩이 이야기

훈육에 대한 서천석샘의 글

by letter79 2021. 6. 4.

아이의 잘못을 야단 칠 때는 태도는 분명하게

 

아이의 잘못을 야단칠 때는 분명하게 하는 편이 좋다. 애매한 태도로 대하면 아이는 어디서 멈춰야 하는지 배우기 어렵다. 
분명하게 한다는 것이 무섭게 대한다는 뜻은 아니다. 공격적으로, 아이를 위협하거나, 모욕적으로 대하라는 뜻은 아니다. 이렇게 하면 안  되는구나 느낄 수 있게 하면 된다. 아이가 감지할 수 있는 확실한 신호를 주고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은 넘지 않게 해야 한다.
아이가 힘으로 반항을 하면, 힘으로 제압해도 좋다. 제압할 때는 확실히 제압하되 나의 흥분은 빠르게 가라앉혀야 한다. 부모도 사람이니 힘을 쓰면 흥분하게 되어 있다. 그 흥분을 빠르게 가라앉혀야 훈육이 가능해진다. 만약 아이가 놀라서 운다면 어떨까? 걱정할 필요없다. 잘한 것이다. 억울해 하며 운다면 어떨까? 이 역시 아이가 자기 행동의 한계를 깨닫게 된 것이니 나쁘지 않다. 만약 겁을 먹고 불안해 한다면 내가 지나치게 흥분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서로 소리나 지르고 있다면.... 그 경우는 제대로 못한 것이다. 아이가 눌려야 한다.
눌린 후 울적한 아이에게 말해줘야 한다. 진지하게 말하기보다 가볍게. 
"네가 힘을 쓰면 엄마도 (아빠도) 힘을 써야 하는데, 그러고 싶지 않아. 힘 쓰는 것은 별로야."
힘으로 하는 것은 좋지 않다. 나쁘다. 하지만 아이가 힘을 쓰면 어른인 부모는 더 힘을 쓰더라도 옳은 것을 가르쳐야만 한다. 힘을 쓰면 된다는 것을 느끼게 해선 안 된다. 그래서 훈육은 아이가 어릴 때 해야 한다. 이미 힘이 나와 맞먹어서 내가 빠르게 제압하기 어려워졌다면 훈육은 쉽지 않을 수 있다. 이럴 때는 기로 눌러야 하는데, 기로 누르면 아이에게 잔상이 남기 쉽다. 잔상이 남게 될 상황이라면 훈육 후 빠르게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만들어 기분을 풀어야 한다. 좀 더 피곤해진다. 
만 다섯 살 전에 훈육을 잘 해두면 아이는 부모가 그어놓은 선을 적어도 대놓고 무시하지 못한다.
이런 말도 여러 번 했다.
"사랑하는 아들.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다투지 말자. 하기 싫은 마음은 알아. 귀찮지. 짜증나고. 하지만 해야 하는 이유는 여러 번 말했잖아. 아빠는 네가 혼나는 것이 싫어. 그렇다고 아빠가 되어 가지고 아들이 해야 할 일을 안 하는데 그냥 놔둘 수는 없잖아. 그러면 아들을 제대로 키우지 않는 나쁜 아빠잖아."
당연하게도 아이는 이 말을 다 알아듣지 못한다. 약간의 억울한 마음을 갖는다. 그 마음은 아빠와 보내는 좋은 시간으로 중화할 수밖에 없다. 좋은 아빠와 나쁜 아빠 두 아빠가 아이의 마음 속에서 하나로 합쳐질 테니, 그것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문제는 단호함이다. 내 태도에서 어떤 문제에 있어서는 흔들리지 않고, 밀고 나가려한다는 것을 아이가 느껴야 한다. 그 단호함이 아이에게 행동의 경계를 지어준다.
물론 그렇게 하지 전에 자꾸 스스로 되물어야 한다. 이게 정말 강하게 밀고 갈 일인지. 내가 아이에게 과하게 요구하는 것은 아닌지. 나와 아이의 사이는 충분히 좋은지.부모는 아이를 잘 받아줘야 하지만, 아이에게 부모가 밀리면 곤란하다. 아동기의 육아는 결국 부모가 우위에 서야 한다.

 

부모를 이겨 먹으려고 하거나 부모에게 지는 것을 억울해 하는 경우

 

그런데 일부 아이는 꼭 부모를 이겨 먹으려 한다. 부모에게 지거나 밀리면 분하게 여긴다. 밀렸다 생각하면 원한을 품고 되갚으려고 든다. 놀이에서 그런다면 웃으며 받아줄 수 있지만 일상에서도 부모의 위에 서려 한다면 그걸 그대로 두고 볼 수는 없다. 그래서야 육아가 너무 힘들어지고, 결국 부모는 아이에게 심하게 화를 내거나 아이를 이끄는 일을 포기할 수 있다. 네 인생인데 네가 알아서 하라고...

아이가 어렸을 때 부모가 유능하고 강하다는 것을 보여줄 우연한 기회가 종종 있다면 이런 상황을 피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실은 별 것 아니지만 아이의 눈으로 보기에는 경탄할만한 처리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이는 부모가 힘이 세고, 대단하다고 생각하며 부모에게 의지하려는 태도를 갖는다. 부모를 따라 배우며 강해지려는 마음을 먹는다. 이렇게 흘러가야 육아가 편해진다. 자칫 세상은 위험하고, 부모는 나를 보호하지 못하거나 보호할 마음이 없으니 내가 강해져야 한다는 식으로 아이가 마음자리를 갖게 되면 육아는 피곤해진다. 대결의 장으로 자주 변한다. 부모를 이겨야 자기가 안전하다고 생각할테니 아이는 늘 죽자고 덤비려 들고 부모에게 밀릴 때마다 억울해 한다.

유아가 자신이 부모에게 눌리거나 밀린 것을 억울해 한다면, 육아는 위기애 빠진 것이다. 그럴 때는 이런 이야기를 꾸준히 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야기는 크게 두 갈래다.

첫째, "엄마에게(아빠에게) 못 이겨서 억울해? 에구. 마음이 안 좋은가 보다. 화나고 꼭 이기고 싶은가 보다. 네가 세지려고 하는 것 엄마(아빠)는 좋아. 더 튼튼해지고 더 힘도 커지고 그러면 좋겠다. 근데 아직 한참 동안은 엄마(아빠)를 이기기는 어려워. 엄마(아빠)는 세상으로부터 우리 OO이를 보호해야 하거든. 여러 몬스터를 물리치고 우리 OO이가 안전하게 살아가게 하려면 엄마(아빠)가 약해선 안 되지. 엄마(아빠)는 야근 몬스터도 이기고, 수면 부족 몬스터도 이기고, 이상한 사람, 도둑과 범죄 저지르는 사람도 이기고, 스트레스 몬스터도 이기고, 카드값 몬스터도 이기고 또 힘든 일도 해내고 그래야 하거든. 그러려고 힘을 많이 키웠어. 우리 OO이 안전하게 키우려고. 그러니 지금은 OO이가 엄마(아빠)를 못 이기는 거야. 엄마(아빠)가 약하면 OO이를 나쁜 몬스터로부터 보호할 수 없지."

부모가 강한 것은 너를 보호하기 위해서이고, 나는 네 편이란 메시지다. 너를 보호하기 위해 힘을 키웠기에 네게 지지 않는다고 말해준다. 아이는 부모에게 지는 것이 이제 나쁘지 않다. 이기는 것이 어쩌면 더 불안할 수 있다. 부모와 자녀 사이는 대결하는 사이가 아니고 보호하고 지키는 사이임을 분명히 해준다.

둘째, "그래도 OO이가 엄마(아빠)를 이길 수 있어. 계속 많이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힘을 키우고, 머리도 똑똑하게 하고 그래서 더 세져야지. 그래서 어른이 되면 아마 엄마(아빠)를 이길 걸. 엄마(아빠)보다 몇 배 더 세질 지도 몰라. 와 그러면 너무 좋겠다. 엄마 도와줄 수도 있고, 보호해줄 수도 있고, 같이 몬스터 사냥도 나가고... 생각만 해도 신난다.... (엄마(아빠) 안 도와줄 거라고. 그래도 돼. 하하. 엄마(아빠) 돕지 말고 더 재미있는 것 많이 하고 살면 되지. 엄마(아빠)도 약해지지 않게 계속 노력할게.)"

시간이 지나면 달라지고 너는 자라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어린 아이들은 변화의 개념이 잡히지 않으므로 아가 때부터 지금까지 어떻게 달라졌고, 전에는 못 하던 것을 해내게 되었고, 얼마나 강해졌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줄 필요도 있다. 사진을 같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어쨌든 지금 네가 부모에게 밀리는 것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말해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긍정적인 쪽을 보고 나간다.

여기에 하나 더 붙여 준다.

"지금도 놀이에선 우리 OO이가 더 잘하기도 하는데. 거기선 엄마(아빠) 이기잖아. 공룡놀이 할 때도 OO이가 대장을 하고 엄마(아빠)가 쫄병하는데... 놀 때는 우리 OO이가 앞장 서. OO이가 잘하니까. 충성"

상상에서는, 놀이에서는 자기의 소망을 이룰 수 있다. 이기고 싶고, 강해지고 싶은 마음은 나쁘지 않다. 다만 지금 현실에선 그렇게 할 수 없을 뿐. 부모는 이겨 먹을 수 있을지 몰라도 아직 세상을 이길 수는 없다. 부모를 이겨먹어서야 세상을 이길 힘을 키우기가 더 어려워진다. 그래서 현실에선 밀리고 따르는 처지일 수밖에 없지만 그 아쉬움을 놀이에선 풀어낼 수 있다. 소망을 이룰 수 있고 그렇게 꿈을 유지할 수 있다. 이것이 놀이의 힘이다.

아이는 부모를 당장 여겨선 안 된다. 결국은 이기겠지만. 진 것을 억울하게 느껴선 곤란하다. 부모를 따르고 그래서 편안해야 한다. 그 안에서 힘을 키워 정말 강해져야 한다. 사춘기 전에는 그래야 한다. 사춘기부터는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어야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