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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노트/콩콩이 이야기

열흘 간

by letter79 2013. 1. 17.

2013년 1월 7일 새벽

그러니까 6일 주일날 밤 아홉시쯤 이슬이라는것이 비치고 본격적인 진통이 새벽 무렵부터 시작이 되었다. 밤사이 견딜만한 진통이 10분 단위로 규칙적으로 오고 새벽 세시경 신랑과 나는 쟁여뒀던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그리고 샤워하고 머리를 감았다.(현재까지 샤워를 못했으니 열흘간을 못씻은 것이다.) 월요일 오전 여덟시경 병원에 도착해서는 입원하자고 해서 입원을 했는데.. 약간의 출혈이 있고 이상한 분비물이 나오는것이 이상하다고 의사에게 말했다.

 

가족분만실로 옮겨서 진통을 하다가 좀 진행이 더디다며 수축제를 걸었고 그러고도 진행이 매우 느렸다. 콩콩이는 3.8정도 예상되는데다 머리도 매우 크다고 했기 때문에 그렇겠거니 했는데 양수를 터트리니 새카맣게 태변이 나왔고 아이도 태변을 먹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이때 그냥 수술하자고해서 얼릉 콩콩이도 꺼냈다면 나도 좋고 콩콩이도 좋았을 텐데..) 무통 주사를 시작하고는 살만해지긴 했는데 정말 더디게 진행이 되었고 새벽 열두시부터 시작된 진통은 오후 다섯시가 되어도 수축제로 거는 자궁수축마져 점점 약해지고 있어서 결정해야 했다. 콩콩이도 걱정되고 엄마도 너무 지쳐갔기 때문에 결정하라고 의료진이 권유했다.

 

오후 여섯시정도에 수술실로 내려가서 무통주사 맞을 때 연결한 경막외마취로 수술을 준비하고 나는 또렷한 의식으로 좀 두렵긴 했지만 마취가스가 아기에게 좋지 않기 때문에 경막외 마취를 강력히 주장했다.(전직 마취과 간호사 경력은 각종 위험 발생가능성을 생각나게 했다.) 척추로 마취를 시작하고 한시간안에 끝나리라고 생각했던 수술은 아기가 나온지 세시간이 지나고 끝날 줄을 몰랐다. 이유는 자궁수축이 안되는 것과 출혈이었다. 출혈 때문에 수술실이 정말 분주하고 긴장감 가득이었고 마취과 과장까지 호출해서 머리위에서는 마취과 사람들이 네명이서 계속 혈압유지를 위해서 이곳저곳을 쑤셔대며 수액라인을 잡고 있었고 약이 마구 주입이 되면서 후유증으로 몸이 덜덜덜 떨리기 시작했는데 그 때 시작된 떨림이 제일 힘들었다. 의식이 계속 있었기때문에 아기가 나오고서는 보여주시는데 나는 몸이 너무 힘들어서(수술이 길어지고 출혈이 안잡혀서 너무 추웠다) 출산의 감격은 생각보다 덜했다.

 

(출생 후 대충 씻어놓은 콩콩이)

 

 

(다음날 신생아실 콩콩이)

 

오후 아홉시경 자궁을 적출할수도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수혈을 분주히 준비하기 시작하고 있었던 수술실 안에서 조금씩 괜찮아진다고 해서 수술을 마치려고 하는 듯했다. 수축을 돕는 약때문에 몸이 떨리는 증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었고 생각보다 지체된 수술 시간 때문에 척추마취도 계속 깼지만 수술에 방해될 까봐 정말 많이 참았다. 참 잘 참았다.

회복실에 나와서 나는 심한 고열에 온몸에 얼음찜질을 하고 있었고 수혈을 받아야하지만 열이 나서 오래동안 열을 내려야했다. 게다가 그때 맞았던 마약성진통제 때문인지 출혈 때문인지 의식이 점점 저하되는 것이 제일 참기 힘들었던 것 같다. 회복실로 호출한 콩콩이 아버님은 옆에서 울고 계셨고 그 때 나는 얼른 나를 깨워달라고 살려달라고 그랬던게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밤사이 수혈하고 열이랑 떨림때문에 고위험산모실로 옮기고 나서도  엄마와 시어머니, 그리고  신랑을 번갈아가면서 교대하게 했었다.

 

내가 조금 정신이 들고 일반병실로 옮기고 나서 아이얼굴을 보러 몇번 가게 되었을 때 이번엔 콩콩이가 문제였다. 콩콩이는 태변을 왕창 먹고 소아과 의사가 주의 깊게 보고 있었는데 점점 호흡이 안좋아졌는지 수요일 쯤 호흡기를 달수 있는 신생아 중환자실로 이송하자고 했다. 가까운곳이 없어서 결국 신촌세브란스 신생아중환자실로 구급차를 타고 이송을 했고 콩콩이랑 아빠랑 가서 그곳에서 의사를 만나고 왔다.

 

(신촌세브란스 신생아중환자실/ 황달치료, 폐렴치료 및 각종 검사 진행)

이 때부터 각종 침습적인 검사들과 애태우는 과정이 시작되는데.. 우리 부부는 정말 간절하게 기도도 나오고 또 중보 기도해주는 분들이 붙기 시작했다. 중보기도해주시는 분들의 관심에 참 놀라면서도 감사하면서도 걸려오는 연락들에 기분이 상하기도 하고 위로도 받고.. 그랬던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3-4일이 고비였는데 그 시간동안 마음을 얼마나 졸였는지 모르겠다.

 

(산소후드쓰고 먹기 시작함)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콩콩이는 먹기 시작했고 조금씩 보였떤 염증소견과 엑스레이도 좋아지고 있었는데 가장 우려했던 치명적인 합병증도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참 감사했다.

 

(매일 아빠가 면회시간에 갈 때마다 자고 있었는데 이날은 깨어서 두리번두리번 했다)

 

(우리부부는 없는 쌍거풀! 잠시 있는듯하더니 없어졌다)

 

오늘은 콩콩이가 퇴원할 수 있는 정확한 날짜가 나오는 날이다. 조금 뒤에 이상소견이나왔던 검사하나도 진행을 한다고 한다. 정말 감사하다. 하지만 검사가 모두 정상이 나오기 전까지 참 이 노무 걱정과 염려라는 녀석은 좀처럼 사라지진 않는다.

 

 

(항생제 치료도 마쳐가는 콩콩이 어제 모습)

 

부모가 되는게 참 어렵고 가슴을 졸이는 일이구나... 이제 콩콩이- 이. 지. 훈. 이 녀석이 오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데..문득 문득 드는 '잘할수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뒤척뒤척이는 간밤이었다.

 

열흘간은 그간 출산의 과정과 콩콩이가 우리 품에 오는 과정이 모두 어느것 하나 쉽지 않았기 때문에 더 귀하고 감사하고 중보해주고 기도해주는 사람을 다시한번 확인하고 얻었던 시간이었다. 하나님이 우리를 얼마나 성장시키셨는지 얼마나 깊어지게 하셨는지 알게된 시간 그래서 은혜의 시간이기도 했고 어두운 터널같은 시간이기도 했다.

확실한 것은 이제 리얼 부모구나..

리얼이다.. 이제 리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