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월요일마다 숙제를 버거워 했다. 다른 요일과 달리 조금 빡세게 일정이 잡혀있다. 영어, 수학 학원에 농구배우러가는것 까지 해서 집에서 모든 일정이 마치면 8시반이다. 그 때와서 학원 숙제 하려고 하면 피곤하다. 월요일이기도 하고 농구다녀와서 몸이 피곤하다. 다른 요일은 이렇게 일정이 꽉 차있진 않은데 말이다. 심지어 하나도 없이 노는 금요일도 있는데 월요일만 좀 그런건 짜다보니 어쩔 수 없이 스케쥴이 그리 되었다.
오늘은 몸이 너무 피곤해서 안내던 짜증을 내는것이 아닌가. 이런애가 아닌데 날카로워졌고 눈을 보니 너무 쾡하다. 안쓰러 미치겠다.
오늘의 일정 중에 뭔가 수정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고 아들에게 오늘 중간에 한시간 정도 자유시간이 있는데 그 시간에 숙제를 하고 농구 다녀와서 일찍 자고 쉬면 좋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나에게 충고를 한 마디 하는 것이 아닌가?
"엄마는 너무 바로바로 바꾸는 경향이있어. 좀 지켜보다가 바꿔도 되는데 말이야. 항상 오늘 처럼 졸리고 피곤한건 아니잖아. 오늘만 좀 그런거 같은데 엄마는 너무 민감하게 바로 바꾸려고 하더라. 전에도 엄마랑 나랑 싸우는게 이런 것때매 싸웠던 거같애 알지?"
나는 민감하고(혹은 예민하고) 바로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 행동파이고, 심지어 급하다. 아들 눈에는 내가 그렇다.
과연 내가 진짜 그런가 생각을 해보면 싫지만 인정해야하는 내 모습이다. 아들이 보는 내가 정확한 나니까 인정해야 한다. 억울한 마음도 올라온다. 아들에 대해 민감하지 않은 엄마가 어디있겠나? 걱정되면 바로 행동으로 급하게 옮겨야 하는 모습은 엄마의 사랑의 다른 모습 아닌가? 갑자기 내 성격적 결함으로 그것을 정리하는 아들이 조금은 서운했다.
"음 그럴 수도 있겠네.." 라고 힘들지만 말했다. 이제 커서 부모의 결함을 발견한다. 그리고 부모가 완전하지 않다는 것을 내면화하게 된다. 이제 부모의 역할은 또 다른 국면을 맞이 하게 되는 것 같다. 사.. 춘.. 기.. 부모의 모습으로 아이와 잘 지내야 한다. 나는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상상도 할 수 없다. 하지만 음 그럴수도 있겠네 하고 경청하려고 한다. 아이 생각이 내 생각과 다르고 딱 봐도 실패할 것 같은 이야기를 해도 "음 그럴수도 있겠네"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하지만 자녀의 약함을 모두다 허용하면서 타협하는 친구같은 부모 말고 진짜 좋은 부모가 되고 싶다. 이렇게 커서 부모에게 충고까지 하는 아들이 왠지 낯설지만 이제 아가는 없다. 뼈를 때리를 충고를 종종 하는 틴에이져 한명이 생겼다.
'일상 노트 > 콩콩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빠는 졸지에 로맨스 집착남 (0) | 2024.05.31 |
---|---|
입짧은 아이 (0) | 2024.05.30 |
콩콩이 11세 첫 핑크빛 스토리(TMI로 가득찬..) (0) | 2024.05.22 |
아쿠아슬론대회 첫 참가후기 (0) | 2024.05.09 |
아이스크림 (24.3.21. 이지훈씀) (0) | 2024.03.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