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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노트/콩콩이 이야기

아이스크림 (24.3.21. 이지훈씀)

by letter79 2024. 3. 22.

 

2024.3.21. 학교에서 국어시간 시쓰기 활동에서 낳은 시

아침에 출근하려고 하는데 자기가 시쓴거 봤냐고 묻는다. 당연히 못봤지~ 아들 책가방은 가끔 보는 미안한 엄마의 자각이 잠깐  찾아온다. 시를 펼쳐서 보여주는데 '이야~~'하고 감탄이 나왔다. 그렇지 이 조그만 열한살 생명체에 얼마나 많은 시가 드글드글 할 것인가... 그걸 국어시간 시쓰기 활동에서 건져주신 담임선생님에게 고마왔다. 내가 일주일에 한번만 시를 써주면 안되냐고 했는데 단칼에 거절하신다. 권일한 선생님이 그러셨는데 초등 남자아이들은 억지로라도 쓰게 해야한다고..
 
선생님이 시를 쓰는 요령을 알려주셨다고 했다. 일단 과거형으로 쓰면 안된다. 그리고 길게 설명하면 안된다. 그리고 또하나 있었는데 생각이 안난다. 그 요령으로 지어낸 시가 바로 저 시이다. 담임선생님은 "시 처음써보는거 맞아?"라고 하셨다고 한다. 잘 썼다고 스스로도 느끼는 모양이다. 출근하면서 내가 이거 코팅하게 들고 간다니까 가서 중학생누나들한테도 꼭 자랑하라고 했다. SNS에 올리고 자랑을 많이 해달라고 한다. 역시 나를 닮아 관종이다.
 
시인이 그림까지 그린거라 그림에도 시가 보인다. 해가 추워서 당황하는 표정과 아이스크림을 먹는 혀를 의인화한 부분을 아들이 설명해주었다. 한여름 하드를 한입 베어 물었을 때 눈이 번쩍 뜨이면서 갑자기 내 눈 앞에 겨울이 펼쳐지는 장면을  정말 잘 표현했다. 주인공의 초록색 상의에는 축구대회에서 우승해서 우승컵을 얹은 장면이 담겨있다. 열한살 꼬물거리는 그 생명체에는 이렇게 시인이 들어있었다. 나는 오늘 그 시인의 영감에 입을 쩍 벌리면서 경이로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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