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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영화, 음악 이야기

당신은 옳다 (정혜신)

by letter79 2018. 12. 27.

http://aladin.kr/p/XLOmr

세바시에서 이 책의 제목으로 정혜신이 강의하는 걸 잠깐 봤다.

그리곤 읽고 싶어서 도서관에 예약 해뒀다가 남편 회사에 정혜신이 강의하러 온다고 하는 이야길 들었다. 책을 남편이 사가지고 왔다.

정혜신은 늘 우리 사회 불편한 어딘가에서 억울한 그곳에 몸이 가있었던 사람이다. 신기했다. 그렇게 살수 있다니... 하면서..

그녀의 직업은 정신과의사다. 정신과 의사라는 타이틀을 가진 사람이 쓴 자기계발서 혹은 에서이라고 생각하면 참 많은 종류의 책들이 우리 주위에는 있다. 원래 알았던 이야기이거나 알지만 실천이 안되는 그런 책 종류들이 많았다. 좋은 책도 있었고 그냥 읽고 나서 별로 기억이 남지 않는 책도 있었다. 자기계발서처럼 보이는 이 책은 사람들에게 저평가 되기 쉽다고 느껴진다 왜냐하면 우리는 주위에 정신과 의사나 상담가가 쓴 자기계발서를 너무나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정신과 의사가 썼다고 하기에 너무나 파격적이다. 최근 체크리스트 위주의 진단과 약처방 위주의 진료실 흐름을 과감히 적나라하게 공격해버린다. 아..... 읽다가 막 내가 다 후달릴정도로 파격적으로 이야기했다. 정신과 의사 타이틀 떼고 사람 대 사람으로 그녀가 발견한 강력하고 실용적인 힘인 '공감'을 처음부터 끝까지 흔들리지 않고 전사처럼 강조하고 있다.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바라 보는 시각이 얼마나 참신한가.. 이 책을 읽다 그부분에서 막 그녀에게 박수치고 동의하고 싶어졌다.

제목 '당신은 옳다'는 조금 더 의역을 하면 '당신의 존재는 옳다' 라고 다시 써볼수 있을것 같다. 당신 말이 행동이 타당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당신의 존재를 인정하고 공명한다는 의미라고 나는 받아들였다. 존재로 들어가는 문고리는 감정이나 느낌이다. '감정이나 느낌은 언제나 옳다'는 이 어디서 많이 들어본것 같은 하지만 가슴으로 내려와서 실천되지 않는 명제다.

첨부터 끝까지 이 책 한권은 두글자 '공감' 에 대한 오해와 클리셰가 많은 우리에게 리얼 공감이 뭔지 한순간도 흔들리지 않고 힘주어 말한다. 그녀의 힘주어 말하는 이이야기가 근거가 충분하다고 여겨지는것은 그녀의 삶이다. 그녀는 세월호 참사 현장과 해고노동자들과 우리 삶의 억울한 모든 곳에서 병든 것 처럼 보이는 사람을 많이 만났다. 물론 대단히 높은 사람도 많이 만났다. 삶으로 보여준 충분한 사례들은 책상 머리에서 나온 먼지 쌓인 꿈같은 이야기가 아니었을거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고개만 끄덕여졌던 것은 아니다. 두번 읽었는데 두번째 읽을때는 책이 나를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특히 내가 그동안 공감을 얼마나 오해하고 있었는지 훅 들어와서 조목조목 정혜신이 따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나는 사람을 다루는 사람이다. 엄마로 학교에서는 몸이나 마음이 아픈 10대들을 만난다. 

이 책이 나를 읽었던 부분은..........내가 세상에서 제일 어렵다고 생각하는 관계인 막내 동생과의 관계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관계가 깊어질수록 공감이 힘든 이유는 좌절과 결핍이 쌓였던 경험 때문이다. 좌절과 결핍은 특히 그에게 많이 쌓였으리라... 참 이상한 것이 잘 아는 공감 실전이 내가 힘들어하는 가족에게는 잘 안된다. 자꾸 충초평판(충고, 조언, 평가, 판단)하고 들으려 하지 않는다. 듣고 묻고 하는 과정이 생략된다. 사실은 사랑하고 아끼지만 우리의 대화는 늘 겉돌고 감정적이고 그리고 서로를 찌른다.

나의 이런 가족과의 관계의 실패는 늘 좌절에 빠지게 하고 나를 한없이 무너지게 했다. 다른 관계는 그렇게 어렵지 않아보였고 어떻게 해야 괜찮아보이는지 잘 아는 것 같다. 그것은 진짜 내가 아니라 만들어진 연극하고 있는 나일수도 있었다. 그러면서 다시한번 나는 나를 옳다 라고 확신해야했다. 일단 내가 옳다는것을 내 감정과 느낌이 절대 잘못이 아니라는 자기 분열적 사고를 벗어나는 인지적인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경계 세우기와 공감을 막는 여러 허들을 넘어 실제로 어떻게 해야 진짜 리얼 공감인지 생각나는 여러 대화들이 떠올렸다. 정말 그냥 그 앞에만 가면 다 보여주고 싶은 그런 사람이 있긴 하기 때문이다. 자기 분열적 사고로 날 힘들게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 그냥 그 사람 앞에 가면 내가 괜찮아지고 받아들여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하는 사람 그 사람이 생각났다.

나는 옳은 개소리를 하는 인간이었다. 늘 그런것은 아니었지만 특히 내가 힘들어 하는 관계는 그래서 자주 실패했다. 그리고 실패하면 나를 탓하고 구멍으로 들어가고 싶어졌다. 옳은 개소리는 충조평판인데 그것은 하도 나에게 습관처럼 되어 있어서 참으로 많은 노력을 해야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공감을 잘하려고 노력하는 것 이전에 충조평판안하기가 내겐 먼저다. 말이 먼저 나가는 나는 이부분을 잘 다루어야 할 것 같다.  

책의 뒤부분은 특히 부모들이 읽으면 좋은 부분이다. 아이에게 사과를 하는것은 부작용이 없다는 부분은 나에게 신선했다. 내 여섯살 아들과의 관계에서 나는 종종 실패하는것 같았다. 나도 엄마가 처음이라 아이를 인격적으로 대해야한 다는 것을 얼마나 자주 잊는지 모른다. 얼마전부터 인격적으로 대하기에 대한 내 실전적 변화를 나누자면 온 체중을 싫어 떨리는 목소리로 진심으로 아이에게 사과하기와 존대말로 아이와 대화하기 게임을 시작한 것이다. 아이는 생각보다 이 게임을 하고 나서 엄마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나는 절절 매는 엄마의 모습보다 씩씩하고 아이와 분리가 잘 되며 쿨내가 진동하는 엄마로 보이고 싶었을 것이다. 아이에게 끌려다니는 모습은 딱 질색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나치게 선을 긋고 지나치게 차가웠던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공감하지 못하고 충조평판하면서 옳은 개소리로 아이의 맘을 짖밟았던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생각하면서 반성하고 또 반성했다.

이 책은 나를 읽어내려갔고 그리고 가슴으로 내려와서 다시 내게 깊숙히 읽혔던 책이다. 그래서 고마운 책이고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서평치고 지나치게 개인적인 이야기라 나누게 될지는 모르겠다. 이 책을 읽고 엉켜있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들과 더 이야기하고 싶은 책이라 끄적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