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4.27. 반복적인 업무에 대한 생각
일상 노트/끄적끄적

22.4.27. 반복적인 업무에 대한 생각

by letter79 2022. 4. 27.

오늘의 일기 - 

중간고사가 마치고 다시 정상 수업이 시작되었다. 비수기인 중간고사를 지나 오늘은 다시 장사를 개시했더니 50명 넘게 와버렸다. 오후 3시 정도 되었을 때는 점차 소진되어서 '재료 소진으로 오늘은 여기까지 영업합니다' 라는 문구를 밖에다 걸어놓고 문을 잠그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이럴 때는 정신줄을 좀 놓고 조금은 기계적으로 진료를 보는 편이다. 기계적이라고 하는 그 과정을 한번 설명해보겠다. 들어오면 나는 멘트 "실내화 갈아신고 손소독하고 인사합니다" 라고 하고 인사를 서로 한다. "안녕하세요" 포인트는 서로 인사이다. 나는 초반 만남 순간에 에너지를 좀 실어본다.

그리고 이름을 얘기하는 동안 전산 차트에 인적사항을 적어 놓고 의자를 완전히 돌려서 학생을 바라본다. 의자를 돌려서 학생을 바라보는 것을 기계적으로 하기 시작한것은 꽤 오래 전에 스스로 다짐한 나만의 의식같은 것이다. 몸을 돌려서 학생을 바라보는 것을 하지 않으면 진료받는 동안 아무리 상세히 대화를 하고 설명을 길게 해도 환대받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나는 가끔 병원에서 진료를 볼 때 화면만 쳐다보고 나를 한번 힐끔 보고 처방을 컴퓨터를 보고 내리는 그런 의사를 만날 때 마다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한다. 컴퓨터로 대부분의 작업(차트작성이나 처방)이 이루어진다 해도 내게로 온 한 사람을 온전히 잠시라도 환대하고 집중해서 경청하는 시간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시간은 2초 정도 소요되지만 너무나 중요하다고 생각이 되어서 그 이후로 꼭 몸을 돌리는 의식을 하고 있다. 그것은 아무리 바빠도 의식적으로 하기 시작해서 이제 습관이 되어서 기계적인 움직임이 되었다. 사무적이 되기 쉬운 나를 쳐서 복종하는 과정이다. 

기계적으로 반복적인 일을 한다는 것은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좋지 않은 환경이다. 물론 반복적인 경험으로 노하우가 쌓이고 그 노하우가 전문성을 가지게 해서 정신줄을 좀 놓고(엄청 애쓰지 않아도) 일해도 큰 실수는 하지 않는다. 나는 그렇게 일하는 장소도 10년이상 같은 사무실에서 항상 같은 성별의 같은 나이 대의 학생 환자들을 대한다. 문득 너무 반복적이라서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어제 같기도 한 나날들이다. 장점만 있지는 않다. 반복은 기계적인 움직임을 낳고 그것은 더이상 자라지 않게 하는 단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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