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챌린지93-94 김용주님의 글을 보고
이 글을 보고 생각난 사람이 있다. 잠들려고 하는데 한 5년동안 연락이 없었던 지인에게 연락이 왔다. 의료인인 나에게 보통 자기가 아프거나 가족이 아플때 뭔가 알아보려고 하는 전화가 이렇게 늦은 밤 가끔 오는 편이다. 그런 연락인가 했더니 아니다. 이 친구는 그때 자기가 했던 언행에 대해 나에게 사과를 하려고 전화를 한 것이다. '언행' 이라하면 너무 애매한데 엄청 큰 죄를 지은 것은 아니나 어떤 공동체 속에서 그녀는 전대표였고 나는 현대표였는데 나를 자주 무시하고 정죄하고 그래왔고 나를 한심하게 바라보던 그 눈길이 기억이 나서 내가 두려워했던 사람은 맞다. 나는 그녀를 만나면 우리 엄마에게서 혼나는 느낌을 종종 받았는데 그래도 주눅들지 않은 척을 하며 괜찮은척을 하느라 에너지가 소진되는 사람이긴 했다.
그 친구는 자기가 이전에 했던 언행에 대해 요즘 사과를 하고 있다는 얘기를 했다. 미안하다고 하는 부분이 정확하게 내가 불편했다고 하는 부분과 일치해서 잠시 그 감정을 꺼내들고 나도 그녀에게 당신을 만나면 자주 혼나는 느낌이었다고 얘길 하는데 마음이 무척 편해졌다. 그렇게 툭 깊은 부분이 건드려져서 홀가분해졌는데 그 다음에 이야기가 길어지면서 이 친구를 칭찬해야하는 것은 아닌지 사과해줘서 고맙다고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그런 부담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냥 그렇게 칭찬해버렸다. 내가 좀 오바스럽긴했다. 하지만 미안하다는 마음을 가질 수있지만 용기를 내어 아주 솔직하게 나를 바닥에 깔면서 용서를 구하는것이 얼마나 대단한 내적인 에너지가 필요한지를 생각했다. 칭찬받아도 괜찮다고 생각이 들었다.
사과한다는 시도는 결국 나 자신을 위한 것으로 시작하여 누군가에게 사과받기를 강요하기 쉽다. 사과를 받은 대상이 어떤 반응을 하더라도 절대 마음을 상하지 않기로 결심하고 하는 사과는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사과를 할 때의 기대감과 실제 반응 사이에서의 괴리감은 아프다. 하지만 의미가 있고 멋지다. 반응이 영 아니어도 내 사과에 진정성이 있었다면 나는 그 전과 다른 사람이 된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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