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4.28. 일기 - 사과에 대하여..
일상 노트/끄적끄적

2022.4.28. 일기 - 사과에 대하여..

by letter79 2022. 4. 28.

글쓰기 챌린지93-94 김용주님의 글을 보고

 이 글을 보고 생각난 사람이 있다. 잠들려고 하는데 5년동안 연락이 없었던 지인에게 연락이 왔다. 의료인인 나에게 보통 자기가 아프거나 가족이 아플때 뭔가 알아보려고 하는 전화가 이렇게 늦은 밤 가끔 오는 편이다. 그런 연락인가 했더니 아니다. 친구는 그때 자기가 했던 언행에 대해 나에게 사과를 하려고 전화를 것이다. '언행' 이라하면 너무 애매한데 엄청 죄를 지은 것은 아니나 어떤 공동체 속에서 그녀는 전대표였고 나는 현대표였는데 나를 자주 무시하고 정죄하고 그래왔고 나를 한심하게 바라보던 눈길이 기억이 나서 내가 두려워했던 사람은 맞다. 나는 그녀를 만나면 우리 엄마에게서 혼나는 느낌을 종종 받았는데 그래도 주눅들지 않은 척을 하며 괜찮은척을 하느라 에너지가 소진되는 사람이긴 했다.

  그 친구는 자기가 이전에 했던 언행에 대해 요즘 사과를 하고 있다는 얘기를 했다. 미안하다고 하는 부분이 정확하게 내가 불편했다고 하는 부분과 일치해서 잠시 감정을 꺼내들고 나도 그녀에게 당신을 만나면 자주 혼나는 느낌이었다고 얘길 하는데 마음이 무척 편해졌다. 그렇게 깊은 부분이 건드려져서 홀가분해졌는데 다음에 이야기가 길어지면서 친구를 칭찬해야하는 것은 아닌지 사과해줘서 고맙다고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그런 부담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냥 그렇게 칭찬해버렸다. 내가 오바스럽긴했다. 하지만 미안하다는 마음을 가질 수있지만 용기를 내어 아주 솔직하게 나를 바닥에 깔면서 용서를 구하는것이 얼마나 대단한 내적인 에너지가 필요한지를 생각했다. 칭찬받아도 괜찮다고 생각이 들었다.

  사과한다는 시도는 결국 자신을 위한 것으로 시작하여 누군가에게 사과받기를 강요하기 쉽다. 사과를 받은 대상이 어떤 반응을 하더라도 절대 마음을 상하지 않기로 결심하고 하는 사과는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사과를 때의 기대감과 실제 반응 사이에서의 괴리감은 아프다. 하지만 의미가 있고 멋지다. 반응이 아니어도 사과에 진정성이 있었다면 나는 전과 다른 사람이 된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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