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라는 행운과 은총의 경험속으로 더 많은 아이들을 초대하고 싶다"
책의 표지에 있는 한 문장이다. 이 책은 내가 속한 기윤실교사모임에서 만난 선생님이 쓰신 책이다. 아주 가까운 사이는 아니지만 건너 건너 이 선생님을 알고는 지내던 사이다. 물론 내가 인사하면 가물가물 모르실수도 있다. 저자와 같은 학교에 근무했던 보건샘과 나는 월1회 모이는 모임을 하고 있어서 걷기학교 이야기를 들었었다. 듣고 되게 매력적으로 느꼈다. 나는 걷기도 좋아하고 아이들이랑 함께 하는 프로그램도 좋아하는데 그 두가지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들었다. 책은 나온지 얼마 안되었는데 학교 도서관에 신청했다. 사실 이걸로 나는 동아리를 만들거나 1박이나 2박 프로그램에 실제로 참여하고 싶은데 내 직업이 보건실지키는 보건교사라 과연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저자 소개는 본인이 쓰신 듯한데 이런 저자 소개는 처음이다. 약간 긴 소개글 속에 '자칭 타칭 공교육속의 부적응 교사라는 희미한 정체성을 가지고 버티듯 살았다' 라는 부분에서 쑥 호감이 갔다. 나도 그런것 같거든... 하지만 혁신학교에서 만난 좋은 동료들 학부모들 학생들과 만남 후에 본인이 지극히 정상이며, 심지어 교사로서 나만의 고유한 장점마자 가진 존재임을 믿게 되었다고 쓰여 있었다. 얼마나 질투가 났는지 당장 그 학교로 가고 싶어질 정도였다.
걷기학교는 환대의 공간, 환희의 공간이고 학교에서 처럼 시시하고 형식적인 관계와 만남에 머물지 않는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즐기는 것 이다.
1부에서는 '걷기' 에 대한 온갖 찬사를 가득 하고 있었다. 내가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은 2019년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경험한 이야기이다. '모든 만남은 환대로 부터 시작된다' 라는 배움을 주었던 올리버와의 만남이야기를 참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고 중국 재외학교 근무 중의 걷기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저자가 걸을수 없었던 기억(군대에서 다쳤던 기억과 계단 사고)속에서 나도 무릎 통증 때문에 걸을수 없었던 물론 지금 좀 나아지긴 했지만 높은 산을 갈 수 없는 상태의 통증을 떠올리면서 공감하면서 읽었다. 걸어가는 내 자신이 행운이라는 말 그 말은 통증을 통과하고 움직일 수 없는 기간을 통과해 본 사람이 체화하며 고백하는 말일 것이다. 이 책에서는 뒷 부분에 걷기 학교를 하면서 소개하는 그래서 그런 표현을 담은 이 시가 제일 좋았다.
열린길의 노래 (윌트 휘트먼)
두 발로 마음 가벼이 나는 열린 길로 나선다
건강하고 자유롭게, 세상을 앞에 두니
어딜 가든 긴 갈색 길이 내 앞에 뻗어 있다.
더 이상 난 행운을 찾지 않으리.
걸어가는 내 자신이 행운이므로
더 이상 우는 소리를 내지 않고, 다투지 않고
불평도, 걱정도, 시비조의 원망도 집어 치우련다.
기운차고 만족스레 나는 열린 길로 여행한다.
대지, 그것이면 족하다.
걷기는 육체와 정신의 가장 이상적인 결합니다. 동(몸은 움직이는데) 중 정(마은은 한곳에 고도로 집중)이다.
걷기는 길과 연애하는 것이다.
2부 걷기 학교 이야기는 조금 독특한 수련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라 교사가 아닌 사람들은 어떻게 읽을지 모르겠지만 부모라면 또 청소년에게 좋은 어른이 되고 싶은 누군가에게 하자고 꼬시고 싶은 내용으로 가득했다. 실제적인 기행문 형식으로 이루어져서 술술 읽혔다. 그 과정을 통하여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변해가는 이야기는 참 흥미로왔다.
걷기학교는 자신의 꿈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아이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삶을 허비하고 있는 아이들이 걷기와 서클 대화를 통해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변화와 회복의 계기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걷기 멘토 교사 한명과 학생 한명이 한조가 되며 극기를 위한 걷기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걷기 전에 각자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질문을 나누고, 걷는 동안 그 질문을 품고 걸으며 사색하는 프로그램이다. 걷고 난 후에는 모두 한 자리에 모여서 자신이 새롭게 느꼈거나 깨달은 것을 서클 방식으로 깊게 나누고 다지는 시간을 갖는다. 이를 위해 휴대폰의 사용은 전면 금지되며 걷기 학교가 완전히 종료된 후에 돌려받게 되며 여기에 동의한 학생만이 참가할 수 있다.
<일대일 매칭 과정에서 함께 하고 싶은 아이를 초청하는 멘트>
걷기 학교는 소수의 선택된 학생들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선물과도 같은 프로그램이다. 내가 보니 너는 심성이 착하고, 장점이 참 많은 아이인데 이런 저런 일들에 휘말려 학교 생활을 힘들게 하는 것 같아서 안타까왔다. 이 걷기학교에서 나랑 같이 낮에는 멋진 풍경 속을 걷고 밤에는 레크레이션이랑 서클활동도 하면서 좋은 시간을 한번 가져보자! 그러면 너도 평소의 학교 생활속에서 느낄수 없고 깨닫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배우고 깨닫는 시간이 될 것이다. 네 평생 결코 잊지 못할 값진 경험이 되고도 남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걷기학교를 위해서 선생님이 정말 좋은숙소랑 훌륭한 맛집들을 벌써 다 찜해두었다.(그리고 실제 숙소 홈페이지랑 맛집을 보여줌)
3부에서는 실제로 활용할 수있는 좋은 팁들을 잔뜩 넣어두셨다. 서클대화를 위한 질문과 마음열기 활동(게임), 시와 짧은 글 노래 등 초대장 양식 부터 디테일하게 다 넣어주셨다. 이거 제대로 정독하고 하면 할 수있겠다. 선구자로 먼저 이 걷기학교를 해보시고 이렇게 책으로 만들어주셔서 참 고맙다. 나는 이것을 꼭 하고 싶다. 언제 어디에서 할 지 모르지만 꼭 하고 싶다. 일단 교회 청소년부에서 하자고 꼬셔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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