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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영화, 음악 이야기

여행의 이유 (김영하/2019/문학동네)

by letter79 2019. 6. 12.

1장 . 추방과 멀미 : 뇌의 예측과 눈앞의 현실이 다르 때 일어난다. 추구의 플롯으로 떠난 어딘가에서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는 그런 지점에서 우리는 멀미를 한다.

2장 : 상처를 몽땅 흡수한 물건들로 부터 달아나기

고통은 수시로 사람들이 사는 장소와 연관되고 그래서 그들은 여행의 필요성을 느끼는데, 그것은 행복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슬픔을 몽땅 흡수한 것 처럼 보이는 물건들로 부터 달아나기 위해서다.

3장 : 호모비아토르 (여행하는 인간)

4장 알아두면 쓸데 없는 신비한 여행 : 모든 여행은 끝나고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그게 무엇이었는지를 알게된다. 알쓸신잡 같은 여행프로그램의 출연자가 되면 나는 '여행을 하는 나'를 삼인칭 시점으로 보게 된다.

내가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 우리의 현재를 위협하는 이 어두운 두 그림자로부터 벗어날수 있기 때문이다.

7장 아폴로 8호에서 보내온 사진 : 시인 아치볼드 매클리시는 아폴로 8호가 달궤도에 진입한 다음날 뉴욕타임즈에 '저 끝없는 고요속에 떠 있는 작고, 푸르고 아름다운 지구를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은 바로 우리 모두를 지구의 승객으로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썼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인생이 여행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어디에선가 오고, 여러가지 일을 겪고 결국은 떠난다. 우리는 극단적으로 취약한 상태로 지구라는 별에 도착한다. 그렇게 때문에 인생이라는 여행은 먼저 도착한 환대에 의해서만 겨우 시작될 수 있다. 신생아는 자기가 도착한 나라의 말을 모른다. 부모와 친척들이 참을성을 가지고 몇 년을 도와야 비로서 기초적인 언어를 익힐 수 있다. 부모는 아이가 세상으로 나아갈 준비가 될 때 까지 아무 대가를 바라지 않고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준다. 충분히 성장하면 인간은 지구에 새로 도착한 여행자들을 환대함으로써 자신이 받은 것을 갚는다. 그리고 그들이 떠나갈 때, 남아 있는 이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그들을 환송한다.

이런 환대는 정말 고맙지만 드물지는 않았다. 환대의 관점에서 지난 여행들을 돌아보면,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불쑥 튀어나와 아무 대가 없이 도움을 주었다.

환대는 이렇게 순환하면서 세상을 좀더 나은곳으로 만들고 그럴 때 진정한 가치가 있다. 준 만큼 받는 관계보다 누군가에게 준 것이 돌고 돌아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는 세상이 더 살만한세상이 아닐까. 이런 환대의 순환을 가장 잘 경험할 수 있는 게 여행이다.

8장 노바디의 여행 : 허영과 자만은 여행자의 적이다. 달라진 정체성에 적응하라, 자기를 낮추고 노바디가 될 때 위험을 피하고 온전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

여행의 신은 대접받기 원하는 자, 고향에서와 같은 지위를 누리고자 하는자, 남의 것을 함부로 하는 자를 징벌하고 스스로 낮추는자, 환대에 감사하는 자를 돌본다. 허영과 자만에 대한 경계, 타자에 대한 존중의 맘으로

9장 여행으로 돌아가다 : 우리는 이 안전하고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떠나고 싶어한다. 거기서 우리 몸은 세상을 다시 느끼기 시작하고 경험들은 연결되고 통합되며, 우리의 정신은 한껏 고양된다. 그렇게 고양된 정신으로 다시 어지러운 일상으로 복귀한다. 아니 일상을 여행할 힘을 얻게 된다. 라고도 말할 수있다.

서평 .....

이책은 SNS에서 여러 사람들이 인용하고 있어서 자주 노출되어 익숙한 제목이라 도서관에 새 책이 도착하자마자 궁금해서 집어 든책이다. 김영하 작가를 잘 알지 못한다. 알쓸신잡에 나와서 말 잘하네... 정도로 생각하고 지나친 나보다 열살정도 많은 남자 작가라는 정도.

삶을 여행으로 본다는 생각은 나도 깊이 동의하는 바다. 3년 전에 결혼 후 첫 장례를 치루면서(시외할머니) 장례 모든 절차에 어느 정도는 주도적입장이되어 임해보면서 죽음에 대해 삶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있다. 시외할머니를 화장하고 나온 화장터의 아름다운 풍경과 날씨를 잊을 수 없다. 그 때 문득 탁 하고 떠오른 생각... 인생은 소풍과 같구나! 천상병 시인이 귀천이라는 시에서 아름다운 소풍이라고 이야기 한 것이 가슴에 탁하고 와닿았다고 해야할까..

그에게 여행은 슬픔을 몽땅 흡수한 물건들로부터 도망을 가는 것이고 과거의 후회와 미래의 불안과 같은 그림자들로 부터 도망가는 것이다. 달에서 찍힌 지구를 볼 때의 그런 영감과 같은 것은 달에 닿아보아야 알수 있으리라.  '저 끝없는 고요속에 떠 있는 작고, 푸르고 아름다운 지구를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은 바로 우리 모두를 지구의 승객으로 본다는 것' 이라는 표현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순례자이자 승객인 내 자신을 일깨우는 표현 아니겠는가..

작가의 일생을 표현한 대목에서 무릎을 탁치면서 마음에 남았던 긴 구절을 다시 읽어본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인생이 여행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어디에선가 오고, 여러가지 일을 겪고 결국은 떠난다. 우리는 극단적으로 취약한 상태로 지구라는 별에 도착한다. 그렇게 때문에 인생이라는 여행은 먼저 도착한 환대에 의해서만 겨우 시작될 수 있다. 신생아는 자기가 도착한 나라의 말을 모른다. 부모와 친척들이 참을성을 가지고 몇 년을 도와야 비로서 기초적인 언어를 익힐 수 있다. 부모는 아이가 세상으로 나아갈 준비가 될 때 까지 아무 대가를 바라지 않고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준다. 충분히 성장하면 인간은 지구에 새로 도착한 여행자들을 환대함으로써 자신이 받은 것을 갚는다. 그리고 그들이 떠나갈 때, 남아 있는 이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그들을 환송한다.

환대하며 그 환대의 순환을 바라보는 경험을 통한 희열을 즐기는 것이 여행이라면 허영과 자만은 여행자의 적일것이다. 철저히 Nobody임을 인정하고 세상을 다시 느끼고 즐기다가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게 될것이다. 다시 일상을 복귀할 힘은 여행을 통해 얻는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이 책에서 마음에 남는 표현과 문장들은

지구의 승객, 환대의 순환,  Nobody, 일상을 여행할 힘 정도일 것 같다.

이 책의 제목이 여행의 이유이니 한문장으로 요약하면 여행의 이유는 '일상을 여행할 힘'을 얻게 되는 것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