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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영화, 음악 이야기

엄마니까 느끼는 감정/ 정우열/2020

by letter79 2024. 2. 9.

부제는 감정적으로 아이를 대하고 자책하는 엄마들을 위한 심리치유서 라고 되어 있었다. 도서관에서 이 부제를 보니 이 책이 나한테 데이트를 신청하는 듯 했다. 그래서 사뿐히 응답하듯 책을 넘겨 읽기 시작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쓴 책이고 내가 아는 서천석, 오은영, 조선미 이 세명이 아닌 의사의 책은 처음읽은 듯하다. 정우열은 유투브에서 본적이 있는데 꽤 인상이 괜찮았었다.
 
책 서문에서도 책 표지에도 도날드 위니콧의 ' Good enough mother'(충분히 좋은 엄마)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걸 보니 이 책은 큰 주제를 충분하다라고 쓴 enough를 완벽하다가 아닌 '그정도면 충분하다' '그정도면 된다'라는 뜻으로 썼다는 부분에 방점을 두고 있었다. '어떨 땐 실망스럽지만 우리 엄마는 전체적으로 좋은 사람이야'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은 만 3세가 지나면 탑재된다고 한다.

위니콧은 '훌륭한 엄마와 그렇지 않은 엄마의 차이는 실수를 범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실수를 어떻게 처리하는가에 있다' 라고 말했다. 아이에게 실수로 잘못을 했다면 바로 사과하면 된다. 아이는 엄마를 잘 용서해준다. 전반적으로 당신은 충분히 좋은 엄마이기 때문이다. -23p-

이 문장을 읽고 안도했다. 실수를 많이 한다. 주로 버럭하는 실수다. 급한 성격이고 아이의 말을 듣기 전에 분노 버튼이 눌러지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나는 인식하자마자 바로 사과를 하는 편이다. 그리고 아이에게 시간을 준다. 사과를 잘 하는 건 나의 특기인데 아이는 고맙게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받아들여준다. 정말 잘 용서해준다. 그 뒤 문장이 제일 좋았다. 전반적으로 당신은 충분히 좋은 엄마라는 말이다. 

잠시 아이를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다. 아이를 키우며 매 순간 행복하지만은 않다. 그 이유는 일과 사랑을 구분하지못하기 때문이다. 일과 사랑을 동시에 하고 있지만, 때로는 이 두가지를 정확하게 구분해야만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둘다 잘 할 수 있다. 
아이 때문에 분노 조절이 되지 않는다면 억지로 내 아이를 사랑하려는 노력을 잠시 멈추어도 된다. 내 앞에 있는 아이에 대한 사랑은 잠시 멈추더라도 그 아이를 돌보는 일은 계속 할 수 있다. 잠시 아이를 사랑하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빨리 사랑의 마음으로 되돌아 오는 최고의 방법이다. -34p-

육아도 결국 일이라는 마인드를 분명히 해야한다. 어떤 일이든 하루 종일 일에만 매진하면 오히려 효율이 떨어진다. 더구나 그 일이 단기간의 일이 아니라 장기 전일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일부러라도 종종 육아라는 일로부터 나의 몸과 마음을 분리시켜야 한다. 아이를 24시간 사랑하지 않아도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이 아이를 더 사랑하는 방법이다. -247p-

이 챕터가 제일 좋았다. 아이를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다니... 그리고 나는 약한 아이를 돌보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데 이 문장이 내게 너무 사랑하려고 애쓰지 말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냥 일을 하고 있어도 된다는 것이다. 노력을 잠시 멈추고 일을 하다가 잠시 떨어져 있는 시간을 가지고 회복을 하다보면 되돌아 올 일이라는건데 공감이 갔다. 나는 왜 이 연약한 존재에게 화가 나는가... 내 안에 없는 사랑 때문에 다시 한번 좌절하고 자존감이 바닥을 칠 때 그 때가 얼마나 힘든지 모르겠다. 아이를 돌보는 일은 계속 하고 있는 나는 잠시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다.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노력을 멈추고 떨어져 있다가 돌아오면 될일이다. 참 고마운 문장이었다.

1 하버드대학교에서 가장 많은 학생들이 듣는 강의 <행복학>에서 탈벤 샤하르 교수는 행복 6계명을 말한다. 그 중 1 계명은 '인간적인 감정을 허락하라'이다. 두려운, 슬픔, 불안 등 개인이 느끼는 감정을 부정하면 좌절과 불행으로 이어지고,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극복하기가 쉬워진다.... 엄마가 느끼는 복잡한 감정 중에서 가장 근본적인 불안, 이를 외면하지 말고 자연스러운 내 감정으로 받아들이자-99p-`

특히 불안은 아이를 낳고 난후 나에게 찾아온 손님이다. 이상하게 불안이 생겼다. 실체를 모르는 과도한 불안을 모른척도 해봤지만 모른척하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어 너거기 있었구나' 하면서 아는 척 해주는게 나았다. 그냥 허락해 두는것... 그것도 나쁘지 않았다.

외로움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아닌 나 자신과의 관계로부터 비롯된다. 나 자신과 소원해질 수록 심해지는 감정이다.-193p-

어떤 집단에서 외롭다고 느낀다. 외롭다라는 느낌은 누가 나에게 주는 느낌은 아니지만 내가 나에게 느끼는 감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 자신과의 관계 나를 내가 어떻게 보느냐가 제일 중요하다. 나는 나 자신과 소원해지지 않고 잘 화해하고 외로움을 극복해 볼 생각이다.
 

남편이 핑계대며 도망가는건, 나를 거부하는게 아니라 나와의 유대감에 상처를 입지 않기 위해서이다.남편이든 아내든 배우자와의 정서적 유대감을 원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결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나마 가정을 유지하기 위한 본능적인 해결책이 아내는 쫒아가고 남편은 도망가는 것이다. 둘 다 가정을 지키기 위한 목적인데, 다만 방식이 다를 뿐이다. (중략) 남편이 핑계대며 도망가는건, 나를 거부하는게 아니라 나와의 유대감에 상처를 입지 않기 위해서이다. 상대의 마음을 이해했으면 악순환을 일으키는 내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고 행동 패턴을 조절해보자. 쫒아가지 않으면 큰 일 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은 갖어이 깨질까봐 두려운 마음 때문이고, 도망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 역시 유대관계가 훼손될까봐 두려운 마음 떄문이다. 내 마음이 이해가 되었으면 아내는 조금만 덜 쫓아가보고, 남편은 조금만 덜 도망가려는 노력을 하면 된다. 아주 약간만 덜해도 악순환이 일어났던 것과 마찬가지로 선순환이 일어날 것이다.(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우리집에 CCTV를 단것 같이 잘 알고 있는 작가에게 놀란다. 우리집같은 상황이 많은 가보다. 남편과 아내의 패턴이 읽힌다. 나는 2보전진을 위한 1보 후퇴를 좀 배워야 겠다.
 
- 이 책을 덮으면서 이 작가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두 문장으로 요약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1. 당신은 Good enough mother 입니다. '어떨 땐 실망스럽지만 우리 엄마는 전체적으로 좋은 사람'이라는 말이다. 실수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실수를 어떻게 처리하는지가 좋은 엄마의 관건이다. 실수하면 사과하면 된다. 아이는 엄마를 늘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다.
2. 당신이 뭘 느끼던 괜찮습니다. 모든 감정을 사랑하고 수용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