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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노트/끄적끄적

빨간 머리 앤 을 읽고

by letter79 2020. 4. 29.

주근깨 빼뺴 마른 빨간 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 스러워~ 상냥하고 귀여운 빨간 머리 앤 외롭고 슬프지만 굳세게 살아~

노래가 흥얼 거리면서 나오는 책의 첫 표지! 나는 어릴 때 빨간머리앤 만화를 무척 재미있게 봤었다. 책으로 읽은 적은 없었는데 누군가의 책장에 꽃혀있는 이 책을 빌려서 읽게 되었다. 400페이지 넘는 소설을 자주 읽지는 못하는 요즘. 뭐가 그렇게 바쁜지 휴직인데도 외동아들 뒤치닥거리에 읽기에 시간 내는 것은 많은 의지를 필요로 했다.

절반 정도 읽고는 미친듯이 재미있어서 드라마 같은 것은 거들떠도 안보고 책을 읽기 시작 했다. 아 내 삶에 드라마가 얼마나 책과 멀어지게 하는지 모르겠다. 아이를 재우고 나서 한시간 내지 두시간 동안 읽고 쓰기에 내 시간을 쓰고 싶었는데 오늘은 그렇게 된 바람직한 날이다.

빨간머리앤 책 이야기를 시작해본다. 이 책은 서술이 좀 길다. 문장이 좀 길고 문학적인 표현도 무척 많이 있다. 받아 적고 싶은 문장도 꽤 있었다. 그런 쓰기의 기술 말고도 등장 인물에 대해 묘사하는 작가의 능력이 대단했다. 상상의 인물이 아닌 분명히 주위에 실존 인물이 있었을 것 같다고 생각이 들 정도 였으니 말이다.

매슈를 묘사한 부분에서 나는 우리 남편 생각을 자주 했다. 우리 남편은 매슈와 아주 유사한 사람이다. 매슈가 앤의 옷을 사러 상점에 가서 낯가리느라 실수하던 장면은 얼마나 남편과 유사했는지 깔깔 거리면서 웃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남편을 좀 이해하게 된 것 같았다. 작가가 매슈에 대해 자세히 늘어 놓을 때 나는 조금 더 남편의 기질에 대해 사랑스럽게 보아야 하겠다고 다짐했다.

마릴라아줌마, 린드아줌마 모두 교회에서 자주 보는 자매들의 모습인 것 같았다. 떠올려지는 사람들도 있었다. 보수적인 사람들.. 내가 만약 실제로 만났으면 분명 싫어했고 티도 났을 사람들이지만 앤의 시각으로 그 꼰대 스럽고 딱딱한 어른들의 모습을 사랑스럽고 감사하게 보는 시선은 내가 요즘 우파 기독교 어르신을 바라보는 살기어린 시선과는 다른 것 이었다.

다이애나와의 관계는 예전 고등학교 때 단짝이던 김현진이 생각났다 정말 영혼의 단짝 이었던 그녀와의 우정이 생각 나서 마음이 울렁 거렸다. 고등학교 시절 그런 우정을 만나서 잘 유지하고 살았던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 었는지 모른다. 연결되어있는 교회 고등부 아이들의 또래의 관계에 대해서 응원해주고 싶어졌다.

소설을 통해 매슈와 마릴라, 앤이 성장해 가는 모든 순간들이 잘 묘사되어 있었고 이 소설의 주제는 ‘성장’ 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아주 박진감 넘치게 재미나게 소설을 읽었고 그 집중의 시간이 내게 참 행복했다. 읽고 쓰고 계속 해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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