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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노트/끄적끄적

나를 밀어 보았던 친부학 봉사 6주

by letter79 2019. 11. 26.

나를 밀어 ( 한웅재 3집 )https://youtu.be/EELSlYhUlA0 

어떤 일은 나를 밀어내서
결국 내가 가진 한계 그 끝으로 날 이끌지
너는 그저 여기까지라고...
허니 왔던 길을 돌아 네 익숙함에 머물라고

하지만 내 발을 들어 그 경계를 넘어
이번 역시 뜻대로 안 된다 해도
웅크리고 싶은 익숙함들 그 밖으로

저 밖이 내 안에 밀려와 쌓이기 전에
이 안으로부터 날 힘껏 밀어내
내 처지에 무슨 도전이냐 하지 말고

무언가 힘써 힘써 해내는 일
그건 수도 없이 많은 내 경계들을 만나는 일
불쾌하던 실패의 기억들
나의 발을 굳게 하는 많고 많은 그 이유들

하지만 내 발을 들어 그 경계를 넘어
이번 역시 뜻대로 안 된다 해도
웅크리고 싶은 익숙함들 그 밖으로

저 밖이 내 안에 밀려와 쌓이기 전에
이 안으로부터 날 힘껏 밀어내
내 처지에 무슨 도전이냐 하지 말고

한 번 더 내 발을 들어 그 경계를 넘어
쉬운 일이란 건 세상에 없으니
숨어 있고 싶은 핑계들의 그 밖으로

절망이 내 안에 굳어져 쌓이기 전에
마음에서 먼저 길을 내보자
마주 선 내 끝은 또 다른 시작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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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3년차 친밀한부부학교(이하 친부학) 섬김이 마무리가 되었다. 위의 노래는 올해 부부학교 섬김을 시작하면서 부터 가사에 꽃힌 나의 테마곡이다. 10월 3주부터 총 6주간 토요일에 진행되어 지난주 토요일에 마무리되었으니 시원하고 전혀 섭섭하지 않다. 올해는 사실 처음부터 스텝을 하려고 했던것은 아니었다. 교회가 분립되기 전과 달리 이제 다른 교회 일같이 느껴졌던 것은 사실이고 거기 스텝들 중에 왕래가 많은 편이 아니어서 더 관심이 크게 없었다. 부부학교를 내가 졸업하고 이제 4년이 지나지 주위에 부부학교를 권유해서 가게 하는 일로 내 역할을 정해왔었다.  그러던 중 올해 22기 친부학을 준비하는 그나마 왕래가 좀 있는 한분에게 전화가 왔었는데 올해 스텝들의 구성이 젊어지는 바람에 작년에 했던 사람이 좀 해주면 너무 좋겠다는 그런 이야기로 통화를 했다.  특히 자녀부(자녀돌봄) 사정을 듣고 보니 워낙 자녀부 팀장을 새로 맡은 사람에게 짠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수락을 했다.

흔쾌히 한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간 해보니 너무 힘들었다. 의미있고 우리 부부가 하면 도움이 될 것 같긴한데 힘들었기에 사실 하기 싫었다. 막상 오케이를 하고 자녀부 팀장과 이런 저런 이야기로 부부학교를 준비해 나가면서 조금씩 내게 주시는 마음이 있어서 버틸수 있었다. 나는 학교에서 이혼으로 깨어진 가정에서 불행한 아이들에 대한 속상해 죽겠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만나는 그 불행한 아이들을 떠올려 보며 내 걸음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걸음이 아니겠는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섬김의 의미를 장착해야 움직여지는 의미 중심 인간 한지선은 이제 스텝 3년차가 되니 일 돌아가는게 눈에 보이고 조금더 생각이 많아졌다. 아무 생각없이 일했던 예전과 달리 여러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 순간들이 많이 있었다. 조금더 개선해보고 싶은 것이 참 많았는데 예를 들면 일회용품을 너무 많이 사용하는 것이나 자녀돌봄 프로그램을 조금 더 체계적으로 운영해보고 싶은 점, 그리고 5세부터 13세의 넓은 연령대를 아우르는 아이들이 토욜마다 7시간, 한번의 일박이일 동안 공존하며 발생하는 다른 욕구를 대하는 고민 같은 것들이 생겼다. 6주를 지나고 보면 아마 이일을 처음 하게 된 자녀부의 리더쉽이었던 팀장은 물론 고맙다고는 했지만 가끔 제안쟁이인 내가 버거웠을 것같다는 생각도 든다.

누군가를 도우러 무언가 힘써 해내는 일은 그건 수도 없이 많은 내 경계들을 만나는 일이다. 그런 일들은 내가 가진 한계 그 끝으로 날 이끌고 불쾌하던 실패의 기억들 마져 떠오른다면 딱.... 갑자기 '니주제에 뭘' 이런 생각까지 든단 말이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교육계에 몸담고 있다는 내가... 돌봄이 내 직업인 내가 한계를 여러번 마주쳤다. 내 새끼였으면 몇번이나 손바닥이 올라갈만한 상황들이 얼마나 많았는지(교회라는 특수한 상황과 남의 자식이라는 상황이 겹치면 훈육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욕구는 다 들어줘야 한다는게 불문율) 모른다. 물론 내가 염려하던 사춘기 남아 한명을 슬슬 구슬리기에 실패하지는 않아서 얼마나 다행이었는가... 하지만 내 안에 몇번이고 천불이 올라오던 상황과 아슬아슬하던 순간들은 기억이 또렷하다. 한반 인원보다 많은 서른명 넘는 아이들의 다양한 욕구는 어른과 달리 숨김이 없었고 지체함도 없었다. 욕구들에 압도당하며 일박이일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숙소 잠자리에서 급격한 피로로 내 한계를 느꼈고 내년에는 하지 않으리.... 하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도 기억한다.

이런 섬김을 쭈욱 오래 해오던 한분을 이 6주의 기간 한복판에 만나서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 그분에게 생경한 내 경험들과 내가 느꼈던 감정들을 솔직하게 터놓으면서 얼마나 공감받아서 행복했는지 모른다. 그분이 이렇게 나에게 툭던지듯 한마디 하셨는데... "그게 성장이지. 한지선이 컸네 컸어" 이러셨다. 다른 사람이 이 뻔한 말을 했으면 그냥 지나쳐왔을 그말이 내속에 쑤욱 들어왔다. 컸다 컸어.. 아프면서 컸다. 나는 그렇게 이번에도 조금 컸다.

마무리는 감사로 해야겠다. 6주간 섬김은 지난 3년보다 더욱 건강하게 진행이 되었었다. 특히 작년에 자동차 사고 후유증으로 요통으로 고생하며 섬기던 때와는 사뭇다르게 내 몸은 많이 건강해져있었고 그것이 실감이 난다. 그래서 참 감사하다. 그리고 우리 남편과 나는 아픈 부부들을 보고 우리 모습을 보았고 섬기는 부부들을 보며 모델링을 해볼수 있었다. 그것도 참 감사하다. 마지막으로 사고 없이 무사하게 마무리 지어진 모든 순간이 감사하다. 무엇보다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면서 내 안에 얼마나 사랑이 부족한지 알고 교만했던 내가 깨지고 자라났던것이 제일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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