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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좋은교사

게보린 10알

by letter79 2018. 10. 24.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다른날보다 한시간 일찍 퇴근하는 육아시간을 사용하는 화요일 퇴근 5분전 상담선생님이 후다닥 나에게 내려왔다. 가정문제로 우울증이 의심되는 비자살성자해로 끊임없이 걱정시키는 녀석(L)이 있는데 아침에 게보린을 10알을 먹고 지금 토하고 토하는데 피도 나오고 그래서 걱정되서 상담샘을 찾아온 모양이다. 그 얘길 듣고 나에게 도움을 처하러 오셨다.

하필......... 퇴근하기 5분전이다. 내 안에 드는 생각은... 위중한 상태는 아닐 것이나 토하는데 피가 나왔으니 병원은 가봐야한다. 병원을 보내야하는데 아빠는 지방에 일하러 가셔서 연락만 닿는 상태 엄마는 따로 사셔서 병원에 같이 가기 어려운 상태 노쇠한 할머니는 먼거리 왔다갔다 하시기 어려운 상태 .. 이 모든 상태를 감안하여 내가 퇴근하는 길에 엘양을 병원에 데려다주자고 마음을 먹었다. 

이 순간 마음을 먹었을 때 실은 얜 응급상황은 아니지만 신경이 쓰이는 상태라 아빠에게 병원 데려가야한다고 얘기만 해두면 크게 문제 될일은 아니지만 오늘 착한일 하나 하자(1,10,100,1000,10000법칙 상각남)하면서 좀 오바를 했다고 해야하나.

얘네집에서 할머니까지 태우고 아빠가 가라는 병원을 가니 리모델링 중이라 허탕치고 두번째 병원을 갔는데 주차공간이 없어서 패스 세번째 동네를 도는데 내시경도 가능한 좀 큰 내과를 발견하고 거기에 내려주고 집에 왔다.

차에서 엘에게 질문 몇가지를 가볍게 던졌따.

- 왜 게보린인가

- 무슨 게시판을 본것인가

- 마음 둘만한 사람이 있는가

- 시설에서 나오고(올 여름 복지사에게 의뢰해서 위기가정으로 잠시 시설에 갔었음) 더 힘들어졌는가

- 너는 어떤 병원에 가고 싶은가

가볍게 던진 질문에 아주 세세하게 대답해주었다. 고마웠다. 신뢰하는것도 퇴근시간 이후 기사노릇을 하는 나에게 고마워하는것도 느껴졌다. 집에 와서도 아홉시가 다되어서 지금도 죽먹고 토했다며 약을 다시 먹어야 하는지 물어보러 나에게 전화를 했다. 그 전화가 왠지 반가웠고 이 아이에게 살려고 하는 에너지가 느껴졌다. 특히 나에 대한 신뢰가 느껴졌달까.... 퇴근 시간 이후 아이에게 신경을 쓰고 있는 내가 왠지 괜찮은 인간인것 같아서 기분이 좋은 날이었다.

불쌍한 아이들이 참 많다. 엘양은 우울증이 심한것 같다. 아침에 일어날때 눈을 뜨기 싫다고 한다. 우울증이 심해도 한참 심하다. 이 아이에게 끊임없이 쏟아지는 폭언과 애정결핍은 계속 몸과 마음이 아프게 만든다. 문득 어른들의 갈등(고부갈등, 부부갈등)으로 아이 하나의 인생이 얼마나 망가지는지 미리 본것 같다. 관계의 회복이란 얼마나 미시적이면서도 거시적인가................. 그런 면에 있어서 부부학교 스탭하기로 한건 잘한 일이라고 생각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