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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영화, 음악 이야기

아직도 가야할길 다섯번째 독서모임

by letter79 2024. 2. 28.

여말몸글에서 읽고 있는 ‘아직도 가야할길’ http://aladin.kr/p/4zx8i  다섯번째 독서모임 정리 글-

[사랑은 훈육되는 것] 

감정은 노예이며, 자기 훈육의 기술은 노예를 소유하는 기술과 같다고 말한다. 노예를 훈련시키지 않고 아무 규율도 정해주지 않는다면 주인이 오히려 노예들의 노예가 되어서 성격 장애를 가지고 혼돈속에서 살아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반대로 죄의식을 가진 신경증 환자가 자기 감정을 대하는 태도 또한 자기 파괴 적이다. 노예들이 반란을 일으켜 주인을 둔 채로 집을 불태워 버린다. 이 두가지가 정신병과 신경증의 기원이다.

주인은 그의 감정(노예들)을 존중하고 좋은 음식, 집, 의료 혜택 등을 제공하며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대답해주며, 격려하고 건강을 걱정하면서 규율을 정해주고 , 규제하며, 분명한 의사 결정도 해주고, 방향도 다시 잡아주기도 하면서…. 누가 윗 사람인가를 의심할 여지없이 분명히 해준다. 이것이 건전한 자기 훈육의 길이다.


첫번째는 감정 노예 비유 부분이다. 길지만 다시한번 감정과 나 자신을 주인과 노예로 설명한 부분을 읽어보았다. 감정을 잘 다룰줄 알고 싶다. 존중하고 잘 맥이고 돌보고 규칙도 정해주고 방향도 잡아 주되 결국은 노예이니 내가 갑임을 끊임없이 알게 해주는 그런 주인말이다. 감정의 주인은 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 챕터의 그 은유를 즐겁게 읽었다.

두번째 기억남는 부분은 사랑의 대상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부분이다. 애정과 관심을 갈구하는 학생들을 매년 새로 만나고 매일 만나는 내 자리는 선택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자리다.  일대일 결연으로 만나고 있는 아이가 생각난다. 그 아이를 통해 나는 나 자신이 참으로 건강해지고 있다고 믿는다.  허나 가족과는 제일 어렵고 그걸 더 잘하고 싶긴 하다. 잠시 인용을 하자면

만약 가족과 진정한 사랑의 관계를 이룬 사람이 있다면 그는 대개의 사람들이 일평생을 통해 성취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성취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어떤 사람은 사랑의 능력이 풍부해 가족안에서 사랑의 관계를 성취하고도 에너지가 남아서 더 많은 관계를 성공적으로 이룰 수도 있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 엄청난 자기 훈육이 필요하다.

 

 전적으로 이기적인 인간인 내가 나 자신을 위해 결연아이를 만난다. 사랑을 통해 성장함에 따라 내 기쁨도 커지고 있다는 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것은 지속적으로 삶이 나에게 말해주고 있다. 실은 절대로 다른 사람을 위해서 무언가를 하지 않는다. 나 자신을 위해서 하는것이다. 내가 사랑을 통해 성장함에 따라 내 기쁨도 증가하고 지금보다 더 뚜렷해질 것이다. 

[사랑은 분리다] 챕터에서는 칼릴 지브란이 쓴 시 중에 아이를 기르는 것과 결혼에 대한 시를 인용한 부분이 참 좋았다. 그 시는 두고 두고 인용하고 싶다. 먼저 결혼에 대한 시는 최근에 받은 청첩장에도 그 첫 두문장을 발견해서 반가웠다.

진정한 결혼은 공동 협조 체제로서 상호간의 협조와 배려, 시간과 에너지를 필요로 하며, 영적 성장의 정상을 향한 여정에 들어선 서로에게 힘이 되기 위해 존재한다. (중략)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은 개인의 영적 성장이며 정상에 오르는 이 고독한 여행은 혼자서 할 수 밖에 없다. 성공적인 결혼이나 사회의 지지 없이는 이 중요한 여행을 달성 할 수 없다.

 

결혼이든 양육이든 나는 분리되지 못하고 한 10년을 살아온 것 같다. 완전한 가정에 대한 환상은 분리되지 않고 완벽히 하나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꿈꿔온 가정에 대한 환상이었다. 기질상 남편보다 주장이 강한 나, 그리고 아들보다 여러면에서 아직은 힘을 가지고 있는 나는 종종 나르시즘적인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이 챕터를 읽으면서 자주 뜨끔했다. 허나 감정이입(다른 사람이 느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을 나는 다행이도 가지고 있었다. 남편과 아이가 타인이며 자신만의 개성을 지닌 독립체임을 종종 잊고 나의 이미지를 생각하면서 그 잔소리를 사랑이라고 착각한 경우가 얼마나 많았는지 모르겠다. 생각만해도 아찔하고 부끄럽다. 다행이 요즘은 그런 자각이 들때 사과를 진심으로 하는편이다. 죽을 떄까지 사과를 하면서 살아야할 자기애적 성격장애가 조금은 있는 나이지만 사과의 횟수는 점점 줄어들것으로 믿는다. 다시한번 칼릴지브란의 아이를 기르는것에 관한 시를 붙여본다.

그런 나에게 칼릴지브란이 나에게 너는 활이 되라고 말한다. 궁수의 손에 들어간 힘을 기뻐하리라...그 살아있는 화살인 나의 아들을 영원의 길 위에 있는 표적을 겨냥하면서 미래로 날려보낼때 그 화살이 날렵하게 멀리 날아가도록 그분의 능력으로 힘으로 활을 힘껏 구부리신다고 표현하는 부분이 압권이다. 아 팽팽하게 활에 힘이 들어가는 걸 지켜보면서 나는 기뻐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화살이든 활이든 그분의 능력으로 사랑하신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되고 결국엔 화살만큼이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활도 사랑하신 다는 사실에 감격해야한다

 

 

[사랑은 정신치료다]에서는 치료자와 환자 사이에 전이와 역전이 그리고 성적인 관계까지 깊게 다루어 설명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직업상 치료자로 환자를 대하는 나는 느낌 아니까로 읽었다. 성적인 관계가 왜 안되는지는 당연한것이긴 하지만 왜 그런지 작가가 잘 설명했다. 치료자는 환자를 통해 자신을 확장하는 것이지 자신의 욕구를 채우느라 환자의 욕구에 손상을 주는 것이 아닌가 살피는 지점을 통해 그 문제를 설명하고 있었다. 탁월하고 신선한 설명이었다.

 

이 챕터 내내 나는 이틀전 만난 그 제자를 생각했다. 14년전 여중생이었던 그녀가 매년 찾아온지는 꽤 되었으나 방학 중에 따로 시간을 정해 식사하자고 한 것은 의외였다. 심한 우울증으로 폐쇄병동에 입퇴원을 반복해가면서 학교에서도 관계문제로 행복하지 않은 시기를 겪었던 그 시기 나는 조금은 그녀에게 도움을 주어서 였을까?  14년전에도 그날의 일기가 생생하고 최근에도 교생으로 우리학교를 찾아온 그녀를 얼싸안으면서 흘렸던 눈물이 생생하다. 그 만남이 나에게 내 인생이 잘못 산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건 아닌지 가슴이 뻐근하게 흐뭇해지는 만남이었다. 보건교사와 자주 아픈 학생으로 만난 인연이었는데 나는 충분히 전이를 느꼈다. 학생에게 깊은 연민을 느꼈고 14년전 자기 공연에 부모님이 오지 않는다며 서운해서 우는 아이에게 감정이입을 제대로 해서 부모님 대신에 꽃다발을 들고 간 그 일을 그 친구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꽃다발의 모양을 생생히 기억하며 이야기를 하는 걸 보니 정확하다. 얼마나 고마운일인지 모르겠다. 이 챕터의 아래 부분을 잠시 인용해본다.

우리는 이제 심리 치료를 효과적이고 성공적으로 만드는 본질적인 요소를 알았다. 그것은 '무조건 긍정적인 말'을 해주는 것도, 마법의 말과 기술과 태도도 아니다. 그것은 인간적인 관심과 노력이다. 치료사가 환자의 성장을 돕기 위해 자신을 확장하고자 하는 마음, 즉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고, 진심으로 사무적이 아닌 개인적 감정 차원에서 관계를 형성하고, 실제로 환자와도 자신과도 싸우고자 하는 마음이다. 간단히 말하면 성공적이고 의미 있는 심리 치료의 근본 요소는 사랑이다.

누군가의 성장을 돕기 위해 나를 확장 하는건 위험한 일이다. 사무적이지 않으면 분명히 상처받을 위험이 도사린다. 개인적 감정 차원에서의 감정을 끌어내다보면 나 자신과도 싸우고자 하는 마음이 분명 존재한다. 환자와도 결국은 싸우게 되고 나와도 싸우게 되는데 그런 위험을 감수하는 것.. 그것이 어떤 느낌인지 나는 그 제자와 오랜 관계를 통해 알 것 같다. 성공적이고 의미있는 심리치료의 관계였는지는 잘은 모르겠지만 그 비슷한 느낌으로 가고 있는 관계임은 확실하다.

 모든 인간의 상호작용은 배우거나 가르치는(치료를 주거나 받는) 기회이므로 이를 통해 배우지도 가르치지도 않는다면 좋은 기회를 지나치고 마는 것

이라고 말하는 챕터 마지막 부분에서 다시 한번 그 제자를 떠올린다. 중학교 시절 본인의 깊은 상처를 꺼내어 상처입은 치유자가 되어 자신과 같은 아이들에게로 향해 가는 그녀의 진로에 대한 고민을 들으면서 그녀에게 희망을 느낀다. 제대로 가고 있군.... 신이 되기 위한 고군분투는 어렵긴 하지만 아직도 가야할 길이고 나또한 가야할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