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청년때 다니던 교회가 큰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을 가까이 보고 경험했다. 그 때 좋은 교회를 얼마나 갈망했던지 모르겠다. 그 시기에 대안적이고 개혁적인 시스템을 가진 높은 뜻 숭의 교회 이야기가 들려서 친구와 함께 갔었다. 그 인연으로 시작되어 분립할때마다 새로운 교회로 나와서 숭의-정의-덕소-세움까지 증손자뻘의 교회를 다니고 있는 셈이다.
높은뜻세움교회는 작년에 분립되어 올해 처음으로 신앙사경회를 진행했다. 사경회에는 내가 청년때 그렇게 좋은 교회에 목말라서 갔을때 내가 완전히 매료된 설교를 하셨던 ㄱㄷㅎ목사님을 모셨다. 그러니까 정말 오랜만에 목사님 설교를 듣는 셈이다. 유명하시기도 하고 워낙 거침없이 소신을 밝혀오셨기에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는 분이다. 지인 중에는 꽤나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ㄱㄷㅎ목사님에 대한 명과 암에 대한 판단은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청년떄 다니던 교회에서 내가 보았던 목회자의 바닥은 다시는 그들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게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대를 크게 하지 않으면 별로 관심이 없고 실망도 안하는 법... 싫어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기대를 크게 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한다.
목사님도 많이 늙으셨고 최근에는 암으로 투병 중이시기도 한데 아프시고 늙으신 이후에 설교를 나는 직접 들어본적은 없었다. 짝궁이 참석하자고 해서 했지만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첫째날 <반석위에 세운 교회, 마16:13-20>라는 제목으로 역시 적어도 스무번은 들었던 설교를 하셨다. 나는 높은뜻교회에서 청년새가족부를 했기때문에 높은뜻교회정신을 소개하느라 이 부분을 적어도 50번정도는 가르치기도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났다.
반복해서 하던 말씀을 또하시고 예화도 똑같았는데 이상하게도 귀기울여 듣게 되었다. 너무나 신나 보이는 그분의 표정과 '개국공신'의 의에 사로잡히지 말고 쌔까맣게 잊어버려야 한다는 일침이 기억난다. 교회가 분립될때마다 분립개척하는거 신나하고 으쌰으쌰하는 그 분립개척 멤버들만의 특이한 케미에 도취되기도 했다. 나는 약간 분립중독자같은 사람이었던 것일까... '개국공신'들이 제일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말이 정말 가슴에 쏘옥 들어왔다.
둘째날 <그리스도의 편지, 고후3:1-5> 설교에서는 암에 걸렸지만 하나님이 믿어지니까 암이 평안하다면서 투병 기간 경험한 하나님과의 관계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정말 좋았다. 어디를 가든지 예수님과 함께 가면 된다고... 빈티지 옷 입듯이 암도 이쁘게 입어 보겠다며 암에 걸렸지만 하나님이 믿어지니까 평안하다고 하셨는데 감동이 되었다. 누구도 입기 싫어하는 옷을 이쁘게 입는 방법이 샬롬 이라나...
그리스도의 편지는 수신인은 누구인지 모르나 예수님에게서 발신되어 내용은 '나' 라는 존재에서 나는 소리같은 것이라는 표현이 참 좋았다.
셋째날 <세가지 시험, 마4:1-11> 설교는 사탄의 출제경향(ㅋㅋ)을 풀어주셨다.
첫째 순서 이야기이다. 사탄은 먼저 먹고 살고, 하나님 일하라고 하는데 그러면 샬롬이 무너진다. 먼저 '말씀' 후 '음식' 기억하자.
둘째는 헛된 영광(꼭대기에서 뛰어내려봐)을 추구하고 천사까지 이용하려고 하지 말고 꼭대기에 서서라도 십자가를 추구해야 한다는 말씀이었다. 가난, 암 등등의 옷을 깔맞춤하여 폼나게 입을 수 있다는 것...
셋쨰는 절하면 모든 것을 너에게 준다는 시험이다. 하나님이 주시는 건지 누가 주는 건지 모르고 덥석 받아 먹지 말고 확인하고 먹자는 것이다. 일용할 양식을 하나님이 주시면 받아 먹기로 결정하는 것.
말씀을 들을 때는 좋았는데 무엇이 나를 움직이는지 꼭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다른 많은 말씀보다 나는 ㄱㄷㅎ 목사님이 암에 걸리시고 늙으시고 나서 하신 오늘 말씀이 지금까지 들었던 말씀 중에 제일 좋았다. 평생을 같은 말씀을 하셔서 귀에 못이 박힐 것 같지만 그 말씀을 그냥 살아내고 계셨고 하나님이랑도 찐친 관계를 유지하면서 행복해보이셔서 참 좋았다. 전하는 말씀과 전하는 사람과의 괴리감이 전혀없었다고 할까? 그냥 삶으로 보여주고 계셔서 그분이 전보다 더욱 존경스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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