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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노트/콩콩이 이야기

나는 웃는 엄마 모습만 기억나

by letter79 2023. 6. 17.

목욕 시키면서 하던 대화 중에 기록해서 오래 도록 남기고 싶어서.

훈 "엄마 그거 알아? 다른 엄마들 중에서 엄마가 제일 쎄"

나"그래? 내가 제일 엄해?"

훈"000엄마는 이렇게000 아빠는 이렇고 000엄마는 이래" 

나"그럼 그 엄마 아들이고 싶겠네?"

훈"아니 나는 엄마가 더 좋아"

나"왜? 마음대로 다 하게 하고 허용적인 엄마가 더 좋은거 아니야?"

훈"아니야. 버릇없는거랑 눈치 없는거는 집에서 엄마한테 혼나는 게 낫지 밖에서 혼나는 거 보다 . 집에서 안혼난 애들은 언젠가 선생님한테 혼나거나 그러거든"

나"고마워 지훈아 엄마는 지훈이에게 버럭하기도 하고 등짝도 때리고 실수도 많이해서 늘 미안한 마음인데.. 엄마한테 그렇게 말해줘서 엄마는 너무나 고맙다"

훈"엄마가 그랬다고? 나는 기억이 하나도 안나는데?"

나"정말? 00000 때 그랬고 00000 떄도 등짝떄리고 소리도 지르고 그랬잖아"

훈"근데 엄마 나는 그런건 기억이 안나고 엄마를 생각하면 나를 보고 웃는 얼굴 표정이 기억이나"

너무 고맙다. 지훈이는 정말 회복탄력성이 좋은 아이이다. 맷집이라고 해야하나... 그거 엄청 강한 아이이다. 혼나는걸 잘 한다. 물론 반복해서 같은 잘못을 하긴 하지만 혼낼때 아이가 많이 상처 받아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그래서 내 언성이 높아지는 걸 수 도 있는데.. 그래도 그 모든 장면들이 아이에게 깊이 상처로 남아 있지 않아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예민하지 않은 아이이고 가만히 못있고 활동적이고 외향적인 아이라서 내 성격에 잘 맞는다. 키우기 힘들고 걱정도 많이 되지만 오늘 보니 엄마에 대한 깊은 사무친 분노나 억울함이나 서운함이 없어보여서 좋다.

아마도 내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진심어린 사과가 그 역할을 했을수도 있다. 아니면 내가 어찌 했어도 아이 자체가 가진 내면의 힘이 좋은 걸수 도있다. 무튼 너무 감사한 대화였다. 오랫동안 가슴이 벅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