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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이야기/딴지묵상

231109 딴지묵상 욥기 엘리바스와 욥의 대화

by letter79 2023. 11. 9.
딴지묵상 욥기 6:1~30

 

욥의 극심한 고통을 일주일 전부터 욥의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위로해주러 온 세친구 중 엘리바스와의 대화는 내 인생 만난 어떤 사람과의 대화를 떠올리게했다.

 

11년전 출산 후 아이가 아팠을 때의 기억이다. 출산을 하자마자 태변을 폐로 흡입을 했는데 다량 흡입하고 상태가 좋지 않아 응급 제왕절개를 통해 꺼내졌다. 보통 산도를 통해 나오면서 폐 속에 찌꺼기들도 짜부라지면서 깨끗해지는데 제왕절개를 통해 아이를 꺼내면서 폐속에 가득찬 태변 때문에 호흡기 치료가 필요해졌다. 아이는 종합병원에서 태어났지만 신생아중환자실 중증호흡기치료가 가능하지 않은 병원이어서 연대 세브란스로 구급차를 타고 전원이 되었다. 그곳 신생아중환자실에서 꽤 오래 각종 검사와 폐렴 치료를 받았지만 치료가 잘 되지 않고 패혈증 소견이 보여서 정말 생사를 오가는 시간들이 있었다.

 

난산에 출혈이 심한 상태로 출산을 해서 자궁도 묶는 수술을 하고 수혈도 받았던 나는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어있었다. 특히 신생아 등에 척추시술 한다고 전화 동의를 받는 등의 각종 시술 전화 동의서 받는게 끝나면 우느라 창자가 아플 정도였다. 지금 생각하면 우울감이 너무 심해서 벽만 보고 울었던 기억이다.

 

그때 지인이랑 통화를 하는데 그런 말을 하는것이다. 아이가 아픈건 내 탓 일수도 있다는 그런 내용이었는데.. 그 내 탓에는 신앙적인 열심 부족과 감사함 부족에 대한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그 후로 거리를 두고 있었는데 올해 딱 10년이 되어서 그 이야기를 한 친구와 이 이야기를 다시 떠올리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인생의 고난에 내 탓이 있다는 건 남이 할 말은 절대 아니라는 생각을 그때 했다. 얼마나 따귀를 맞은 듯이 얼얼하게 아팠는지 눈물이 다 나고 속이 상했다. 그리고 그 말을 한 사람이 과연 나를 진정으로 생각하는 사람일까? 나를 사랑하는 사람일까라는 의심도 들었다. 그때의 그 마음은 10년이 지난 뒤에 나누어도 어느 정도 강렬한 정서였다. 물론 그 지인은 사과했고 본인이 한 말을 기억하지 못한다.

 

이런 일은 종종 반복된다. 인간관계 중에 도가 넘는 심한 괴롭힘을 당하고 어려워서 마음을 털어 놓은 친구에게 '너도 그 사람에게 그럴만한 일을 한 것은 없느냐? 너도 그 사람이 밉지 않느냐? 그 미움이 문제다. 둘이 똑같다.' 라는 이야기를 해서 내가 너무 마음이 상한 적이있다.

 

오랜 동안 힘든 관계였기 때문에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모든 이야기를 경청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니까 니가 당하는 인간관계의 고난은 네 몫이 있다는 이야기다. 처음엔 속아서 진짜 그런 줄 알고 갸우뚱 하다가 마음이 너무 어려웠다. 그건 아니었거든.. 물론 진심으로 사과했지만 내가 얼마나 아팠는지는 잘 전달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오늘 엘리바스의 이야기를 들은 욥도 그랬을것 같다. 욥의 얼얼한 따귀맞은 마음이 내게 전해진다. 그 마음은 특히 내 편일거라 믿고 속까지 다 보여준 그 벌거벗은 속살을 드러낸 무방비 상태에는 더더욱 아파서 정신을 차리기가 어렵다. 하는 얘기마다 다 옳은 이야기 일수도 있고 정의로운 이야기일수 있는데 받는 사람이 속살을 드러내놓고 아파죽을 때는 절대 그런 말을 해서는 안된다. 그래서 아프고 힘들때는 정말로 말 조심 해야 한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 가만히라는 감수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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