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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좋은교사

악성민원 - 보건실편

by letter79 2023. 8. 1.

서이초 사건을 보면서 애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요즘이다. 평가없이 아이들을 가까이 대하는 상담, 특수, 보건 이렇게 별당아씨들은 이 악성민원의 최전방에서 어제나 오늘이나 고생하고 계시다.  에피소드 중심으로 설명해본다.

[칼라렌즈편] 보건실에 이틀에 한번씩 각막에 상처와 결막염 증상으로 오는 친구가 있었다. 원인은 칼라렌즈였는데 반복해서 말했는데도 계속 끼고 또 같은 증상으로 오기를 여러번 반복해오던 어느날.. 눈의 상태가 심각하니 이제 그 칼라렌즈는 버리고 안과를 꼭 방문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그 친구는 칼라렌즈를 내가 보는 앞에서 자기 손으로 직접 보건실 쓰레기통에 버렸다. 다음 날 부터 그 학부모에게 자기가 사준 칼라렌즈를 보건선생님이 버리라고 했다면서 그걸 다시 사내든지 버린걸 찾아내든지 하라는 민원성 전화를 매일 5시에 일주일 내내 받았다. "선생님 찾으셨어요? 그 칼라렌즈 어떻게 배상하셔야할텐데요" 하면서 아이에게 칼라렌즈 버리라고 무섭게 강요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손톱편]  보건강사가 손톱부상을 정리하다가 살을 약간 찝었다. 피가 나지도 않았고 찝힌 정도라 손톱이 자라면 되는 상처이긴 했지만 의료 사고이니 사과를 강사가 직접 전화를 했고 이것으로 학부모와 자정까지 통화가 계속되었다. 정신적인 상처까지 배상해 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강사님이 사과를 계속 했는데도 정신적인 상처를 이야기하면서 울음을 그치지 않고 욕설을 해내는 학생과 학부모의 반복적인 전화에 그냥 그날로 보건강사를 그만두셨다. 이 과정에서 교장 교감은 그냥 그 학부모 편에서 분노를 다 받아내며 연신 고개를 조아렸고 나에게는 강사 관리 소홀로 꾸지람을 하셨다. 이 시기 관리자에게 받은 상처가 정말 크다. 

[국수편] 보건실에 단골로 오시는 학생 손님 한분이 오늘도 다치셨다. 정형외과를 가야할 것 같아서 전화를 드렸더니 "아니 선생님 학교에서 다쳤는데 학교에서 알아서 병원에 데리고 가셔야 하는거 아닌가요? 저는 지금 국수를 먹고 있으니까 아이를 병원에 데려다 두세요" 라고 말하고 끊었다. 교사차로 아이를 병원에 데려다 주었다.

[코로나편] 호흡기 증상을 호소하면서 보건실을 오는 아이들 중에 체온을 측정해서 37.5도가 넘으면 귀가하는 메뉴얼이 있었으니 그로 인한 민원은 어마어마 했다. 귀가하고자 하는 아이들과 귀가하기를 원하지 않는 학부모와 37.5도 이상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집으로 보내야하는 보건교사 사이의 그 끊임없는 실갱이는 엄청났다. 우리 애는 그냥 감기라며 코로나도 인플루엔자도 아니라는 강한 믿음을 가지고 계시던 그 수많은 학부모님의 전화를 받느라 고생을 정말 많이 했다. 코로나 때 제일 힘들었던거 말하라고 하면 단연코 전화였다. 학교를 보내고 싶은 학부모 그리고 학교 방역을 해야하는 보건교사 사이에서 보건교사는 책임은 있으나 힘이 없었기에 수많은 감정노동에 시달렸다. 코로나에 걸려서 어찌할 줄 모르는 각 가정의 불안과 분노의 감정을 담은 전화를 받는 것도 늘 보건교사였다. 

[우리에가 울어요] 민원 전화의 대부분은 아이가 우는 것으로 시작한다. 아이는 울고 자기 편에서 이야기를 하는데 아이가 받은 정신적 상처를 해결하라며 보건실로 전화를 한다. 대부분 아이는 거짓말을 하고 있으나 학부모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아이에게 사과를 하고 아이가 원하는 조치를 취해주라는 전화의 내용은 늘 비슷하다. 우는아이->거짓말->정신적상처배상 이런 수순으로 민원은 진행된다. 그 가운데서 거짓말 진상 파악과 학부모 설득을 하자면 기가 다 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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