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학교, 좋은교사

3년 만에 축제

by letter79 2022. 12. 25.

이번주에는 축제를 했었다. 2019년 이후로 3년만에 처음하는 축제이고 지금 3학년은 처음이자 마지막 축제이다. 3년 전 학교와 지금은 어머어마한 변화를 겪었다. 실시간 온라인 수업을 했고 전화번호를 몰라도 대면이 아닌 비대면으로도 충분히 연결될 수 있는 그런 도구들이 생겼다. 블렌디드 환경이 가져다 주는 힘은 대단했다. 수업도 학생 지도도 엄청난 지각변동이 있었다. 코로나를 겪어 낸 시간 동안 살을 부대끼고 끼를 방출해내는 그런 무대가 무척이나 고팠던 아이들이 있었다. 그 이글이글 타오르는 동력들이 느껴지는 시간이었다고나 할까? 시키지 않아도 뭔갈 같이 만들어 내고 싶어했고 무대에서 보여주고 싶어했다. 물론 축제와 무대를 즐기지 못하는 성향의 아이들은 그대로 있다. 하지만 이 전보다 더 많은 아이들이 참여하고 싶어했고 정말 많은 아이들이 무대에 올랐다. 한번에 20명 이상 오른 무대도 5개나 되었고 욕심도 많이 보여주었던 시간이었다.
축제를 보면서 했던 계속 들었던 생각은 또 이런 것이다. 나도 큰 변화를 겪었다. 아이들의 끼를 보여주는 무대가 너무 보고 싶었다. 그리고 무대에 오르는 한명 한명이 아직은 마스크를 쓰고 하는 공연들이에서 누군지도 못알아보기도 했지만 그 영혼이 발산하는 에너지와 메세지가 사랑스러워서 감격스럽기도 했다. 사랑스럽고 감격스러운 이 감정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중학교 축제는 여러면에서 완성도가 높지 않고 어설프기 그지 없다. 축제를 돕는 교사로서 축제는 그저 일이었고 어서 끝났으면 하는 시간도 많이 있었는데 이번 축제는 그냥 아이들 몸짓 소리 하나하나 다 따라가면서 그저 몰입했고 마스크 속에서 누군가를 알아보는 순간이면 나중에 칭찬해줘야지 하는 생각에 스스로 놀랐다. 이건 모지....... 아마도 나도 아이를 키우면서 저 어설프기 그지 없는 몸짓과 소리를 내기 까지 성장해온 그 모든 과정을 살을 부대끼며 집에서 보아온 순간들 때문에 드는 엄마맘인가? 내 자식이 저렇게 올라가서 자기를 드러내는 과정을 보면 얼마나 대견하고 사랑스러울까? "내 눈엔 너만 보여!" 하면서 팬심을 마구 드러내지 않을까? 사랑이 없이 축제를 보았던 시간들을 지내보다 사랑이 드글드글 한 눈으로 축제를 보는 큰 변화는 아마도 자식을 키워가면서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그만큼 나이가 들어서 가능하기도 하고 가장 크게는 하나님을 알게 되면서 바람처럼 불어오는 그 양반이 주시는 마음이기도 하다.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팬심 가득한 눈으로 " 내눈엔 너만 보여! 너를 응원해!" 하시는 하늘의 마음이 느껴진 것 같기도 하다. 어설프면 어떤가 사랑스러운데 말이다. 존재 자체만으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