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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좋은교사

3년만의 체육대회... 동료와 갈등

by letter79 2022. 5. 12.

오늘은 체육대회였다. 나는 체육대회가 3년만에 열려서 참으로 감사한 일이고 기다렸던 일상이긴 했지만 막상 오늘 아침엔 좀 버겁긴 했다. 정말 환자가 많기 때문이고 언제 어떻게 사고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루를 그냥 손가는데로 적어본다.

- 엄청나게 큰 스피커로 학교 운동장을 가득 채운 빠른 댄스음악

- 학교 운동장의 모래 가득한 바람

- 학급티를 맞춰 입은 아이들이 내 뿜는 방방 뛰는 기이한 분위기 - 부정적으로 보자면 약간 조증환자 같기도 하고 긍정적으로 보자면 한없이 싱그러운 젊음

 

한없이 업된 분위기에 또 몸이 따라주지 못해 아픈 아이들이 있다. 예를들면 행사에 꼭 초대되는 각종 공연(난타, 태권도, 방송댄스)에 참여하는 아이들과 학급 대표 계주 선수들이 너무 긴장한 나머지 몸이 아파버리는 것이다. 주로 배가 아프고 토할 것 같으며 머리도 어지럽다. 듣다보면 나에게도 그들의 긴장이 전해지는 것 같은데 귀엽다.

그리고 각종 구기대회가 학급 대항으로 마치면 대회에서 진 학급 아이들은 심판이 오심이라며 심판을 욕하면서 학급 아이들이 하나가 되는 그런 순간들이 지나간다. 그래서 마음이 아프다며 가슴에 밴드를 붙이러 한무리가 왔다 가는데 잠깐 환자가 없던 터라 같이 심판을 욕해주면서 공감해준다. 그러나 곧 찰과상과 염좌 환자들이 속출한다. 한차례 환자들이 밀어 닥친다. 오후에는 학급대항 계주가 펼쳐지는데 이때 많이 다친다. 그때 벌어진 일을 잠깐 소개한다.

 

계주하다가 넘어져서 좀 심한 찰과상 환자가 생겼다. 그럼 그 아이곁으로 우르르 사람들이 몰린다. 아이가 많이 아파했나보다. 동료 교사가 보건부스에 있는 나에게 뛰어왔다. 저기 아이가 다쳤다고.. 나는 '의식있는 찰과상환자인데 나더러 거길 가라는 건가? 어차피 걸어서 여기 보건부스에 드레싱할 것이 있는데 내가 거길 가서 뭘 어쩌라는건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이쪽으로 와야 한다'고 말했더니 대뜸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아니 우리가 가야죠!"

엥 너무 당황스럽다. 갑자기 너무 화가 치밀었다. 소리지른 선생님 어깨를 꽉 잡고

" 선생님 아이가 의식이 있잖아요 그리고 이렇게 화내지 말아요. 여기에 드레싱할 것도 다 있는데요"

그렇게 말하면서 열은 받았지만 환자가 있는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는데 저쪽에서 환자가 부축을 받으며 걸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인상을 팍 쓰면서 다시 부스로 돌아왔다. 걸어오는 그 학생을 보고 나에게 소리지른 그 동료교사는 미안했는지 "샘 미안해요"라고 말했는데 이미 상할데로 상한 마음은 에너지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2-3분 정도의 잠시간의 갈등이지만 나는 이 갈등이 전에도 있었던 것이 기억난다. 의료인인 내가 어떤 상황에서 내리는 결정에 이래라 저래라 하면서 한없이 '오버'하는 그런 동료교사에게 나는 정말 짜증이 난다. 내가 너무 차분하게 혹은 가볍게 상황을 바라보는것이 그 사람에게는 무정함으로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이전에도 내가 좀 더 '오버' 해주길 바라는 그 마음에는 학생을 향한 사랑이 녹아져있어서 그 마음을 마음 놓고 미워할 수 도 없다. 근데 아직도 분이 안풀렸다. 전화를 해서 그 동료교사에게 그런 식으로 내가 하는 결정이나 처치 상황에 개입하는 것이 나를 한없이 무시하는 것 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내가 하는 결정이나 처치가 다 옳을 수는 없지만 일단은 존중해달라고 했다. 오늘 같은 행동에는 나는 상처받는다고 특히 소리지르면서 말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그 교사가 미안하다고 했는데도 마음이 풀리지 않는다. 선을 너무 넘었다. 한번 더 넘으면 또 말할 것이다. 그는 유일한 입사동기이며 나보다 나이가 어린 교사이다. 

 

그 사건 이후에도 응급상황이 발생할 뻔 했는데 바이탈이 정상을 돌아온 학생이 있어서 정말 나도 긴장되었고 결국은 감사한 하루이다. 하지만 갈등으로 마음이 시끄러웠던 그 순간에 자꾸 생각이 머문다. 나는 오늘 화가 많이 났다. 지금도 그런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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