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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영화, 음악 이야기

웹툰 [창조론 연대기]

by letter79 2023. 7. 18.

"너무 모호하고 우리의 시야를 훨씬 벗어난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는 우리가 받은 믿음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매우 다른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는 성경 구절들을 발견한다. 그런 경우 성급하게 달려들어 너무 확고하게 한쪽 편에 서지 말아야 한다. 진실을 향한 탐구가 더 진전되어 정당하게 그 입장을 약화시킨다면, 우리도 그와 함께 무너질 것이다." 2000년도 훨씬 전 성아우구스티누스가 창세기 해석에 대해서 말했다고 한다. (헤아려본 믿음 240페이지)

번역이 좀 어렵게 되었지만 쉽게 말하면 창세기 해석에 대해 너무 단정짓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이다. 창조는 모호하고 우리의 시야를 훨씬 벗어난 문제이다. 그리고 창세기를 읽으면 더욱 해석이 다양해지는 구절들이 난무한다. 창세기를 과학으로 입증하려고 하는 창조과학은 진작 외면했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스스로 진보적이라고 믿는 나도 기득권이나 전통, 권위, 교리에 대해 부당하게 비판적인 부분이 있다. 그런 면에서 나도 어떤 면에서 근본주의자같이 손바닥에 손톱자국을 남길 정도로 꽉 붙드는 뭔가가 있다. 나는 그 어딘가에서 창조의 문제를 그렇게 접근하게 된 것 같고 그래서 놓쳐버릴 뻔한 관계도 좀 있다.
그런 나에게 단비같은 웹툰이 하나 왔으니 그것이 바로 '창조론 연대기'이다. 고등학생들의 달달한 로맨스도 나오고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누군가를 떠올릴만큼 실제 우리 주위에 살아숨쉬는 누군가를 대변하고 있다. 과학과 창세기 사이라는 안개 속을 거닐면서 혼란을 겪어본 사람들에게 정말 단비같은 웹툰이다. 알리스터 맥그래스가 그의 책 [도킨스의 신] 말미에 썼다는 문장이 서문에 나온다. 그 문장이 멋지다. "양쪽 진영에는 이미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근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증거와 논쟁은 그렇지 않다. 과학자와 신학자는 서로에게 배울 것이 너무 많다. 우리가 서로에게 귀를 기울인다면 은하수가 노래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하늘이 주의 영광을 선포하는 것도"
인도된 진화랑 점진적 창조론 그 어딘가에서 나의 창조시각도 헤매고 있다.

과학은 신의 존재를 부정하거나 확증할 수가 없어요. 진화론이 필연적으로 무신론적이란 주장은 자연과학의 능력을 넘어서는 판단입니다. 도킨스가 지지하고 있는 '과학과 종교의 전투'라는 대중적 신화는 이미 그 수명을 다했습니다.

몇 장면을 캡쳐해본다.
1. 세대주의를 설명한 이 부분에 나는 박수를 보낸다. 세대주의가 왜 위험한가...그걸 설명을 참 쉽게 했다.


2. 창세기 1장은 히브리인들의 시각에 맞추어 과정과 순서를 알려주려고 하기 보다 개발자가 누구인지와 그 개발과정에서 일어난 중요한 일들에 대한 설명을 했다는 비유 쩐다. 

3. 현대과학이나 진화이론은 신이 없다는 걸 증명할 수없다. 도킨스는 과학자라기 보다 무신론적 진화주의를 설명하는 세계관을 펼치고 있다.

4. 이 부분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근본주의자를 이해하게 되는 부분이다. 두려움에서 시작해서 그 진지한 열망이 무시당하는 것 같은걸 근본주의자들은 싫어할 수 있다. 잠시 근본주의자인 지인들이 떠올랐다.


창세기에 대한 의심과 질문을 통해서 새로운 믿음에 이르게 된다는 스토리가 결코 무겁지 않고 알기 쉽게 설명되어 있다.

정말 수작이다. 재미를 놓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