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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영화, 음악 이야기

엔니오:더 마에스트로 시사회 후기

by letter79 2023. 7. 7.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53259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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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daum.net

시사회 후기는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로 시작한다. 엔니오는 내가 덕질했던 인물이니까..

엔니오모리꼬네는 중학교1학년 국어 선생님이 숙제로 보라고 낸 영화'시네마천국'으로 처음 접하게된 음악이다.

친구네 집에서 그 영화를 숙제로 보다가 숙제치고 너무 재미있고 음악이 좋아서 심지어 테이프를 샀던 기억도 있다. 엔니오모리꼬네라는 그 이름은 그때부터 내 애정 음악인이된다. 

나는 10대에 영화도 좋아하고 만화도 좋아하고 이야기란 이야기는 싹 다 좋아했는데 특히 드라마와 영화에 삽입된 음악에 관심이 아주 많았다.  OST만을 다루는 라디오 프로그램도 좋아해서 듣기 시작하는데 신영음(신지혜의 영화음악)을 애정하면서 청취하면서 고등학고 때도 거기 사연보내서 시사회에 동생이랑 가기도 했던 기억도 있다. 역시 이 시사회도 신영음에서 신청해서 다녀왔다.

음 그렇게 엔니오를 좋아한다. 미션, 원스어폰어타임인아메리카, 시티오브조이, 시네마천국, 러브어페어 등에 나오는 음악을 주로 자주 들었는데 엔니오의 음악은 이상하게도 저릿하게 마음 구석에 있는걸 건드리는 뭔가가 있었다. 영혼이 움직거리는 느낌이랄까.. 

그러다가 2005년 임용고시생일 때 드디어 그가 내한 공연을 온다는 소식을 듣는다. 돈은 없지만 20만원 넘는 티켓을 사서 혼자 보기로 하고 한달을 기다리는데 돌연 소속사 준비 문제로 2일전에 취소가 되서 되게 황당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도 엔니오가 꽤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생전 내한을 다시 오지 못할 것 같아서 되게 속상했던 기억이 나는데. 다행히 2년뒤에 내한을 와서 표를 예매 하지만 당일 내가 못가서 그걸 동생친구에게 표를 주게 되었던 기억으로 결국 내한공연은 보지 못한다. 그런 아쉬운 공연을 뒤로 하고 엔니오는 91세까지 열심히 곡을 쓰다가 하늘로 이사를 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여기까지 사적인 내 이야기를 뒤로 하고 영화 얘기를 시작해보겠다. 영화는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었고 내놓라하는 뮤지션들을 영화화한 보헤미안랩소디 같은 것과는 좀 다르다. 완전히 논픽션이고 엔니오 본인의 회상과 같이 작업을 한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영화가 이어진다. 증언 속에 사람들이 쏟아내는 멜로디를 그대로 받아다가 영화 속의 OST가 연결되는 것이 굉장히 세심하게 잘 되어있다. 그래서 다큐멘터리지만 재밌다. 엔니오를 모르는 남편도 재미있어했다. 졸지 않을까 했는데 전혀 졸지 않았고 끝나고 엔니오 음악을 찾아듣고 싶고 다시 영화를 보고 싶다고 할 정도니까..

엔니오는 원래 트럼펫연주자 아들로 태어나 트럼펫연주자로 자라면서 6살때부터 음악을 하는데 엘리트 음악이 아닌 밤무대 음악 그러니까 생활 음악인으로 자란다. 어릴 때부터 천재성을 보이진 않았는데 작곡을 권유하던 스승을 만나게 되어 본격적으로 작곡 공부를 하게 된다. 그 때도 눈에 띄지 않던 인물이었는데 나중에 졸업을 하고 성인이 되어 취직도 안되고 약간은 찌질이로 살던 시간을 회상하던 장면이 기억난다. 오 모든 천재는 찌질이였던 시절이 있다는게 신기하다. 그는 군악대로 취직을 해서 행진음악을 작곡을 하면서 생활을 유지하다가 아내 마리아를 만나게 된다. 아내 마리아와의 깊고 절절한 사랑은 그의 인생 전반에 걸쳐 드러나고 찐 애처가 였는데 마리아가 그의 음악을 처음 모니터링 해주고 그녀의 결재가 떨어지면 세상에 내보였다고 한다. 

그는 음악으로 처자식을 먹고 살려야 했기 때문에 영화음악 쪽으로 그러니까 실용적인 음악 쪽의 작곡을 수도 없이 하게 된다. 진짜 다작을 한다. 시대의 한계속에서 매일 매일 반복되는 지겨운 작곡의 일 속에서도 슬슬 그 안에 실험적인 부분도 드러나게 되고 인정도 받게 되는데 여기서 또 좋은 영화감독 지인과 만나게 되는 만남의 축복을 받는다. 사실 이 지점에서 기존 정통음악을 하는 스승과 친구들에게 배신자라는 손가락질도 받게 되면서 깊은 수치심과 외로움을 겪는 장면이 나온다. 그것이 오랫동안 그를 따라다니고 힘들게 했던 것같다. 후에 그 친구중에 하나가 '원스어폰어타임인아메리카' 영화 OST를 듣고 그에게 사과하는 편지를 썼을때 엔니오는 많이 울었다고 한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먹고 살기 위해 반복되는 뭔가를 하는 부분이 되게 공감이 갔는데 그러면서도 그 안에 있는 실험정신을 놓지 않고 끊임없이 소명이라고 생각되는 음악에서 창조성을 발휘한 부분이 나에게 '아' 하는탄식을 여러번 하게 했다. 영화 내내 '아' 탄식을를 한 열번 넘게 했을거야..영화관 여기 저기서 과몰입 소리들이 터져나오는데 그것도 재미있다.

천재성이 점점 알려지면서 영화 후반부에는 잘 알려진 여러 곡들의 영화 장면과 그 영화 OST를 만드는 장면 및 수상 장면 등등이 나오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하지만 2시간 30분 러닝타임 동안 좀 디테일한 장면이 설명되는 부분에서 피곤함이 잠시 몰려오긴 했는데 너무 늦은 밤에 봐서 그랬을 수도 있다. 그래도 아는 노래들이 많이 나오기때문에 견딜수 있었다. 그의 죽음에 관해서 아주 자세히 나오진 않는다. 이 영화는 OST 위주의 설명이 많기 때문에 인간 엔니오에 대해 아주 많이 다루진 않는다. 엔니오는 다루어질 만큼 영화적인 삶을 산사람이 아니고 허세도 없었고 내성적이고 말주변도 많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이 점에서 '보헤미랑랩소디' 영화랑 완전 다르다.천재임은 확실한 그의 머리속에는 늘 오케스트라로 완성된 어떤 멜로디가 움직이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보는 내내 절대자인 어떤 존재가 그 안에서 창조성으로 꿈틀꿈틀 대는 장면들이 떠올라서 소름이 끼쳤다. 사람을 통해서 하나님이 선과 악을 넘어서는 엄청난 아름다움을 사람들에게 선물로 주시는 것 같아서 말이다. 엔니오 자체의 천재성과 대단함도 중요하지만 아름 다운 음악이 주는 놀라운 파워-예를 들면 모두를 흥얼거리게 하고 모두를 귀기울이게 하는 그런 시간예술-를 다시 한번 실감했다.

엔니오는 작곡만한 작곡벌레였다. 천재성이 뒤늦게 인정받아서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그래도 오래 사셨기 때문에 80대 이후에는 즐거우셨을 거다. 그에게 꿈틀대는 그 창조성으로 정말 많은 사람이 복을 받았다. 좋은 음악을 들으면서 영혼이 청소되는 복.. 뭔가 착해지는 복..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아름 다움에 깊이 공감하는 복을 받은 것이다. 그 복을 주고 간 엔니오의 삶이 귀하다. 엔니오 씨 하늘에서 잘 쉬다가 다시 만나면 내가 정말 고맙다고 말할거에요. Rest in Pe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