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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노트/끄적끄적

부부학교 후기 발표

by letter79 2016. 12. 17.

안녕하십니까 저는 얼마전 진행된 19기 친밀한부부학교를 수료한 5년차 부부 이시영의 아내 한지선이라고 합니다.

부부학교를 시작하게된 동기는 이렇습니다. 저는 부부학교가 개강하기 두 주전 저희 집에 초대한 청년 때부터 알고 지낸 지인 부부의 닭살 에피소드를 듣게됩니다. 그들은 아침에 세수하고 나서 남편이 자기 손으로 스킨을 바르지 않고 맨얼굴을 아내에게 들이밀면 아내가 스킨을 발라준다고 하더군요. 은근 질투의 화신인 저는 건조한 우리 부부의 생활과 너무나 비교가 되었고 따라하고 싶었지만 다음날 남편에게 건조하게 거절당합니다. 그날 밤 광고시간에 보고 들었던 친밀한부부학교가 떠올라습니다. 개강 두 주전 모집이 완료된 시점이었지만 우리도 닭살부부 못할게 뭐냐는 마음으로 신청 문자를 보냈던 것이 기억납니다.

 

부부학교 등록하고 가는 내내 지인들에게 공개하기는 좀 꺼려졌던 것도 사실입니다. 부부관계가 좋지 않은 것을 인정하고 공개하는 선택 같습니다. 괜찮아보이고 싶고 별 문제 없어 보이고 싶은 마음을 내려 놓아야 한다는 것도 좀 불편했습니다. 하지만 가정이 하나님이 주신 작은 천국이라면 그 천국을 경험하고 싶은 소망이 더 컸습니다.

 

그럼 5주 동안 배우고 느끼고 깨달은 것을 나누겠습니다

첫 주 숙제는 남편(아내)이 사랑스러운 점 스무 가지를 쓰는 것이었습니다. 제 남편이 나눔 시간에 숙제를 읽어주는데 제 눈에 눈물이 저절로 흐르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저도 스무개 채워서 쓰면서 드는 생각이 아 이정도면 나 결혼 잘했다는 겁니다. 친밀한 부부학교 강의 시간 그리고 나눔 시간 내내 뭔가 제 안에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욕구들이 만져지는 것 같습니다.

 

 12일 진새골에서 하는 프로그램이 기억납니다소통의 기술을 배우면서 실습해보는 시간이 저는 참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부부싸움을 하면서 늘 같은 패턴으로 하게 된 이유를 알게 되었고, 대화를 시작하고 닫을 때 여는 대화와 닫는 대화로 3분정도로 간단히 이야기하는 것을 시도해보았던 것이 기억납니다. 들은 내용 반영 / 기분 파악 / 대화의 의도 반영해주는 (내기도)로 요약되는 삼단계 부부싸움 실제적 기술을 잘 배웠던 것 같습니다. 이후 저희는 솔직하게 배운데로 몇 번 싸워보았는데 효과가 좋았습니다. 우리는 참 잘 싸우는 부부가 된 것 같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순간은 남편이 글썽거리는 눈으로 그동안 나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이야기 해준 순간입니다. 너무나 냉담하고 차가웠다고 느꼈던 남편에게 많은 부분을 포기 했던 것을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미안하다고 이야기한 짧은 순간 막혔던 둑이 터지듯이 내 안에 큰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진심이 담긴 미안함과 사랑의 표현은 부부학교가 아니었으면 경험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나눔 시간을 통해 들었던 다른 부부의 문제 이야기와 심하게 아껴주는 이야기가 강의 내용보다 더 와 닿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부부가 고민하고 힘들어 하는 문제가 비슷하다는 것도 알게 되어 외롭지 않았고 교회 어떤 모임에 가도 부부 모두의 이야기 보다 한명의 대표(주로 아내) 이야기가 주가 되는데 부부 각자의 생각 이야기를 모두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았습니다.

 갈등으로 천국을 경험하지 못하고 오래동안 지내오신 분들의 힘들었던 이야기와 그 과정에서 상처받은 자녀들의 이야기는 나에게 참 큰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한 가정의 부부 갈등 문제는 그냥 그 세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녀에게도 큰 상처를 주고 그래서 정서적인 고아와 정서적인 과부가 생기는 것 같았습니다. 고아와 과부를 만들지 않는 예방 주사가 친밀한 부부학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부학교 스텝들이 보여주신 처음엔 손발이 오그라드는 축복의 인사들과 매주 손편지와 정성담긴 선물을 택배로 받아보면서 내가 받고 있는 하나님의 사랑이 이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부부학교 하고 나서 달라진 것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첫번째로 허깅과 축복기도로 시작하고 마치는 하루가 좋습니다. 저희집은 특히 아침풍경이 달라졌는데요. 제가 출근 준비하는 동안 밥차려주고 "밥먹어~~"합니다. 싱글일 때 엄마가 밥먹어! 하던 소리와 느낌이 완전 다릅니다.

 두번째로 소통의 중요성을 깨닫고 저희 부부는 매일 통화시간을 정했습니다. 오후 세시이후 간단하게라도 하루 중 있었던 이야기 자잘한 스토리들을 감정과 함께 나누기로 했고 2,3분이라도 그렇게 통화합니다. 이전에는 간단히 몇 시에 퇴근 그리고 이후 스케쥴 통보 등 문자로만 주로 이루어졌던 우리의 대화는 이제 많이 달라졌습니다.

셋째로 남편을 바라보는 내 시각이 달라진 것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신기합니다. 그전엔 로봇같았고 냉담하다고 느꼈던 우리 남편이 알고 보니 나랑 비슷한 생각을 가진 가까운 친구 같이 느껴진 것이다. 진새골 다녀와서 아내가 행복해야 가정이 행복한 것을 알았다며 나의 기분을 헤아려주는 작은 행동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런 작은 행동(자주 물어봐주는)이 대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참 좋습니다.

 

부부학교 마치고 우리 수료의 소식과 가정의 변화를 지인들에게 알리니 가정사역 프로그램에 대한 시니컬한 반응들이 들려옵니다. 그거 할 때만 잠깐 괜찮아지고 금새 예전으로 돌아가는거 아니냐.. 는 반응이 주 반응었습니다. 잠깐이라도 천국을 경험하는 것이 어디냐는 이야기로 마무리 지었지만 충분히 그 반응들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시 언약 갱신식한 다음날도 여전히 다툼의 소재는 발생했고 비슷한 패턴으로 우리는 갈등을 경험합니다. 하지만 저는 기억합니다. 가정은 천국이고 언약으로 이루어져있으며 하나님의 관심이 많으신 곳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이상으로 부부학교 소감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