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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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 글쓰기의 최전선, 메멘토, 2022

 

저자 정보

서울에서 태어나 사람과 도시가 주는 것들에 영향받으며 어른이 됐다. 혼자 읽고 쓰기(셀프 인터뷰), 글쓰기 수업하기(집단 인터뷰), 현장 취재하기(르포 인터뷰)가 주요 일과인 집필 노동자. 모임을 기피하고 둘이 나누는 깊은 대화를 좋아한다.

 

내용 요약

이 책은 유려한 문장을 만드는 법이 아니라, '자기 삶의 연구자'가 되어 글을 쓰는 법을 다룬다. 저자는 글쓰기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라, 고통을 해석하고 나를 가두고 있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해방의 도구'라고 말한다. 아래 세가지를 강조한다.

  • 감응의 글쓰기: 타인의 고통과 세상의 풍경에 예민하게 반응(감응)하는 법
  • 고통의 언어화: 말하기 힘든 상처나 부끄러움을 문장으로 옮길 때, 그 고통은 비로소 객관화되고 치유의 시작점이 됨
  • 일상의 재발견: 멀리 있는 거창한 진리가 아니라, 내가 발 딛고 있는 구체적인 일상과 관계 속에서 글감을 발견할 것을 권함

소감

저런 저런... 부록을 읽으니 생각났다. 내가 읽었던 책이구나...아 너무 웃기다. 찾아보니 독서모임에서 21년 12월에 읽은 책인것이다. 그것을 다 읽고 부록을 읽으면서 생각나다니 부끄러운 마음도 들지만 책 표지가 그 때는 빨간색이어서 몰랐을 수도 있다. 그래도 다행이다. 책을 덮기 전에 생각나서 말이다. 부록에 있는 생생한 노동 르포와 인터뷰 2개가 기억에 남아있는 걸 보니 그 글이 정말 인상적이었는가 보다. 그만큼 앞 부분에서 이렇다할 인상을 남긴 책은 아니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나만의 별점을 낮게 주지는 않는다. 

책 좀 좋아하는 사람들은 '수유너머'라는 글 공동체를 아는 것 같다. 나도 귀동냥으로 들었다. 그런 모임이 있다는 걸 말이다. 트레바리, 수유너머 등의 인문학 공동체를 종종 경험한 이들에게 전해들었다. 그런 모임이 있다더라~~ 하는 이야기말이다. 그런데 그걸 운영하신 선생님이 쓰신 책이라 그 모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들을수 있었다. 학인이라는 단어는 아마 삼다에서 글벗이라는 단어로 읽히는 것 같고 우리 모임과 여러 가지로 시스템이 비슷해보이는 부분이 있다.

 

읽다보면 '감응' 이라는 단어가 자주 나왔다.'감응(感應)'은 단순히 머리로 이해하는 '공감'을 넘어, 타인의 고통이나 세상의 풍경이 나의 몸과 마음에 부딪혀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어떤 것이라고 표현을 하고 있었다. 아마도 자극이나 상황을 읽어내는 안테나 같은 것일까? 그 안테나가 감수성이라는 레이다에 걸려서 내 안에 화학반응을 만들어내고 그걸 자판을 두드리거나 손으로 쓰면 감응한 것일까 싶다. 무튼 뭔가 좋았다나 감동적이었다나 통찰이 있었다는 표현 말고 감응 이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다. 나머지 고통을 언어화하고 그걸 공동체에서 풀어내는 것에 대한 설명은 얼마 전에 읽은 박미라 작가의 '상처받은 당신에게 글쓰기를 권합니다'와 맥을 같이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책보다 워낙 표현이 좋고 필력이 좋았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더 좋다. 아마 그 책보다 자기 삶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풀어내서 작가와 가깝게 느껴지기도 해서일 것이다.

 

 자기 경험에 근거해 읽고 쓰고 말하면서 자기 언어를 만들고 자기 삶을 재구성하는 작업! 그녀가 말하는 방식으로 나는 이 책을 문장 그대로 다시 재구성해본다. 아래 문장은 모두다 내가 책에서 길어올린 문장인데 이어 붙이니 멋진 나만의 두문단이 되었다.

 

일상의 중력으로 부터 벗어나기. 그런 기회는 저절로 생기지는 않는다. 글쓰기라는 장치를 통해서 나를 세속화시키고 호기심을 무디게 하는 것들과 잠시나마 결별할 수 있으니, 관성적 생활 패턴에서 한 발 물러서는 기회만으로도 글 쓰는 시간은 소중하다. 그렇게 "인간은 자기 삶에서 단순함의 너른 빈터를 충분히 남겨두어야만 인간일 수 있다" 그런점에서 글쓰기는 물러서서 숨 고르기의 쉽고 좋은 방편이다.

그러나 사실 글을 쓴다고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런데 전부 달라진다. 삶이 더 나빠지지는 않고 있다는 느낌에 빠지며 더 나빠져도 위엄을 잃지 않을 수 있게 되고, 매 순간 마주하는 존재에 감응하려 애쓰는 '삶의 옹호자'가 된다는 면에서 그렇다.나는 글쓰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한 사람이 직업에 틀에 갇히지않고 다양한 존재로 변신할 때, 자기 삶의풍요를 누릴 수 있고 타인의 삶에 대한 상상력을 키울 수 있다.    그런면에서 글 쓰는 일이 작가나 전문가에게 주어지는 소수의 권력이 아니라 자기 삶을 돌아보고 사람답게 살려는 사람이 선택하는 최소한의 권리가 되길 바란다.

 

 

내가 저자(혹은 주인공)이라면

중고등학생에게 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을 모아 놓고 연수를 해주셨으면 좋겠다. 학생들도 이런 글쓰기의 맛을 기르게 해주면 좋겠다. 논술처럼 접근하지 않고 이렇게 감응하는 글쓰기 말이다.

 

 

반짝이는 구절(글귀 모음)

 

8  왜 그럴까. 사람들은 어떤 말을 '합리적 인식'이 아니라 '자신의 정서'로 판단했다. 자신이 이해하면 선이고 불편하면 악으로 취급했다.  조직에서는 다수가 지지하면 선이고 소수가 주장하면 악이되는 구조였다.(중략) 서로의 차이는 어떻게 인정하고 공존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 나를 포함해서 사람은 바뀔 수 있을까 회의했다. 삶이 굳고 말이 엉킬 때 마다 글을 썼다. 막힌 삶을 글로 뚫으려고 애썼다. 
10  일상의 중력으로 부터 벗어나기. 그런 기회는 저절로 생기지는 않는다. 글쓰기라는 장치를 통해서 나를 세속화시키고 호기심을 무디게 하는 것들과 잠시나마 결별할 수 있으니, 관성적 생활 패턴에서 한 발 물러서는 기회만으로도 글 쓰는 시간은 소중하다. 
1984의 저자 조지 오웰은 "인간은 자기 삶에서 단순함의 너른 빈터를 충분히 남겨두어야만 인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동의한다. 일선에서 물러서기는 아무런 가치를 만들어내지 않는 것 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 쓸모 없는 시간이 삶을 쓸모 있게 만들어주는 아이러니는 늘 유예되는 진리다. 이미 경험한 자에게는 설명이 필요없고 경험하지 못한 자에게는 설명이 가닿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하자면 글쓰기는 물러서서 숨 고르기의 쉽고 좋은 방편이다.
13  실패는 삶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모두 제거해주었습니다. 저는 실패한 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었고 저의 모든 열정을 가장 소중한 한가지 일에 쏟아붓게 되었습니다. 두려워했던 실패를 경험했기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워졌습니다.
42   딱 이만큼이다. 생의 모든 계기가 그렇듯이 사실 글을 쓴다고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런데 전부 달라진다. 삶이 더 나빠지지는 않고 있다는 느낌에 빠지며 더 나빠져도 위엄을 잃지 않을 수 있게 되고, 매 순간 마주하는 존재에 감응하려 애쓰는 '삶의 옹호자'가 된다는 면에서 그렇다.(중략)나는 글쓰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중략) 한 사람이 직업에 틀에 갇히지않고 다양한 존재로 변신할 때, 자기 삶의풍요를 누릴 수 있고 타인의 삶에 대한 상상력을 키울 수 있다.  
44  글 쓰는 일이 작가나 전문가에게 주어지는 소수의 권력이 아니라 자기 삶을 돌아보고 사람답게 살려는 사람이 선택하는 최소한의 권리가 되길 바란다.
60  혼자 쓰고 혼자 읽고 혼자 덮는 것은 일기다. 글쓰기가 아니다. 말이 한 사람에게라도 발언할 때 생겨나는 것이듯 글쓰기라는 것에는 어차피 '공적' 글쓰기라는 괄호가 쳐 있다. 그래서 글쓰기는 곧 남들에게 보여지는 삶, 해석당하는 삶에 대한 두려움을 벗어버리는 일이다.
63  나는 억눌린 욕망, 피폐한 일상 같은 고통의 서사를 길어 올리는 학인들에게 세 가지를 당부했다. 삶에 관대해질 것, 상황에 솔직해질 것, 묘사에 구체적일 것. 결국 같은 이야기다. (중략) 아픔을 가져온 삶의 사건을 자기 위주로 재구성하고 재해석하는 말하기의 계기가 필요하다. 글쓰기는 상처를 드러내는 가장 저렴하고 접근하기 좋은 방편이다. 일단 쓸 것.
95  "확실히 문학은 이제 권력에의 지름길이 아니며, 그런 의미에서 문학은 써먹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문학은 그 써먹지 못한다는 것을 써먹고 있다. 문학을 함으로써 우리는 서유럽의 한 위대한 지성이 탄식했듯 배고픈 사람 하나 구하지 못하며, 물론 출세하지도, 큰돈을 벌지도 못한다. 그러나 그것은 바로 그러한 점 때문에 인간을 억압하지 않는다. 인간에게 유용한 것은 대체로 그것이 유용하다는 것 때문에 인간을 억압한다. 그러나 문학은 유용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을 억압하지 않는다."
103  책은 기호품이거나 의약품이다. 배경지식, 관심 분야, 자기 욕망, 독서 습관 등에 따라 또 현재 당면 과제와 자기 아픔에 따라 읽히는 책도 필요한 책도 다르다. 나의 좋음이 남의 좋음과 꼭 일치하지 않는다는 게 핵심
184  '이해'란 타인 안으로 들어가 그의 내면과 만나고, 영혼을 훤히 들여다보는 일이 아니라, 타인의 몸 바깥에 선 자신의 무지를 겸손하게 인정하고, 그 차이를 통렬하게 실감해나가는 과정일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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