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전체 회식
어제 학기가 마치고 교직원 전체 회식을 했다. 원래 빨리 고기만 먹고 집에 가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어제는 3차까지 가고 싶었다. 사람들의 마음 속 이야기를 듣지 못한채 코로나가 지나갔고 그리고 일상이 회복되고 있다. 다들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사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학교 공동체에서 어디에 껴야 할지 좀 애매한 사람이다. 깍두기처럼 어느 공동체에 끼든 좀 불편해져서 나를 어디에 둬야할지 모를때가 많다. 제 3자의 입장에서 나를 두고 보자면 나는 민폐가 되면 안된다는 생각이 많다. 그래서 그런지 나를 껴달라고 하지 않는다.
어제는 그냥 나를 내려놓고 사람들 이야기를 경청했다. 말하는 사람만 말하고 정말 가면처럼 뭔가 연극을 하고 있는 것 처럼 속에 없는 이야기랑 아무말 대잔치도 대부분이긴 한데 드문 드문 진짜 속마음도 나온다. 나는 그걸 캐취하면서 마음이 참 좋다. 사실 난 슬슬 윗사람 비위나 맞추고 있고 분위기나 띄우는 것을 사실 좋아하지는 않는다. MBTI이야기, MZ 세대 선생님들과 다름에 대한 이야기, 자녀 초등학교 들어가는 이야기, 이번 축제 뒷이야기 등등의 주제가 이어지는 1차,2차, 3차 였다. 다 재미있고 모든 순간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참고 자리를 지켜 3차까지 있기 잘했다는 생각을 어제 하면서 집에 왔다. 내가 일하는 곳은 사무실이 선생님들과 함께가 아니어서 어떤 이야기들이 오가고 어떤 정서가 학교에 흐르고 있는지 잘 간파하기 어렵다. 학생들의 흐름은 정말 잘 이해할 수 있고 어느 누구보다 내밀한 부분이 드러나는 곳이지만 보건실은 교사들의 이야기는 내가 의지를 가지고 그곳으로 뛰어들지 않는 한 드러나지 않는다. 예전에 나는 굳이 그걸 알고 싶어하지 않았던 때도 있었고 사실 기질상 그리 궁금하지도 않다. 그래도 동종업계 사람들이랑 연결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는 우리학교 말고 학교밖에서 만난 다른 교사들이나 교육청 외부 활동에서 재미를 찾기도 했었다. 어제 나는 문득 그래도 좀 더 다가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것 같다. 일단 내가 외롭다는 걸 인정해야할 것 같다. 여덟시간 이상 지내는 이곳에서 같은 시간을 같은 장소에서 지내는 동료들의 시시껄렁해보이는 이야기들로 좀 더 들어가야겠다. 13년의 시간 대부분 같은 사람 30여명과의 교류들 속에서 발생한 자기중심성으로 인한 상처들이 많이 있다. 특수한 역할을 맡고 있어서 내 입장을 설명하고 이해시키기란 여간 어려운것이 아니어서 진작 그것은 포기했다. 코로나때 더욱더 그 이기심들과 상처들이 나를 어렵게 하기도 했었는데 그래도 부대껴야 하겠다 싶다. 왜냐하면 외롭기 때문이다. 어젠 술이 잔뜩 취한 동료하나를 집에 데려다 주면서 이런 내 마음을 궁금해하는 그에게 그 마음을 열어보였다. 찌질해보이는 내 마음을 잔뜩 술김에 들었던 그는 깊은 공감의 정서를 표현했다. 사실 속마음들이 들킨다는 것은 사회생활에서 참 위험한 일이긴 하다. 그래도 진짜 마음은 무엇인지 그것이 오픈되었을 때 그리고 그 오픈된 마음이 누군가의 마음에 공명이 될 때 뭔가 영혼이 살아나는 느낌이 든다. 나는 사람이고 일하는 기계가 아니고 사람들 사이에서 연결되어 있다고 느낄때 제일 행복한 것같다. 그건 약한 것이 아니고 이렇게 지어져서 연결되어서 살라고 만드셨기 때문이라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