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79 2025. 6. 19. 15:56

올해 우리학교 3학년이 된 A는 꽤 거칠고 유난스러운 사춘기를 겪고 거의 끝물인 상태다. 그녀의 사춘기는 아슬아슬 했었다. 졸업할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속한 무리의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할머니와 아버지의 단단한 지지가 있어서 좀 달라지기 시작했다. 

달라지기 시작한 중3의 A는 보건실 청소를 하러 와서 청소하면서 계속 최근 근황을 술술 분다. 바쁘긴하지만 이렇게 쉽게 불어제끼는 그녀의 수다에 추임새랑 '그렇구나'를 오가며 리액션을 하는 편이다. A는 자해를 오래동안 했었고 내가  그런 친구들에게 권유 하고있는 자해해방프로젝트(자해대체활동 체크리스트)를 성실히 수행하며 이제는 꽤 그 습관에서 멀어진 친구다. 심지어 다른 자해하는 친구들에게 내가 권유한 그 대체행동을 전도하며 새로운 신도를 넓혀가고 있는 자해해방전도사이기도 하다.

A가 하는 얘기를 듣다가 자주 피식 웃게 되는데 그건 귀여워서 이다. 근데 A는 내가 웃을때 웃지 말라고 얘길 한다. 비웃는것 같아서 그러냐고 나는 니가 귀엽다고 귀여워서 웃는 거라고 말해주니 씨익 웃는다. 오늘 제일 귀여운 포인트였다.

그러고 나선 심쿵하는 멘트를 하나 했는데 이렇다. 기억에서 지워지기 전에 박제하려고 글을 써둔다. "선생님 내가 학교에서 위로가 되는 선생님이 두명이 있는데 한명은 위클래스구요. 한명은 샘이에요. 근데요 위클래스는 원래 그렇게 말들어주고 위로할라고 하는 사람이니까 그런거고 도대체 선생님은 왜그런지 모르겠어요. 그냥 말하면 위로가 되요" 

이런 말은 일년에 몇번 들을일이 없는 철든 멘트기 때문에 저장각이다. 이 친구의 2년 반동안의 힘든 사춘기를 지켜보며 방금한 그말이 얼마나 큰 변화인지 나만 알아서 아쉽다. 엄마가 곁에 있지 않은 친구.. 아빠가 아주 살뜰이 챙기시긴하지만 그 빈자리가 내눈에는 그렇게 보이는 친구.. 그래서 엄마같이 엄한 잔소리도 많이 했던 친구 A가 오늘 그런 말을 했다. 정말 놀랐다.

청소년과의 연결은 탁구처럼 핑퐁~ 이렇게 왔다 갔다 하는 관계가 아닌 주로 서브만 넣는 관계가 대부분이라 가끔 이렇게 '퐁'하고 다시 공이 오면 그렇게 반갑고 고맙다. 핑퐁 오늘 그렇게 하나 와서 저장해둔다. 쉬크하게 살짝 미소만 지었지만 너의 '퐁'이 오늘 많이 뭉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