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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콘클라베

letter79 2025. 4. 26. 23:49

콘클라베를 보고 싶었다. 이유는 이 글을 읽고 나서였다. https://maily.so/cff4every1/posts/l1zqpvger5x

2025년 주간모기영 155호

[최은 취미와 취향 : 개봉영화 권해드림] <콘클라베>(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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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히 궁금해지는 영화였지다. 남편이 지루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으나 기우였다. 장르가 스릴러라는데 정말 중간에 누구하나 죽거나 끔찍한 일이 일어나지도 않아도  긴장감이 대박이다. 그 이유는 영화를 잘만들어서 이기도 하지만 영화음악도 한 몫했다. 여기저기 음악과 미술이 꽤나 열일했던 영화다. 특히 미술은 좀 더 궁금해진다.  
지루할 것 같은가? 절대 그렇지 않다. 막 내리기 전에 얼른 보라. 이 영화는 정말 영화가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통해 세상에 외치려고 하는 메세지가 명확했다. 나는 그 명확한 메세지에 탄복하면서 봤다. 특히 두 장면이 인상적이었고 오래 동안 기억하고 싶어서 AI에게 대사를 찾아내라고 지시했다. 찾아낸 대사 두가지이다.

" “확신은 통합의 강력한 적입니다. 확신은 포용의 치명적인 적입니다. 그리스도조차 마지막에는 확신하지 못했습니다.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 우리의 신앙이 살아있는 까닭은 정확히 의심과 손을 잡고 걷기 때문입니다. 오로지 확신만 있고 의심이 없다면 신비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물론 신앙도 필요가 없겠죠. 의심하는 교황을 보내주십사 주님께 기도합니다. 죄를 짓고 용서를 구하고 실천하는 교황을 주시기를.”

위의 대사는 콘클라베가 시작되기 전, 로렌스 추기경이 추기경단을 향해 했던 설교 중 일부이다. 내가 평소 자주 하던 생각이기도 했다. 확신에 찬 신앙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의심과 모호함은 더 깊은 뜨거움이다. 나는 그 길을 차근 차근 가려고 하는 사람 중에 하나로서 정말 반가운 대사였다. 정확히 의심과 손을 잡고 걷고 있는 네가 잘못하고 있지 않다고 응원하는 것 같아서 뭉클했다.
두번째 인상적이 장면은 무슬림과 전쟁을 해야한다고 주장하는 다른 추기경의 주장에 베니테즈 추기경이 했던 말이다. 

"형제 추기경님, 존경을 표하며 묻겠습니다. 전쟁에 대해 무엇을 아십니까? 저는 콩고, 바그다드, 카불에서 제 사목을 수행했으며, 죽은 자들과 부상당한 자들, 기독교인과 무슬림 모두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우리가 싸워야 한다고 말할 때, 우리가 싸우는 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오늘 이런 끔찍한 일을 벌인 그들이 싸우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요, 형제님. 우리가 싸워야 할 것은 여기 있습니다. 여기, 우리 각자 안에, 우리가 증오에 굴복하고, 양측을 말하며 싸운다면, 그것은 바로 우리 안의 싸움입니다. "

가슴을 가르키며 베니테즈가 했던 말.. 우리 안의 싸움이라고 하는 말에 잠시 멈칫했다. 얼마전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쟁을 그치라고 했던 말도 생각이 났다. 우리가 싸워야 할 것은 우리 안의 싸움인데 정말 뻘짓의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 지금 이슬라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나 수많은 내전들이 가슴아프다. 특히 기독교인으로서 무슬림과 동성애자를 대하는 그 끔찍한 증오심은 너무 부끄럽다. 우리 안의 증오심과 싸워서 이겨야 한다. 싸움의 대상을 정확히 봐야 하는데 말이다.
두 장면은 사진을 찍고 싶을 정도로 묵직하게 나에게 메세지를 주고 있었다. 의심과 손을 잡고 걸으며 우리 안의 증오와 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