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노트/끄적끄적

신인가수 조정석

letter79 2024. 9. 2. 21:49

'신인가수 조정석' 을 토요일에 몰아 봤다. 정확히 모든 면에서 나의 취향을 저격했는데 어떤 지점이냐면 일단 음악을 너무 좋아하는 다른 직업을 가진 호감남이 앨범을 낸다는 설정부터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거든. 나는 듣는것 부르는것 연주하는것 다 좋아하는데 제일 하고 싶은건 아직 해본적은 없지만 창작이고 공연이다. 누가 물어본다면 현재 내 직업 말고 두번째 중년이후에 내가 꿈꾸는 내 꿈은 '싱어송라이터'다. 세상에 태어나서 무언가 메세지를 외치고 가고 싶은데 그걸 음악에 싣고 싶다. 음악은 꽤 힘이 있거든 ... 가사가 가슴을 후벼파고 들면 거기에 멜로디 얹어 흥얼거리다 그게 문화로 지배할만큼 힘이 있거든. 이 방송을 나는 킬링타임으로 봤다기 보다 적용할 지점이 많아서 푹 빠져 봤다.

두번째 취향 저격은 그 '싱어송라이터'를 만드는데 조력자들이었다. 기획사 대표 역을 맡은 정상훈의 요리와 컨트롤타워 역할과 돌봄의 장면들은 어쩌면 방송인데 저렇게 진심인지 아주 살짝 부풀리자면 해산의 고통을 겪어내는 애미맘 같은 게 슬쩍 보이는것 같았다. 또 한명의 상훈인 문상훈은 현시대를 읽어내는 능력이 탁월한 사람이었다. 'AI가 부르는 거미 노래'로 첫번째 유투브 소재를 따더니 댓글로 서로 속아주면서 놀아대는 댓글 놀이를 만드는 천재적인 유투브 홍보를 해내었다. 물론 그것은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던 아이유의 인스타 스토리 게시 때문이긴 했지만 말이다. 

세번째 취향 저격은 '싱어송라이터'인 조정석의 삶이 녹아나는 인맥들이었다. 방송 잘 안하는 박효신까지 나와서 반가왔고 무려 아이유 발벗고 도와주려고 하는 모습도 조정석과의 일로 맺어진 그 시간들이 얼마나 딴딴하고 선했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육아동갑내기 아빠들인 다이나믹듀오랑 협업하는 과정도 흥미진진 했는데 전문가다움을 잃지 않고 콜라보 해내는 그런 양쪽의 모습들이 굉장히 성숙해보여서 훈훈했다. 나중에 창작의 고통이 극에 달한 조정석이 찾아간 김이나와 박효신 만남은 그에게 가장 적합한 영감을 주는 것 같아 보였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멤버들도 도와주고 싶어하는 마음이 방송이지만 억지가 아닌 진심이 우러나오는 것 같아서 돕는 다는 것이 얼마나 사람을 즐겁게 하는지가 엿보여서 훈훈했다.  간절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건 그렇게 멋진 일이다. 

네번째 취향 저격은 뭐니뭐니 해도 아내인 거미(지연님)와의 리얼 부부의 합이다. 아니 이렇게 서로를 '훌륭' 해할 일인가.. 쇼윈도 부부가 절대 따라 할 수 없는 경지의 존경심을 서로가 뿜어내는데 나는 너무 부러워서 눈물이 났다. (실제로 눈물) 조정석이 창작한 '샴페인'이라는 곡에서 '훌륭하니까' 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촌스럽다는 느낌에 빼자고 하니 조정석이 그 단어는 정말 중요한 단어라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 부부가 서로를 그렇게 훌륭해 하는구나.. 한참 아이가 어려서 투탁대면서 빡빡한 삶에 버거워하면서 이기심을 드러내던 내 그 시기와는 사뭇 다르게 그들은 살고 있었다. 와.. 넘사벽 커플이다. 아 저렇게 서로를 아끼고 훌륭해하면서 살면 천국이겠구나 싶어서 벤치마킹을 좀 해보고 싶었다고나 할까.

신인가수 조정석을 보면서 깔깔 웃고 푹 빠져서 토요일 하루를 그렇게 보냈다. 그의 음악을 그냥 스트리밍해서 듣는다면 절대 몰랐을 음악이 만들어가는 과정을 나는 본 것이다. 아마 대부분의 뮤지션들도 이렇게 많은 도움을 받고 창작의 고통을 넘어 가며 불면의 밤을 지내서 해산해 낸 음악들이 많겠지.. 고맙게 생각하고 듣고 아껴줘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신인가수 조정석의 1집을 들으면서 가사도 곱씹고 피쳐링 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쓰다듬듯 들어야겠다. 이제 들으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