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스물하나] 최종화를 보면서
"모르겠어? 우리는 좋을 때만 사랑이야 힘들때는 짐이고..."(2521 최종화 중 이진 희도 헤어질때 싸우는 장면 중)
[스물다섯 스물하나] 드라마 정주행으로 격리 생활 중 이다. 드라마 명대사 뒤져 보는 것이 내 취미생활인데 심지어 따로 할 일도 없이 하루 종일 먹고 자고 시간 죽여야 하는 나에게 딱 좋은 기회였다. 욕심을 더 내자면 이런건 수다 떨면서 봐야하는데 좀 외롭긴했다. 드라마 시대 배경도 딱 내 나이 그 시기 아니던가... 사람들이 백이진 백이진 그러면서 이진 앓이를 한다던데 내 스타일은 정말 아니었고 극중 캐릭터도 정말 싫었다. 희도가 아까왔다. 나는 희도 앓이를 했다.
여고생의 우정이야기를 그냥 달달하게만 다루지 않고 입체적인 캐릭터로 처음에 고유림을 살벌하게 만든 것도 참 맘에 든다. 원래 여고생의 우정은 그렇게 까칠하게 시작했다가 깊이 들어가는 법! 그거 진짜 잘 그렸다. 내가 보면서 진짜 작가에게 놀란 점은 마지막회에서 희도랑 이진이랑 헤어지기 전에 싸우는 장면 묘사의 저 대사다.
"모르겠어? 우리는 좋을 때만 사랑이야 힘들때는 짐이고..."
와 어쩜 그렇게 그렇게 스무살 초반 사랑이 헤어질때 찌질한 싸움을 그리 잘 기억하고 있는지 놀랐다. 스무살 초반의 사랑은 사랑을 하고 있는 스스로를 사랑하는 사랑이었던 것 같다. 그걸 사랑이라고 말하면서 취해있던 사랑 말이다.
지나고 보면 모든 게 연습이었던 날들... 영원하다고 믿는 그 착각...
최종화는 다들 많이 욕하는 듯했지만 나는 맘에 들었다. 다시 한번 상상으로 그려낸 이진 희도의 헤어지는 장면의 대화도 너무 좋다. 꼬꼬마시절 헤어진 그에게 전화해서 해주고 싶은 말이다.
희도 "나도 나를 믿지 못할 때 나를 믿어주는 너를 믿었어 그래서 해낼수 있었어"
이진 "니가 가르쳐준 사랑이 내 인생을 얼마나 빛나게 했는지 모를거야 정말 고마워"
최종화가 아쉬워서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을 소환하며 묵상해본다.
이도 엄마 - 딸의 요상한 연애를 '사이좋게 지내렴' 이렇게 두번이나 말하는 그녀. 사춘기 딸 참 못다루는 현실적인 엄마
지승완 - 폭력교사에 맞서 할말 다 하는 멋진 그녀. 주사가 우는 것인 것도 좋다.
코치님 - 짤짤이 좋아하는 단순한 그녀. 지나치게 희생적이거나 멋진 어른 아니고 그냥 현실적인 어른이라서 더 좋다.
문지웅- 앞머리 만지면서 말하는거 너무 좋다. 조정석에게서 느꼈던 그 매력이 느껴지는 뭐랄까...리틀 조정석이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