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실이야기] 자꾸 질문하는 아이
중학교 3학년 여자 친구 다슬이(가명)는 자꾸 질문을 한다. 그 질문은 '아니 이런걸 질문한다고?' 하는 류의 질문이다. 물론 중학교에서는 하루 종일 질문에 시달리기 때문에 흔한 일이지만 이 아이의 질문은 종류가 다른 이야기다.
이를테면... 보건실에 아파서 와서 눕기 전에 "선생님 이 옷 벗어도 되요?" 이렇게 묻는다
"선생님 물 먹어도 되요?"
옷을 벗고 와서 눕고 물먹고 다시 교실에 올라가고 이 모든 걸 내가 허락해야하는 일일까? 자기 스스로 결정해도 되는 일을 왜 질문할까? 가정에서 주도적으로 자라지 못하고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자란 건 아닐까?
너무 확대 해석 했을지도 모르지만 중학교 3학년 까지 그 아이를 봐온 나는 오늘 에서야 입을 열고 좀 길게 말을 건넸다.
나 : "다슬아.. 선생님이 다슬이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 궁금한게 있어. 그 질문은 선생님이 답해야 하는 걸까 스스로 결정할수 있는 걸까?"
다슬 : "제가 결정할 수있는거요"
나:"혹시 어릴적 부터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누군가가 결정을 하면 꼭 확인받아야 하는 그런 분위기에서 자랐니?" ( 이 질문을 받을 때 눈가에 눈물이 조금 고였고 눈빛이 흔들렸다 내 말에 기분이 나빴을까 아니면 그 말이 불편한 지점이 있었을까?)
다슬 : "아니요"
나 : "선생님이 오늘 했던 이야기는 다슬이가 기분이 분명이 나빴을수도 있다고 생각해. 하지만 다슬이 보면서 염려되는 부분을 이야기하는 거야. 뭐라고 지적하는건 절대 아니야. 나는 다른 친구들 보다 허락을 더 많이 구하는 면이 있다는걸 한번 생각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걸 다른 사람이 결정하게 두면 앞으로 손해볼 것 같아서."
다슬 : "기분 안나빠요"
나: "나라면 기분이 나빴을것 같아. 안그랬다면 다행이고"
하면서 올려보냈다. 내 질문이 그 아이에겐 어떤 파장을 일으키길 바라면서.. 한편으로는 오늘도 나는 오지라퍼였구나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