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치기
오늘 대표기도였는데 예배가 시작하고 주기도문송 하기 직전에 도착했다. (주기도문송 마치면 대표기도) 이유는 아들이 늦게 일어나서인데 남편은 주로 자전거를 타거나 조깅을 하고 교회를 가기 때문에 주일 아침은 나랑 아들만 차를 타고 간다. 늦게 일어난 아들 탓으로만 돌릴 것은 아니다.
나는 왜 이렇게 허둥지둥하는 일이 많은가? 생각해보면 늘 준비를 미리미리하지 않고 닥쳐서 해버릇하는 내 인생 전반에 걸친 습관 때문인것 같다. 왜 고쳐지지 않는지 곰곰히 떠올려보니 그동안 미리하지 않고 닥쳐서 무언가를 해낸 성공 경험이 많아서 그렇다. 하지만 정말 대차게 곤혹스럽거나 크게 사고치는 경험이 나에게 있었다면 아마 닥쳐서 하는 버릇이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한편으로 문제해결력이나 집중력이 닥쳐서 하면 얼마나 증가되는지 스스로 느껴서 시간이 간당간당할 때까지 나를 가만히 둔다. 심장이 쫄깃해지게 만들어서 아주 짧은 시간에 해내버린다. 나는 왜 이렇게 사는가.. 지각하고 벼락치기 하는 버릇을 없애고 싶다. 그런 나를 발견할 때 곤혹스럽고 난처하고 이젠 지겹다.
일을 많이 벌이기도 하고 발이 넓기도 하고 호기심이 많아서 걸쳐둔 영역이 넓은 것도 한 몫하는 것 같다. 절제도 필요하다고 본다. 내 기질과 성격의 한 부분인데 최근 유난히 그런 특징이 못나보인다. 땀좀 그만 나게 하고 살고 싶다.
가만히 보면 다행인 것은 벌어먹고 사는 그 일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모든 걸 알림설정, 기록을 해둔다. 그리고 아주 꼼꼼하고 미리미리 해둔다. 그래서 지금껏 먹고 산 것다. 그런데 내 인생의 영역에서는 참 다르게 산다. 그럴땐 내 안에서 들려오는 혹독하고 차가운 마음의 소리를 듣는다. 정말 이런 니가 지겹구나.. 하는 소리다. 그런 소리를 듣는 날엔 마음이 무겁다. 그리고 주눅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