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옳다 다시 읽기
당신이 옳다를 다시 읽었다. 2018년에 나온 책을 4년만에 책모임때문에 다시 읽게 되었다. 그때는 충조평판 안하고 전문가의 심리학이 아닌 적정심리학으로 심리적 CPR에 대한 부분이 크게 보였고 이 책으로 막내 동생과의 깊은 골이 좀 해결되었던 그런 고마운 책이다. 그때 동생한테 그동안 충조평판 해서 미안하다고 용서를 구했던 생각이 난다.
다시 든 이 책의 프롤로그는 언제 한번 필사하고 싶은 버릴게 하나도 없는 부분이다. 정신의학은 환자를 사람으로 보지 않고 환자로 보는 경향이 있고 그래서 사람이라는 존재와 괴리가 되는 지점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정신과 의사로서 저자가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었다. 자신을 환자로 보는 의사의 시선에 의해 분명히 다시 한번 상처받는다고 말한다. 깊이 공감한다 .안 그래도 속이 말이 아닌데 다 항복하고 그저 나를 고쳐줍쇼하고 간 병원에서 자신을 환자로 보는 시선에 상처 받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했다. 내가 아파보니 알겠다. 나의 고통을 진지하게 대해주기를 바라는 마음 그것을 가벼이 여기지 않기를 바라는 속마음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치료자의 직업으로서 이 부분에 자주 깊이 반성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자주 실수한다.
작가는 수많은 트라우마의 현장에서 겪은 이야기를 통해 어느 정도 이 책으로 결론을 내렸다. 현장은 험했지만 내면은 비교할 수 없을만큼 고요하고 단단하고 흔들림이 없다고 확신한다. 자격증으로 치유자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은 그곳에서는 불가능했으며 결론은 자격증 있는 사람이 치유자가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사람이 치유자라고 하는 말에 공감한다.
2장에서 공감의 외주화를 다룬다. 나는 이 부분에 학교에 있으면서 내가 자주 하던 생각을 저자가 써줘서 고마웠다. 아이가 만날 사람은 엄마의 존재 자체다. 더 나은 전문가를 찾기 보다 우선은 아이를 만나야 한다. 존재 자체에 자신의 눈을 맞춰야 한다. 그리고 비명을 지른 그에 대해 계속 직접 물어야 한다. " 엄마는 진짜 놀랬어. 네가 그렇게 힘든 줄 엄마는 미처 몰랐다. 미안해.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던 거니?" 그런데 학교도 엄마도 다들 분주하다. 우울증에 대해서 과도하게 뇌과학으로 접근하는 것에 대해서도 공감한다.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아예 없앤다면 어떨까? 우울은 병이 아니라 그냥 삶의 한 조각일 수 있는데 말이다. 특히 은퇴 후 우울, 죽음을 자주 떠올리는 현상은 극복의 대상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우울이라는 내삶의 파도에 리듬을 맞춰 나도 함께 파도에 올라타야할 타이밍이라는 표현은 일리가 있다. 폭력에 대해서도 자기 존재감을 극대화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보고 극단적인 두려움 속에서 자기 존재감을 폭발적으로 증폭되는 걸 느낀다는 지점도 신선하고 다시 눈에 들어온 지점이다.
경계를 잘 세운 공감에 대한 부분은 4년 전에 눈에 들어온 이후 자주 자각하고 멈칫 멈칫 경계를 세우는 것에 에너지를 좀 쏟아 보고 있었던 부분이다. 나도 너도 모두 개별적 존재이며 자기 보호가 먼저라는 점을 기억하며 자기 보호를 잘하는 사람이 타인을 도울 자격이 있다는 것에 공감한다. 헌신과 기대로 모든 요구를 다 들어주려한다든지 나와 너를 구분하지 못하는 그런 무너진 경계의 틀어진 공감은 얼마나 부모자식 사이에 많이 존재하는가..
독서 모임에서 최근에 내가 속한 교사 공동체와 학교 공동체에서 체중을 실어 공감한 두명의 왕따가 얼마나 드라마틱하게 그 순간 살아나서 쉬임없이 마음을 털어 놓고 좋아보였는지 이야기를 했다. 모임 멤버 중 누군가는 그렇게 하는 공감을 타인에게 전파하는 건 굉장히 위험한 일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공감하지 못하는 입장의 누군가에게 내가 한 공감을 전달하다가 내가 입장이 난처해질수 있따는 것이다. 굉장히 일리가 있다. 나는 이 책의 공감을 나처럼 긍정하는 사람만 있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모임에서는 이 책에 대한 약간은 시니컬한 시선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고 내 생각과 틈이 벌어졌는데 그 부분도 신선했다. 나는 누가 "요즘 마음이 어때" 하고 물어주면 너무 좋을 것 같은데 누군가는 그거 너무 귀찮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는데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도 신기했다. 독서모임은 그렇게 다양한 시선들이 모여 있어서 생각의 균열지점이 발생한다. 이 책을 삐뚤게 보면 어떤 지점이 있는지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하지만 내가 직접 혹은 간접으로 경험한 공감의 간증은 너무나 놀라울 뿐이다.
심리적 CPR은 '나'라는 존재의 핵심이 위치한 곳 (내 감정 내 느낌) 바로 그곳을 정확히 찾아서 그 위에 장대비처럼 '공감'을 퍼붓는 일이다. 사람을 구하는 힘의 근원은 '정확한 공감'이다. (p.110)
[아들 여자친구에 대해서 물어보듯이] "요즘 마음이 어떠세요?" 해본다. 궁금하려면 내가 내린 진단과 판단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의 틈이 있어야 한다. 상대의 생각과 마음도 있다는 전제하에 시작한다. 상대방이 깊숙이 있는 자기 마음을 꺼내기 전엔 그의 생각과 마음을 나는 알 수 없다는 데서 시작하는 것이 관계의 시작이고 공감의 바탕이다.(p.2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