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노트/끄적끄적

계급이 있는 것 같다니

letter79 2024. 6. 19. 22:45

#매일문장100일챌린지

#5학년아들마주이야기

 

요즘 아들이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았다. 최근 천식으로 확진을 받았고 자주 배가 아프다고 했다. 그래서 종종 보건실에 가는 모양이다. 어제는 보건실에서 배가 아파서 누워있다가 보건선생님과 보건강사님이 하시는 대화를 엿들었다고 했다.

 

아들이 말했다.  "엄마 내가 보건샘이 서로 귓속말로 하는 이야기를 다들었다. 잘 들리더라고! 교장선생님이 뭘 맡겼는데 보건실이 만만하다고 둘이 교장샘 욕하는 말 다들었어. 교장선생님이 새로왔는데 애들한테는 엄청 친절하고 이미지가 좋은데 실제로 선생님한테는 안그런가봐. 이미지랑 진짜는 달라."

 

 내가 말했다. "그래? 서로 입장 차이라는게 있을 수도 있어. 보건샘 말만 듣고 보건샘 입장만 들은거니까 지훈이가 교장선생님 입장을 들은 건 없으니까 그렇게 판단하는건 좀 무리일수있어"

 

아들이 말했다. "엄마 나도 이제 5년이나 학교를 다녀보니까 이제 좀 알겠어. 어디나 다 계급이 있는 것같더라고. 교장선생님이 제일 높은거야. 그래서 마음대로 하기도 하는 거지. 학교도 다 계급이 있는거 같애. 내 생각에는.." 그러더니 생각에 잠긴다.

 

내가 말했다. "계급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거지 실제로 계급이 있는건 아니야. 너 요즘 사회 시간에 배우는 헌법 10조 알지모든 인간은 존엄과 가치를 인정받으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11조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알지? "

 

아들이 말했다. "독서논술 이번주 책에도 나왔어. (이번주 책이 '재미있는 법이야기'였다) 사람들이 계급을 맘대로 할 수있으니까 법이 있어야 한다고 한거같애. 법이 없으면 엉망징창이 될거라고 그랬어"

 

갑분 사회시간 노잼 법이야기로 넘어가긴 했지만 나는 깜짝 놀랐다. 계급이 있는것 같다니 학교가! 가르치는 교사들끼리 계급이 있다고 느낀다니! 슬프다. 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의 어두움이 아이의 눈에도 보이나 보다. 아들의 말에 마음이 불편해졌던 이유는 어느 정도 현실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늘도 애매한 공문들을 관리자가 보건으로 넘겼다. 학교에서 갈등 상황이 생기면 각자 입장의 차이가 있는데 안타깝게도 소수는 입장을 표명할 기회가 아주 적다. 그래서 억울함이 쌓이고 피해의식같은 것이 쌓이는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몸과 마음이 아파지는 선생님들도 많은지도 모르겠다. 계급이 진짜로 있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입시나 인정 결과물들을 만들어내는 교사와 일상이 돌아가게 만드는 돌봄을 맡은 교사는 평등한 대우를 받지는 않는다. 물론 대우를 받으려고 이 직업을 택한 것은 아니지만 씁쓸한 것은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