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3일차
명성에 걸맞게 아프고 있는 중이다. 매일 증상이 하나씩 추가되더니 3일째 되는 날까지 열이 나니 몸이 아주 힘들다.
오전에 있었던 찌질한 일 하나를 소개할까 한다.
오전 6시에 해열제 기운이 떨어져서 또 열이 났다. 약은 먹어야겠고 빈속에 약을 먹을 수 없으니 밥을 먹고 싶은데 진짜 몸을 일으켜세울 힘도 없는 아침이었다. 밖에 있는 남편을 불렀다. 밥을 차려달라고 했는데 30분째 출근 준비만 하고 있어서 부글부글 끓어 올랐다. 아플 때 무심해서 서운했던 일은 비슷한 경험이 더해지면 감정은 희안하게 그간 경험치의 제곱으로 폭팔한다. 결국 수저없이 식탁위에 무심히 식사만 나와있는 걸보고 아무 잘못없는 냉장고 문을 쎄게 닫았다. 나는 내 말을 듣고 걱정을 하며 허둥지둥 밥을 차려 내가 있는 방에 수저까지 챙겨서 놓아주는 것을 원한 것이다. 고열+서운함의 결과는 역시 눈물이었다. 밥을 먹으면서 울어버렸다. 그리고 오전시간 전부를 내동생에게 남편 욕으로 탕진했다. 동생이 명언을 했다. "언니 그게 울일인가 싶은데 그런게 울일이야" 그래 내가 울었던 건 옳다.
한참 남편 욕을 했더니 이제 정리가 되었다. 오후에 남편에게 한지선 사용설명서를 되게 올드하게 교육해봤다. 나는 질문해줘야 하는 사람이고 궁금해해야 하는 사람이다. 특히 아플때는 더 그렇다. 그러니 앞으로 질문을 많이하고 궁금해하고 싶으면 4글자 "지금어때?"와 3글자 "괜찮아?"를 사용하면 된다고 말해줬다. 그리고선 복창을 시켰다. 10번 반복!
"지금어때? 괜찮아?" 큰소리로 10번 반복하게 했다. 그래 내가 듣고 싶은 말은 내가 지금 어떤지 괜찮은지 같이 사는 사람에게 듣고 싶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