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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노트/끄적끄적

2018.2.23 학사회 강의 15분

by letter79 2018. 2. 21.

안녕하세요~ 동서울 아이베프 한양대학교 97학번 간호학과 학사 한지선입니다. 6살 남자아이를 키우면서 중학교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고요. 올해 마흔이 되었네요. 40대가 여자 인생에 있어서 가장 섹시하다고 생각하는 한지선입니다.

 

릴레이 강의 형식으로 소소한 학사의 일상의 삶을 듣고 싶어한다고 들었습니다.

제 앞에 무려 김정룡 이사장님이 동문회를 넘어 하나님 나라 운동으로! 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하신다고 하셔서 굉장히 부담이 많이 되었었는데요. 사실은 저는 학사회에 나와본적이 없고 학사회에는 어떤 사람들이 어떤 욕구를 가지고 모이는지 잘 몰랐습니다. 학부 때만난 IVF는 저에게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만남과 평생을 두고도 만나지 못할 참 좋은 사람들을 선물해준 만남의 축복의 장소입니다만 졸업하고 나서 15년도 지난 제게 IVF학사회란... 음..... 비정기적 지출을 종종 요구하는 부담스러운 단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저긴 왜 저렇게 사람들이 모여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그래서 왔습니다. 그들은 어떤 느낌을 가지고 어떤 욕구를 가지고 모여있는가가 오늘 저의 호기심이었습니다.

강의 제목을 ‘워킹맘은 처음이라’ 라고 잡아봤는데요.. 얼마전에 종영한 드라마 ‘이번생은 처음이라’에서 모티브를 얻었습니다. 혹시 못 보신 분들게 강력 추천드리면서 제가 해보려고 하는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오늘 저는 먼저 여러분에게 질문을 하나 하고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느낌과 어떤 욕구를 가지고 이 자리에 오셨습니까? 그걸 알아차려 보는 시간을 잠시 가져보겠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겁니다. 저의 경우에는 얼마 전에 걸린 코감기로 콧물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고 새로운 사람들의 시선이 저의 몸을 약간 긴장시키는 것을 느낍니다. 몸의 느낌이나 마음의 느낌을 약 10초 동안 눈을 감고 느껴보시겠습니다. 눈을 감아 보실까요?

자 눈을 뜨시고요. 이번엔 눈을 감고 내가 지금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해보시겠습니다. 욕구를 알아차리는 작업인데요. 예를 들면 이런겁니다. 저는 지금 소통과 배움의 욕구를 가지고 이곳에 와있습니다. 끝나고 서로 이야기 하는 시간에 알게될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제가 좀더 넓어지는 것을 원하거든요. 여러분들도 퇴근하시고 먼곳에서 이곳에 오시면서 중요한 욕구 하나씩을 가지고 오셨을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그게 뭔지 이번에는 15초 정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볼게요. 감사합니다.

저는 누구나 언제나 느낌과 욕구를 가지고 살아간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자주 알아차려야 건강해진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제가 다니던 90년대 후반 IVF에서는 ‘직면‘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했었습니다. 직면 이라는 단어는 ’나와 만나기‘로 저는 이해했엇습니다. 내면 작업을 통해 자기를 돌아보고 보면 죄인임을 깊게 깨닫고 하나님을 만나게 되는 그런 경험들을 강렬하게 경험했던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그 시기엔 전 직면 이라는 단어를 무척 싫어했었습니다. 직면이라니.. 라면 쫄면도 아니고.. 억지로 직면 시키려고 손걷어들고 다가 오는 수련회 분위기에 거부감도 은근히 있었던 저였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 가만히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느낌과 욕구 들여다 보는 작업도 직면인거 같습니다.

워킹맘 이야기를 해보겟습니다. 제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워킹맘의 생활은 친정엄마와 같은 아파트에서 출근이 이르긴 하지만 퇴근하고 제가 직접 아이 저녁을 먹일수 있는 난이도 상중하 중에 하급에 속하는 그나마 쉬운 버전의 삶입니다. 사실은 결혼은 미친짓이야 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맞벌이이는 더 미친짓이죠. 아 맞벌이는 미친짓이야 라는 말이 입에서 툭 나오는 그런 느낌적 느낌을 맞보신분들이 분명히 계실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하고 있는 맞벌이는 고생축에 절대 속하지 않는다고 늘 감사하고 살고 있습니다 이 땅에 난이도 상에 해당하는 워킹맘들이 얼마나 많은데 제가 워킹맘은 처음이야 라는 제목으로 썰을 풀고 있다는게 참 죄송스럽고 부끄럽습니다. 그래도 감히 이야기를 해봅니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정말 위대한 일입니다. 태어나자마자 24시간 내내 풀가동 되는 아이의 일상에 출산휴가 시간은 참 어려운 시간이었습니다. 한손엔 아기띠를 한손엔 쪽쪽이를 들고 아이가 우는 이유에 대해 생각하다가 보면 하루가 다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왜 울지... 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순간 순간을 감사하면서 지나갔었어야했는데 저도 엄마는 처음이라 쿨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쿨해보이기를 좋아하던 저여서 제가 쿨한줄알고 지내왔던 제게 그렇게 진상의 모습과 집착하는 모습이 많은지 몰랐습니다. 재우기 집착, 먹이기 집착, 위생집착 등등 생각보다 쿨하지 못하게 아이를 키우는 모습은 제가 스스로 보기에도 참으로 놀라운 모습이었습니다. 세상에 내가 누군가에게 이렇게 무조건적으로 착한 마음이 되다니 스스로에게도 놀랍니다. 물론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로맨스를 사랑이라고 치고 싶지도 않게끔 만드는 막 가슴에서 올라오는 몽글 몽글한 아이를 바라보면서 느껴지는 엄청난 모성애가 약간 사람을 취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출산 휴가 기간에는 다시는 일하지 않을 것 같은 아줌마의 모습으로 있다가 약 6개월의 공백기를 마치고 다시 일터로 돌아갑니다. 워킹맘의 아침은 6시30분 정도에 시작됩니다. 아침에 따신밥을 제대로 먹고 가는 몹쓸 습관을 가진 저는 아침밥을 준비하고 먹는것에 아침 시간의 대부분을 투자합니다. 저희 끼리 아침을 먹고 아이를 깨웁니다. 아이가 좀 어렸을 때에는 친정엄마가 와주셔서 아이의 아침 시간을 해결해주셨었는데요. 육아 독립을 하고 나서 아침은 정말 전투적으로 바뀌었습니다. 미취학아동이 7시 쯤 일어나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그 미취학 아동의 기분을 맞춰주기엔 출근시간의 압박이 심합니다. 자는 상태 그대로 옷을 입히고 차에 태웁니다. 차에 타면 저는 그제야 운전을 하면서 화장을 하고 뒷자석에 앉은 아이에게 아침에 싼 주먹밥을 먹이죠. 20분 정도 운전을 하고 직장 옆에 유치원에 아이를 떨구고 가야 합니다. 출근시간이 임박해있기에 주차할 시간도 없어서 차에 내리지 않은 상태로 아이에게 차문을 열고 내리고 스스로 계단을 올라가게 5살부터 하고 있는데요. 이 시간이 하루 중 제일 짠한 시간입니다. 오전 8시는 선생님이 아직 출근하시지 않아서 미화원 아주머니와 유치원 문을 제일 먼저 여는 우리 아들에게 늘 고마운 마음입니다.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워킹맘은 생각보다 일터에서 아이생각을 많이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꾸준히 자주 아픕니다. 그래서 연락이 오지요. 일하면서 참 힘든건 아이가 아플 때 인데요. 크게 아프지 않더라도 소아과 의사가 그러더군요. 군대라고 생각하라고 2년 정도는 모든 아이들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아프게 된다고.. 저도 2년 정도 아이가 꾸준히 열감기며 수족구며 각종 감염병을 앓아서 힘든 시기를 지내왔습니다. 아이는 아프게 되면 주로 엄마가 조퇴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고열로 뜨거운 밤을 보내게 되면 엄마도 참 고된 시간을 지내게 됩니다. 이 시기에 가장 많이 부부사이가 나빠졌었던 기억이 납니다.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아버지 세대에게 전혀 집안일이나 육아에 참여하는 모델을 보지 못한 우리 세대 남자들도 참 안쓰럽긴 합니다. 자기들은 보지 못한 그 어떤 역할을 요구 받으니까요. 저 역시 요구했었습니다만 남편은 난감해했습니다. 저는 그런 그를 천하에 몹쓸 놈 취급을 하며 이기적이라고 생각 했었고요. 소통이 되지 않고 무조건 역할을 해야만 하는 그런 맞벌이 생활이 계속 되면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많이 피폐해졌습니다. 교회에서 사회에서 각자 꽤 신실해보이는 부부로 살고 싶었지만 이러다가 정서적 이혼 상태로 쇼윈도 부부로 살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아이가 4살 되었을 때 주말에 친정 엄마에게 아이를 맞기고 부부 상담도 받고 부부학교 수강을 하게 됩니다. 혹시 그런 시기를 아직 지내지 않으셨다면 또 그런 시기를 지내게 되신다면 부부 상담과 부부세미나를 통해 둘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공동체와 전문가의 도움을 청해보기를 추천 드려봅니다. 저의 경우에는 참 많은 도움을 얻었습니다.

제가 강의 처음에 느낌과 욕구 이야기를 여러분에게 해드렸었는데요. 제가 그 시기에 제 느낌과 욕구를 들여다 보고 그것에 귀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참 많이 건강해졌었는데요. 워킹맘은 스스로 뭘 느끼는지 내가 지금 뭘 원하는지 생각해볼 시간이 많이 부족합니다. 타인의 욕구에 부지런히 움직이게 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다보면 그렇게 되버리더라고요. 잠시 멈춰서 내가 지금 뭘 느끼고 뭘 원하는지 생각해보고 끊임없이 적어보고 그런 시간을 가졌었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 보다 성장의 욕구와 소통의 욕구가 큰 사람인데 그걸 못하고 있어서 시작한 것이 있습니다. 그걸 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학부 때 자주 들었던 단어 중에 아까 ‘직면’이라는 단어를 소개해드렸는데 이번에는 ‘공동체’라는 단어를 소개해드립니다. 학부때 IVF 룸에서 기도하다보면 한번쯤은 나오는 단어인 공동체... 너무 흔하게 자주 이야기해서 제가 막 질릴정도 였으니까요. 그렇게 싫어하던 단어인 공동체가 이 워킹맘 시기엔 간절해 집니다.

제가 졸업하고 나서 병원이라는 사회생활을 약 4년 정도 하고 교직생활을 하게 되었을 때 저는 공동체를 제발로 찾아들어갑니다. 그 공동체는 좋은 교사라는 공동체인데요. 좋은 교사는 1 개의 산하단체의 기독교사 공동체들의 연합 공동체입니다. 저는 그 안에서 ‘기윤실교사모임’이라는 기윤실 내 기독교사들의 운동성있는 공동체에 10년 넘게 몸담고 있습니다.

IVF 졸업해 보시면 아겠지만 공동체가 그리워지지요. 물론 청년부도 있지만 직장 속에서 속 이야기를 할수 있고 하나님 나라 이야기를 할수 있는 공동체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 합니다. 직장 속에서 지금은 아직 복사나 잔심부름 같은걸 하고 있지만 내가 하나님 나라 확장에 쓰임 받는 한 사람으로 영적 사장이 되고 영적 교장이 되는 것을 꿈꾼다는 말입니다. 그 꿈을 놓지 않으려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연결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모델이 되는 선배들이 그냥 내 앞에서 내 눈앞에서 숨쉬고 이야기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공동체를 제발로 찾아가서 거기서 시키는 각종 귀찮은 교육 운동 들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윤실교사 모임은 귀찮은 운동을 많이 시키는데요. ................ 이런 것들을 하자고 해서 정말 귀찮고 부담스럽지만 제가 공동체를 놓지 않는 이유는 이것입니다. 그렇게 부담스러운 귀찮은 일을 해나가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영적인 교장으로 살아가려고 발버둥치는 선배들을 보고 싶은겁니다. 그리고 그런 선배들이 실제로 존재합니다. 그래서 공동체가 제게는 하나님 나라 운동에 큰 부분을 차지 합니다.

또하나 소개 해드리고 싶은 공동체는 직장 내에서 스스로 시작한 또다른 공동체입니다. 3년 전부터 제가 시작한 한달에 한번 모이는 직장 내 동아리 모임입니다. 신우회를 조직해서 모이는 것도 좋아 보였지만 종교적 색채를 띠지 않은 공동체를 만들어서 기독교적 세계관을 가진 좋은 강사를 모시고 교직에서 실천하기 좋은 여러 가지를 제안해보는 것을 하고 있는데요. 좋은 책도 선정해서 읽고 책나눔도 합니다. 이 모든 것을 자랑스럽게 여러분에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닌 의미지고 보람진 일을 직장에서 해본적이 오래된 저에게 좋은 자극이 되는 이슈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둥글게 모여 앉아 직장 동료와 너와 나로 만나면서 느낌과 욕구를 묻는 것 자체만으로 굉장한 치유가 된다고 참여한 동료들이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동료가 직장에서의 적이 아닌 공동체 일원이 된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큰 부자가 되는 느낌입니다. 무엇보다 시키지도 않은 일을 의미있고 재미있고 보람되다는 동기로 직장이 재미있어졌습니다.

하나님 나라가 어떤 걸까 생각해봅니다. 저는 워킹맘으로서 고군분투하는 제 삶의 조각을 잠시 나누었습니다. 분명히 가정 안에서 부부 관계에서 육아 에서도 하나님 나라는 진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고군분투 하면서 내 안에 드는 느낌과 욕구들을 자주 마주 하면서 분명히 하나님을 자주 만나야 겠습니다. 하나님은 분명 여러 소재로 저를 요리하시고 제 안에 하나님 나라를 확장해가시고 있다고 믿습니다. 그 과정 안에 공동체는 분명 저를 더 망가지지 않게 하고 먼저 그 길을 잘 가고 계신 선배들을 보라고 이야기 해줍니다. 그리고 하나님 나라는 이렇게 재미있는 거라고 이야기하는 동료들이랑 같이 가고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살고 있으니 어때 꽤 폼나지? 라고 이야기하려고 나온건 절대 아닙니다. 누군가에게 내 삶을 나누고 고백하다 보면 점점 더 성장해 있을 저를 기대하면서 최대한 이기적인 마음으로 이곳에서 여러분을 마주 합니다. 나눔과 교제의 시간을 기대하고 질의 응답시간에 이루어질 저를 확장시킬 그 시간을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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