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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노트/콩콩이 이야기

너는 갈등 해결사

by letter79 2017. 7. 23.

지훈이가 오늘 자기 전에 불편한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상황은 이랬다. 매일 가정예배를 드리는 것을 지난 달 부모학교에서 들어서 실천 중이다.

지훈이랑 둘이 할때는 참 좋았기에 아빠랑 하는 시간을 무지 무지 기대하고 있었나보다. (참고로 아빠는 요즘 무척 바빳고 2주 동안 주일날 출근을 한데다 여름 성경학교인 어제 오늘 모두 나는 지훈아빠가 없이 지훈과 단둘이 교회를 갔었다.)

아빠가 예배하는 시간에 뭔가 성의가 없고 주도하려 들지 않으면서 티비를 켜서 야구를 보고 있는 것이 참 화가 났다. 요즘 그렇게 예배시간에 조는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아 우리집의 영적가장의 무기력함에 나는 실망감이 겹쳤다.

그래서 지훈이랑 둘이 마루에 나가서 보란듯이 둘이 예배를 드렸다. 그리고 돌아와서 남편을 보니 그렇게 짜증이 나는 것이다.

 

예배가 뭔데... 이런 마음에 무슨 예밴가 싶지만..

 

그런 불편한 마음을 잘근잘근 이야기를 하는데 지훈이가 가로 막았다. 아주 긴 설교아닌 설교를 해서 나를 깜놀하게 만들었는데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자 이제 내가 정리해줄게... 엄마는 아빠가 야구를 보는게 싫은데 그렇게 짜증을 내면서 말하면 안되는거야. 기쁨이로 이야기해야지. 배려하면서(배려라는 말에 깜놀)

아빠는 엄마가 야구보는 걸 싫어하니까 내가 유치원갔을 때 엄마가 학교 갔을 떄 봐~

엄마랑 아빠랑 서로 사이가 좋아야 내가 기분이 좋아져

자 이제 조용하니까 예배드리자 내가 먼저 오늘 감사한거 이야기할께....(감사한것 여럿 나열)

이제 슬픈거 한다. 기도제목 이야기할게. 내마음에 아빠랑 검은마음이 생겨서 그 검은마음이 없어졌으면 좋겠어.

이제 엄마 이야기해봐"

 

긴 설교 같은 내용이었지만 구구절절 옳은 말이었고 무엇보다 다섯살 하이톤의 그의 음성이 너무나 귀여워서 듣기가 싫지 않았다.

아마도 이런 상황은 유치원에서 벌어지는 상황일것 같다고 생각해봤다.

누군가와 갈등이 생기면 유치원 선생님이 가운데서 상황을 잘 객관적으로 이야기해주고 배려하라고 이야기해준 것 같다.

본인이 유치원 선생님처럼 이 갈등에 개입해서 해결하게 된 것을 무척이나 자랑 스러워 한 것 같다.

이야기 하는 목소리에 무척이나 자신감과 카리스마가 넘처흘렀다.

 

우리는 지훈이의 이야기에 급 순종했다. 그리고 서로 사이 좋은 모습으로 누워있었더니 바로 그거라며 그러면 자기가 잠이 잘온다나 뭐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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