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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노트/끄적끄적

19기 친밀한 부부학교

by letter79 2016. 11. 15.

 

 

부부학교에 기대했던 것(참여동기)

 

친밀한 부부학교는 광고시간를 통해서 알고 있었고 주위에 지인들이 엄지 척하며 추천해주어서 언젠가 해보리라 하고는 있었던 과정이었다. 하지만 네 살 아들과 워킹맘인 나 그리고 야근을 밥먹듯이 하는 남편 하루하루가 버거운 우리에게 뜬금없이 친밀한 부부학교라니...

 

부부학교가 막 개강하기 두 주전. 그러니까 접수가 내 기억에 완료된 시점이었던 것 같다. 우리 집에 청년 때부터 알고 지내다가 얼마 전에 결혼한 후배 자매가 놀러왔었다. SNS를 통해 그들의 아름다우면서도 오글거리는 신혼 생활 이야기는 보아왔던 터라 직접 들으며 놀라지 않으려 했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하고 나서 스킨발라달라고 얼굴 들이미는 형제와 촥 발라주는 이 후배 자매의 이야기는 나의 질투심을 자극해버렸다. 그냥 보이기만 금슬이 좋아보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너무나 서로를 아끼고 있음을 이야기를 들으면서 확인했다. 아직 신혼 이라 그런 걸꺼라고 생각하기엔 참 부러운 에피소드들이 많았다. 문득 친밀한부부학교가 떠올랐다.

 

부부학교 등록하고 한주 동안 지인들에게 공개하기는 좀 꺼려졌던 것도 사실이다. 부부관계가 좋지 않은 것을 인정하고 공개하는 선택같았다. 괜찮아보이고 싶고 별 문제 없어 보이고 싶은 마음 내려 놓고 뭔가 문제가 있어서 가는 선택이라고 보는 주위 시선에 약간 신경도 쓰였지만 가정을 천국으로 만들고 싶고 천국을 경험하고 싶은 내 열망이 더 컸다.

 

 

5주 동안 배우고 느끼고 깨달은 것

첫 주 숙제는 남편(아내)를 칭찬 하고 싶은 점 스무 가지 쓰는 것이었다. 없을 줄 알았는데 쓰다보니까 ‘결혼을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남편이 나의 칭찬할 점을 읽어주는데 내 눈에 눈물이 저절로 흐르는 것을 발견했다. 친밀한 부부학교 강의 시간 그리고 나눔 시간 내내 뭔가 내 안에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깊은 욕구들이 만져지는 것 같았다. 그 욕구는 사랑의 언어를 확인하면서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우리 부부는 인정하는 말이 중요한 사람들이었는데 부부 사이에 이야기할 시간도 없었고 소통의 기술이 부족했다.

 

 1박 2일 진새골에서 일박세미나를 했다. 그 동안 내안에 참 남편에게 기대하기를 멈추고 있었고 참 많이 미워하고 있었구나.. 그런 부정적인 감정을 누르고 숨기고 살았기에 자꾸 겉돌고 많이 차가워지고 언쟁도 잦았던 것을 알게 되었다. 진새골에서 소통의 기술을 배우면서 실습해보는 시간이 참 좋았던 것 같다. 그동안 부부싸움을 하면서 같은 패턴으로 하게 된 이유를 알게 되었고, 싸울 때 그러니까 서로 대화를 시작해야 할 때 여는 대화로 시작하고 들은 내용 반영 해주고 기분 파악해주고 결국 이 대화의 의도까지 이야기하면서 닫기 까지 하는 실제적인 싸움의 기술을 잘 배웠던 것 같다. 제대로 싸울수 있을 것 같고 이렇게 싸운다면 점점 서로를 잘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남편이 글썽거리는 눈으로 그동안 나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이야기 해준 것이다. 이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나는 그동안 주위에 남편 험담을 참 많이 했었다. 신혼 초부터 너무나 냉담하고 차가웠다고 느꼈던 나의 남편에게 많은 부분을 포기 했던 것을 꺠달았다. 정서적인 교류가 참 중요한 나에게 그런 포기는 정서적으로 나를 많이 망가지게 했다는 것도 알았다.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인데 표현하지 않으니 알 수가 없었고 나중에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확신하기 까지 했던 것이다.

그런 남편에게 내가 왜 그랬는지 설명하기 시작했더니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해주었다. 나는 그 순간 참 막혔던 둑이 터지듯이 내 안에 큰 감동이 밀려왔다. 아 .... 나는 이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거구나.. 그래서 많이 징징댔구나. 진심이 당긴 사과와 애정표현이 있었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부부학교는 내 생각보다 나눔이 많은 시간을 차지 했는데 이 시간이 강의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느끼게 해주었던 것 같다. 다 알게 모르게 사연이 있는 부부의 문제 이야기가 그리고 아껴주는 이야기가 강의 내용보다 더 와 닿았던 것이 사실이다. 부부가 고민하고 힘들어 하는 문제가 비슷하다는 것도 알게 되어 외롭지 않았고 교회 어떤 모임에 가도 부부 모두의 이야기 보다 둘 중의 한명의 대표 이야기가 주가 되는데 부부 각자의 생각 이야기를 모두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은 점인 것 같았다.

 

처음에 여기 등록하기 전에는 젊은 부부들이 소통하는 법을 배우는 장소라고 생각했던 이 친부학교는 생각보다 연령대가 높았다. 팔순잔치를 치루어야 한다고 첫주에 소개하고 먼저가신 노부부도 계셨고 전남 고성에서 올라오신 나의 아빠 엄마 나이대의 분들도 많았다. 20주년 30주년 결혼기념일 선물로 여기 등록하신 남편분들의 억지로 끌려온 듯한 분위기도 재미있었다. 갈등으로 천국을 경험하지 못하고 오래동안 지내오신 분들의 힘들었던 이야기와 그 과정에서 상처받은 자녀들의 이야기는 나에게 참 큰 깨달음을 주었다. 한 가정의 부부 갈등 문제는 그냥 그 세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녀에게도 큰 상처를 주고 그래서 정서적인 고아와 정서적인 과부가 생기게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고아와 과부를 만들지 않는 예방 주사와 같은 친밀한 부부학교 프로그램을 섬기시는 분들이 보여준 감동적인 섬김(예를 들면 매주 손편지를 우편으로 택배로 선물을 보내준다든지)은 하나님의 사랑이 이런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게 했다.

 

 

달라진 것

 허깅과 축복기도로 시작하고 마치는 하루가 달라졌다. 아침에 출근준비하는  동안 밥차려주고 "밥먹어~~"하는 소리가 그렇게 듣기 좋다.

 매일 통화하면서 하루 중 있었던 이야기 자잘한 스토리들을 감정과 함께 나누는 것이 달라졌다. 이전에는 간단히 몇시에 퇴근 그리고 이후 스케쥴 통보 등 문자로이루어졌던 우리의 대화는 이제 많이 달라졌다. 내용에 기분이 들어가고 의도가 들어가 있는 꽉 찬 대화가 시작되어서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남편을 바라보는 내 시각이 달라진게 가장 크게 달라진점이다. 로봇 같고 너무나 냉담하다고 느꼈던 우리 남편이 알고 보니 나랑 비슷한 생각을 가진 가까운 친구 같이 느껴진 것이다. 진새골 다녀와서 아내가 행복해야 가정이 행복한 것을 알았다며 나의 기분을 헤아려주는 작은 행동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런 작은 행동(자주 물어봐주는)이 대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참 좋다.

부부학교 하는 중에도 다투고 감정이 상할 일이 생겼는데 솔직하게 배운데로 싸워보았더니 금새 좋아졌다. 쌓아두지 말고 짧게 여는 대화로 시작하고 최대한 간단하게 불만을 기분과 의도로 반영해주는 것이 서로를 오해하지 않게 했던 것 같다. 우리는 참 잘 싸우는 부부가 된 것같다.

 

부부학교 마치고 우리 수료의 소식을 전했더니 이러한 프로그램에 대한 시니컬한 반응들이 들려온다. 그거 할 때만 잠깐 괜찮아지고 금새 예전으로 돌아가는거 아니냐.. 는 반응이 주 반응이었다. 가정이 천국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나의 질문으로 시작했는데 나는 천국을 6주 동안 경험했고 대충 답이 뭔지 알것도 같았건만. 다시 내안에 의심이 들었다. 나는  6주간 속은 것인가....

언약 갱신식 하고 다음날도 여전히 다툼의 소재는 발생했고 예전과 비슷하게 열받고 비슷한 패턴으로 우리는 갈등을 경험했다. 나는 속은 것은 아니다. 가정은 천국이고 언약으로 이루어져있으며 하나님의 관심이 많으신 곳이지만 나는 연약하고 남편도 연약했다는 것이 문제이다. 우리는 스텝을 하기로 결정해봤다. 이러한 자극을 자주 받아보면 더욱 좋아지지 않을까 그리고 다른 어려운 부부들을 돕고 그 가정의 아이들을 향한 긍휼의 마음을 하나님이 사용하시지 않을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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